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봄을 기다리는 '단둥'.. 北개방 기대에 북한주민 부쩍 늘어

단둥(중국)=진상현 특파원 2018. 6. 19.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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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북중 접경 中 단둥을 가다.. 추락하던 지역경제 부활 기대
북중 교역의 핵심 루트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조중우의교(朝中友誼橋·압록강대교)에서 북한에서 중국으로 들어가는 대형화물차들이 통관을 기다리고 있다/단둥(중국) = 진상현 베이징 특파원

지난 6월14일 북중 접경 지대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 시내에 위치한 단둥역. 오후 4시23분을 넘기자 가슴에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단 북한 사람들이 하나둘 역사를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번 운영되는 평양-단둥행 열차를 타고 이곳에 온 사람들이다. 40대 이상이 많았지만 청년 등 연령대가 다양했다. 가족 단위 승객도 보였다. 옷차림은 함께 나오는 중국인들과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세련됐다.

단둥에 거주하고 있는 한 한국 교민은 "최근 한 달 새 단둥을 오가는 북한 사람들이 무역상을 중심으로 두 배 정도로 늘었다"면서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추진 이후 나타난 변화"라고 말했다. 북중 교역의 70%가 경유하는 북중 접경 단둥 지역에 북한 개방에 대한 기대가 무르익고 있다. 올해 초 관련국들이 대화 모드로 급선회하고, 남북, 북중 정상회담에 이어 역사상 첫 북미 정삼회담까지 이뤄지는 등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 구축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면서다.

북중 접경 지역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 시내 단둥역 역내. 사진 윗쪽 전광판에 평양에서 단둥으로 들어오는 '85'번 열차의 도착 예정시간이 오후 4시23분을 가리키고 있다/단둥(중국)= 진상현 베이징 특파원
북중 접경 지역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 시내에 취치한 세관 건물. /단둥(중국)= 진상현 베이징 특파원

◇늘어난 북한 주민들…유령 도시가 촉망받는 투자처로

6월15일 오전 9시를 전후한 시각. 압록강변에 위치한 중롄(中聯)호텔 객실에서 내려다본 조중우의교(朝中友誼橋·압록강대교)로 쉴 새 없이 북한에서 차량이 넘어 오고 있었다. 컨테이너를 실은 대형 화물차를 비롯해 승합차, 승용차, 미니버스까지 다양한 차종들이 눈에 띄었다. 통관 수속을 하기 위해 앞차가 지체돼 순식간에 5~6대의 차량이 줄지어 대기하기도 했다. 조중우의교는 북중 교역의 핵심 경로로 두 나라의 교역량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단둥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해온 A씨는 "최근 단둥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북한 사람들과 교역이 늘어났다는 것"이라며 "중국에 와서 물건을 사가는 무역상과 도강증을 받아 일을 하러 오는 근로자 모두 많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 다른 사업가 B씨는 "큰 틀에서는 유엔 제재를 유지하더라도 단속 강도에 따라 교역과 교류가 영향을 받는다"면서 "두 번의 북중 정상회담이 접경 지대의 단속을 완화하는 사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북한으로 들어가는 중국인들도 크게 늘어났다. 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북한이 세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북한으로 가는 여행객들이 늘어났고, 대북 제재 완화, 북한 개방에 대비해 사업을 준비하는 이들의 북한 왕래가 늘었기 때문이다. 조선족 사업가 C씨는 "중국으로 가는 비자 신청이 상당히 밀려 있다"면서 "1주일 전에 신청해도 제때에 받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가장 먼저 달아오른 것은 부동산 경기다. 대북 제재가 완화되고 북한이 본격적인 개방에 나서게 되면 북중 교역의 핵심 루트인 이곳 경제가 뜰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단둥 부동산 가격은 지난 3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첫 중국 방문 직후부터 들썩이기 시작해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을 거치며 급등했다.

3월 1제곱미터(㎡)당 3000위안 수준이던 아파트 가격은 지난달 초 5000위안 이상으로 뛰었다. 상업용 부동산 가격도 지난 3월 이래 50% 넘게 올랐다. 단둥의 신개발지역으로 '유령 도시'로까지 불렸던 단둥 신구의 미분양 아파트들도 상당수 분양이 이뤄졌다. 치솟던 부동산 가격은 지난달 시정부의 부동산 투기 억제책이 나오면서 주춤한 상태다.

단둥에서 아파트 분양 대행 사업을 하는 D씨는 "한참 뜨거울 때는 중국인들이 와서 한사람 당 몇 채씩 사기도 했다"면서 "북한이 개방하면 이곳의 집 수요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결국에는 오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D씨는 "6월12일 북미 회담을 다들 주시하고 있었다"면서 "북미 회담이 큰 탈 없이 끝났기 때문에 가격이든 규제든 다시 변화가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대기업들의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단둥의 한 소식통은 "한국의 포스코, 포스코대우가 단둥을 다녀갔다"면서 "포스코는 물류 창고, 포스코대우는 농작물 거래 등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SK증권도 다음달 초 이곳에서 사장을 포함한 임원진 회의를 열고 단둥 부동산 시장 투자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중 접경 지역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 신구에 위치한 신압록강대교. 2014년 완공됐지만 아직 개통이 되지 않았다. /단둥(중국)= 진상현 베이징 특파원
중국 랴오닝성 단둥 신구에서 바라본 북한 황금평 경제특구의 모습. 현재는 농지로 활용되고 있다. '황금평 경제구'라는 글귀가 보인다. /단둥(중국)= 진상현 베이징 특파원

◇대북 제재 완화, 북한 개방…봄을 기다라는 단둥

단둥 주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유엔의 대북 제재 완화 시점이다. 유엔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서 북한산 석탄과 철, 수산물, 섬유 등 주요 교역 제품의 거래가 공식적으로 중단돼 있기 때문이다. 북중 교역에 영향을 크게 받는 단둥 경제도 추락할 수 밖에 없었다. 단둥의 한 소식통은 "북한으로의 원유 수출 제한, 북한 해외노동자 신규 노동허가 발급 금지, 북한산 섬유 수입 금지 등의 내용이 담긴 지난해 9월 유엔 추가 제재가 나오고 중국이 이에 동참하자 단둥에서는 '중국 정부가 우리를 버리는 것 같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왔었다"고 전했다.

이곳에서 남북한과 관련된 일을 주로 하는 우리 교민들과 조선족들은 유엔 제재 이외에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으로 2중, 3중의 어려움을 겪었다. 한때 3000~4000명에 달했던 단둥 내 한국 교민수는 1000명 정도까지 줄어든 것으로 현지에선 추정하고 있다. 사업가 A씨는 "사드 제재 등으로 한국 제품들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졌던 것도 큰 타격이 됐다"면서 "많은 교민들이 한국 등으로 들어가고, 중국인과의 결혼 등으로 어쩔 수 없이 남아 있는 사람들이 다수"라고 전했다. A씨는 "중국인은 유엔 제재만 풀려도 대북 사업 환경이 정상화되지만 한국은 남북 교역 중단 등을 담은 2010년의 5·24 조치도 함께 풀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에게 최근의 한반도 정세 변화는 큰 기회다. 대북 제재가 해제되고 북한이 본격적으로 개방에 나서면 북한과 접경한 동북 3성, 특히 북중 교역의 주요 경로인 단둥 지역 경제도 함께 좋아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랴오닝성 성도인 선양에서 만난 한 소식통은 "랴오닝, 지린, 헤이룽장 등 동북 3성은 중화인민공화국 설립 초기 제조업 인프라가 가장 우수한 지역이었지만 중국의 개혁 개방 과정에서 뒤쳐지면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 됐다"면서 "북한이 개방에 나서면 동북 3성으로선 남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경제권의 중심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열린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중국 정부도 이번 한반도 정세 변화를 과거와 달리 동북아 전체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략적 변화로 보고 있는 것 같다"면서 "우리 정부도 동북 3성과의 교류를 확대하는 등 미리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둥의 한국인 사업가 E씨는 "단둥과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신의주, 황금평 특구 등이 뜨면 인접한 단둥이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북중 교역이 늘어나 4년 가까이 개통이 늦어지고 있는 신압록강대교가 가동에 들어가면 단둥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랴오닝성 단둥 신구의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전경./단둥(중국)= 진상현 베이징 특파원

◇"동북 3성 부상, 미래 대비해야" vs "북한 개방 양상 예측 어려워"

동북 3성이나, 단둥이 북한 개방 과정에서 어느정도 혜택을 볼지에 대해선 견해가 엇갈린다. 낙관적인 쪽은 북한이 개방 초기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선 개혁, 개방의 노하우를 갖고 있고 같은 공산주의 체제로 교류에 부담이 적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초기에는 중국과 관련된 합작 사업들이 많고 교역의 중심지이자 신의주, 황금평 등지에 인접한 단둥의 역할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사업가 E씨는 "주요 기업들이 아직 시스템이 불완전한 신의주 등 북한으로 바로 들어가기 보다 주거지 등을 단둥에 둘 가능성이 높다"면서 "북한의 노동력이 저렴하고 수준이 높기 때문에 시너지가 날 부분이 많다"고 분석했다. 다른 소식통은 "단둥도 중요하지만 남북한과 러시아까지 연결되는 지린성의 훈춘도 핵심적인 지역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중한 쪽은 우선 북한의 개방 양상이 중국에 편중되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단둥의 한 소식통은 "북한이 개방에 나서면 바닷길 등으로 북한에 직접 들어갈 수 있는 루트가 개척될 수 있다"면서 "남북한간 협력도 활발해 질 수 있어 북한 입장에서 굳이 단둥이나 중국 동북 3성에 주로 의존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단둥이 홍콩 영향으로 빨리 성장할 수 있었던 광둥성의 선전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단둥이 신의주나 황금평보다 더 잘살기 때문에 줄 건 있어서 받을 건 적어 상황이 다르다"면서 "북중 교역이 늘어나더라도 단둥을 경유할 뿐 단둥이 사업의 중심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조선족 사업가 C씨는 "북한이 중국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동안 낮은 임금으로 중국으로부터 노동력을 착취 당했다고 생각하는 북한 내 인식이 적지 않다"면서 "북한 내부의 반중 정서도 북한의 개방 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업가 B씨는 "아직 북한이 신의주를 어떻게 개발할지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땅인 단둥을 미리 띄울 필요는 없다"면서 "중국 정부도 아직 특별한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좀더 차분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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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둥(중국)=진상현 특파원 jis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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