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지하 6층까지 유동인구, 거대 지하도시 되는 서울시

최진석/박진우 입력 2018. 6. 20.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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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로·영동대로·용산역..도심 대규모 지하도시 개발
상업시설·보행통로 마련..지상 연계한 복합공간으로
세종대로 일대 보행활성화 기본구상안. 서울시 제공


서울시 강남북 주요 거점에 연이어 대규모 ‘지하도시’가 들어선다. 현재 서울시의 심의절차를 밟고 있는 서울 삼성동 영동대로 지하화 사업을 비롯해 용산역 전면 공원 지하공간개발 사업도 윤곽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서울시청과 광화문, 을지로 상가를 잇는 지하도시 청사진도 마련되고 있다. 도심 곳곳의 지하 보행로를 연결해 지하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하 공간은 날씨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사람들의 활동이 지상보다 자유롭다. 지하철, 버스터미널, 주변 건물 등과 연결되는 까닭에 이동 시간도 획기적으로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내 지상공간은 과밀개발됐다“며 “지하도시가 새로운 공간 창출 효과를 낼 수 있는 해법”이라고 말했다.

◆시청~광화문~동대문 잇는 ‘강북 지하도시’ 추진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현재 서울시청과 광화문, 을지로, 동대문을 잇는 ‘강북 지하도시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서울 도심에는 시청역~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지하도 구간(3.1㎞·1983년 완공)과 광화문역~종각역 지하 보행·상업 구간(1km)이 있다. 시는 남북으로 떨어져 있는 두 지하로를 연결해 ‘ㄷ’ 형태의 대규모 지하도시(총 길이 4.5㎞, 3만1000㎡)를 만들 계획이다. 이 구상이 실현되면 시울시청과 광화문, 시청역(1·2호선) 등 12개 지하철역과 30여개의 대형빌딩이 연결된다. 축구장 4배 규모의 거대한 지하도시다.

시는 앞서 2016년 프레스센터의 지분 절반을 가진 서울신문사와 서울파이낸스센터의 소유주인 싱가포르투자청(GIC)도 새 개발계획에 동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1985년  준공한 프레스센터는 이르면 2020년부터 재건축에 들어갈 예정이다. 인근 더익스체인지서울(옛 코오롱빌딩·1980년 준공), 정보화진흥빌딩(1985년 준공), 프리미어플레이스(1992년 준공) 등도 2020년부터 재건축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계획이 확정되면 2001년 준공한 서울파이낸스센터(SFC)는 2020년부터 지하에 보행로와 상업시설을 들이는 리모델링을 시작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시청역과 을지로입구 상가를 연결한 뒤 이를 을지로 3가, 을지로 4가를 거쳐 동대문역사문화공원까지 3.1㎞ 잇는 지하보행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군데군데 끊긴 보행로를 연결해 시청역에서부터 걸어서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까지 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현재 ‘세종대로 일대 보행활성화 기본 구상안’ 등 지하보행로 연결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며 “다만 지하보행로 개발 시 안전문제와 빌딩 소유주들과의 이해관계 정리 등 검토해야 할 사안이 많아 착공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이같은 개발 계획을 올해 하반기 발표할 예정이다.

◆용산에도 대규모 지하도시

용산국제업무지구에도 거대한 지하도시가 탄생한다. 서울시와 용산구청은 최근 ‘용산역전면 공원 지하공간개발 사업’의 우선협상자로 현대산업개발을 선정했다. 이 사업은 용산역과 용산민족공원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해 ‘용산링크’라고 불린다. 위치는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365 일대다. 지하공간의 연면적은 2만2298㎡이다. ‘강북 지하도시’보다는 작지만 축구장 4배 크기와 맞먹는 규모다. 지하 1·2층에 지하광장과 부대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지하 2층에선 신분당선 용산역과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이 연결될 예정이다. 하루 41만명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의 거점이 되는 것이다. 총 사업비 970억원을 투입하는 용산링크 사업은 BTO(수익형 민간투자사업) 방식으로 진행한다. 현대산업개발이 2015년까지 지하공간을 운영할 계획이다. 현대산업개발은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용산역 아이파크몰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오는 9월 사업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후 실시계획인가를 받고 내년 초 첫 삽을 뜰 계획이다. 2021년 말 공사를 마무리하고 2022년에 개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용산링크 지상에는 문화공원을 조성한다. 이 부지는 용산센트럴파크 효성해링턴이 기부채납했다. 용산역에서 내리면 녹지축을 따라 용산민족공원으로 연결된다. 용산은 국제업무지구 개발과 용산민족공원 조성 등 대규모 개발 계획이 줄줄이 잡혀있다. 여기에 서울역부터 용산역, 노량진역까지 이어지는 철로의 지하화 내지는 덮개공원 사업 추진 계획도 잡혀있다.


◆삼성동 일대엔 잠실야구장 30배 지하도시 건설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사업’(이하·영동대로 지하화)은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지하도시 건설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서울시는 오는 2023년까지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9호선 봉은사역에 이르는 영동대로 지하에 복합환승센터를 완성시킨다는 계획이다. 지하 개발이 완료될 경우 현대차 글로벌비지니스센터(GBC)와 코엑스 지하공간이 연결되면서 잠실야구장의 30배에 달하는 연면적 총 41만㎡ 지하도시가 탄생한다. 현재 교통영향평가 등 심의절차를 받고 있다. 이후에도 분야별 건축심의 등 총 20여개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서울시의 의지가 강한 만큼 심의 과정에서 사업이 좌초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 사업이 실현되면 지하화될 예정인 도로보다 더 아래 공간에 삼성~동탄 광역급행철도, KTX 동북부연장선, 위례~신사선, GTX-A, GTX-C, 남부광역급행철도 등 6개 광역·지역 철도를 탈 수 있는 통합역사가 들어선다. 이 일대의 교통허브로 거듭나는 것이다.

국내외 관광객을 위한 ‘관광버스 주차장’도 마련한다. 버스환승정류장은 지상~지하 1층 사이에 양방향 7면씩 총 14면 규모로 잡혔다. 2023년 영동대로 중앙버스 전용차로가 생기면 버스 이용객이 현재 5만명에서 18만명으로 증가할 것을 대비한 조치다. 총 사업비 1조3000억원을 투입한다. 이 중 절반이 넘는 8000억원이 철도건설에 들어간다. 서울시 관계자는 “영동대로 지하화 사업은 초대형 복합 교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광역복합환승센터와 연결되는 지하 1~2층 공간은 단순 환승공간이 아닌 지상·주변과 연계한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뉴욕 첼시지구 소호거리 등을 참고했다. 지하 전체 공간의 기본 방향은 국제현상설계공모를 통해 이미 정해졌다. 이화여대 캠퍼스센터 설계자로 국내에 잘 알려진 프랑스 건축가인 도미니크 페로를 주축으로 한 컨소시엄이 지하 4층 깊이까지 전체 시설에 자연광이 스며드는 지하공간으로 구현하겠다는 기본 계획안을 세웠다. 서울시는 내년 초까지 관련 심의 절차를 모두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세계는 지하도시 시대

도시 과밀화는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나라 대도시들도 지하도시 개발을 통해 제한된 부지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의 지하 보행로 ‘패스’는 세계에서 가장 큰 지하 쇼핑몰로 기네스북에도 올라 있다. 패스 내 상점수가 1200개에 달한다. 매년 세계에서 가장 큰 지하 사이드워크 세일 행사를 열어 전 세계 관광객들을 끌어 모은다. 세계에서 가장 큰 지하도시도 캐나다에 있다. 여의도 면적의 1.5배인 몬트리올의 ‘언더그라운드 시티’다. 우리말로 ‘지하도시’다. 센트럴역을 중심으로 7개 지하철역을 연결해 길이만 32㎞에 달하는 거대 도시다.

기존 지하공간을 활용해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로라인’이 대표적인다. 총길이 32㎞, 총면적 4000만㎡ 규모인 이곳은 현재 세계 최초의 지하 공원으로 조성되고 있다. 지하공간이지만 자연 채광을 활용해 식물을 자라게 하는 실험적인 사업이다. 2020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최진석/박진우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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