집값 급등한 판교 .. 커지는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가 갈등
시세 따지면 수 억원 더 부담해야
건설사 "법·제도 따랐을 뿐" 반박
국회선 분양가 상한제 적용 논의
"입주민 임대 기간 연장 등 대안 필요"
10년 만기 공공임대 주택의 분양전환가를 놓고 입주민과 건설사가 갈등하고 있다. 최근 시세가 급등한 판교신도시에선 입주민들이 청와대 청원, 1인 시위 등 “분양전환 가격 산정기준을 바꿔 달라”며 집단행동을 하고 있다.
10년 공공임대 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민간 건설사가 공공 택지에 임대 아파트를 짓고, 입주민들에게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를 받다가 10년이 되면 분양 우선권을 준다. 무주택 서민에게 장기적 주거안정과 내 집 마련을 지원한다는 취지였다. 건설사엔 매년 5% 이하로 임대료를 인상하고, 감정평가금액 이하로 분양전환가를 산정하도록 투자 유인을 제시했다. 공공주택특별법에 “분양전환가는 감정평가금액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종전 5년 공공임대 주택은 건설원가와 감정평가액의 중간 수준에서 분양전환가가 결정됐다. 통상 시세의 60~70% 수준이었다. 감정평가액으로 바꾸면 시세의 85~90%쯤 된다. 판교의 경우 분양 당시 3.3㎡당 분양가가 1200만원대였으나 요즘엔 3000만원 안팎이다. 감정평가액이 시세의 90%일 때 분양전환가는 8억5000만원이다. A씨의 경우 기존 보증금 2억원에다 6억5000만원을 더 내야 한다.
국회에선 법률 개정이 추진 중이다. 분양전환가를 기존 5년 임대 방식과 동일하게(민홍철 의원) 하거나 분양가 상한제처럼 가격을 제한한다(윤종필·권은희 의원)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은 “임차인에게는 예측 가능한 분양전환가를 제시해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법안”이라고 밝혔다.
건설사들은 이런 움직임이 부담스럽다. 대한주택건설협회 박성희 정책본부장은 “법과 제도를 따랐을 뿐인데 시장 상황이 달라졌다고 분양전환 조건을 바꾸면 누가 사업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LH 측 역시 “입주민들은 시세 대비 혜택을 누리면서 (집값 하락) 위험 부담은 떠안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정부 정책을 믿었는데 한쪽(입주민)은 “날벼락을 맞았다”고 하고, 다른 한쪽(건설사)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보완책을 마련 중이다. 국토부 진현환 주거복지정책관은 “입주민이 참여하는 가격협의(감정평가액 산정) 절차를 거치거나 임대 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분양전환가 산정방식 변경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민간임대주택 사업은 부쩍 위축되는 분위기다. 공공지원 민간임대 주택(옛 뉴스테이) 택지 공급 조건이 강화되고, 임대료 인상률을 제한하는 법안이 상정되는 등 건설사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어서다. 일부에서 ‘사업 철수론’까지 나오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판교의 경우) 입주민에 대한 저리 융자 알선, 시설 개선 같은 지원책으로 접점을 찾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민간 부문의 참여가 저조하면 이번 정부가 제시한 매년 17만 가구의 공적임대 주택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며 “임대주택 사업의 주요한 축인 건설사에 적정한 자율성과 수익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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