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사는 것' 아닌 '사는 곳'으로..수요자들 '맞춤형 공간'으로 눈돌려

김희정 기자 2018. 6. 19.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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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초반의 맞벌이 변호사 이현미(가명)씨는 서울에 집이 없다.

주중엔 부부의 직장이 있는 서울에서 세를 살지만, 주말이면 어김없이 가평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바비큐 파티를 연다.

집을 짓기 전엔 현미씨도 서울에 집을 사는 게 낫지 않을까 고민했다.

서울 후암동 또는 성북동 등 저층 주거지 밀집지역에 협소주택이 한두 채씩 늘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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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ving에서 Living으로] 집, 소유에서 거주로.. '인(in)서울'에선 협소주택 붐

40대 초반의 맞벌이 변호사 이현미(가명)씨는 서울에 집이 없다. 대신 경기도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인근에 가족들이 함께 지은 전원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2015년 4월부터 6개월간의 집짓기는 잊을 수 없는 가족만의 추억이 됐다.

토지 220평에 건축면적 35평, 연면적 53평의 다락방을 갖춘 2층 목조주택은 주말마다 현미씨 가족의 휴양지다. 주중엔 부부의 직장이 있는 서울에서 세를 살지만, 주말이면 어김없이 가평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바비큐 파티를 연다.

현미씨 가족이 그림 같은 보금자리를 꾸미는데 든 비용은 토지구입비 1억6000만원에 건축비 2억5000만원을 더해 총 4억1000만원. 현미씨 부부는 여기에 아이들이 뛰놀고 가족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 정원을 꾸미는데 3000만원을 추가 투입했다. 서울에선 마당 딸린 주택은커녕 20평대 아파트도 사기 어려운 금액이다.

집을 짓기 전엔 현미씨도 서울에 집을 사는 게 낫지 않을까 고민했다. 투자 면에서 서울을 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 둘을 봐주시는 친정부모님과 남편의 지지가 힘이 됐고, 아이들이 성장과정에서 자연을 만끽하도록 해주는 게 더 가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현미(가명)씨 가족이 경기도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인근에 지은 전원주택. 서울에 소유한 집이 없어도 가평 집을 지으면서 가족의 삶은 더 풍요로워졌다. /사진제공=이현미(가명)씨 가족

이씨는 "주중에도 일 때문에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며 "주말만큼은 가족과 함께 자연 속에서 쉬면서 추억을 쌓고 싶었는데, 그럴 수 있는 집을 마련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인구구조 변화와 서울 집값의 급격한 상승으로 주거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투자보다 거주를 위한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월세비중도 높아졌다. 소유(to have)보다 거주(to Live)하면서 누리는 '사용가치'에 주목하는 이들이 늘어서다.

주말마다 전원주택에서 평소 아이를 돌봐주시는 친정부모님과 이현미(가명)씨 부부, 아이들이 함께 정원에서 시간을 보낸다. /사진제공=이현미(가명)씨 가족

협소주택 붐이 대표적 사례다. 직장이 가까운 도심에 거주하며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기면서도 주거 비용은 줄이는 방안으로 인식된다. 서울 후암동 또는 성북동 등 저층 주거지 밀집지역에 협소주택이 한두 채씩 늘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 용산구 용문동에서 공인중개소를 하는 장재혁씨는 지난해 중개업을 한 이래 처음으로 대지면적이 30㎡도 안되는 신창동 땅을 중개했다. 정비구역 내 재개발 입주권을 얻으려고 소형지분을 찾는 경우는 있어도 일반주택가 작은 땅을 찾는 고객은 드물다. 고객은 협소주택 부지를 찾는 30대 중반 남성이었다.

후암동 두텁바위로 일대 협소주택 전경/사진=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일찌감치 협소주택 바람이 분 후암동은 대지지분이 작은 단독주택이나 자투리땅은 내놓기 무섭게 팔린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25평 매물이 나오자마자 4시간만에 계약이 체결되는 등 협소주택부지를 찾는 젊은 부부가 많다"며 "현재는 매물도 없고, 지을 땅이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획일적인 아파트의 가성비가 낮아진 반면, 맞춤형 주거 공간에 목마른 이들은 많아졌다는 뜻이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집값이 상승하면서 가격에 대한 문턱이 높아져 젊은 사람들이 서울에 아파트를 사기가 어려지고 있다"며 "시간이 걸리고 지역별 차이는 있어도, 소유보다 거주가 우선시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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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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