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주택담보대출 증가세 완화되자 '주택관련' 신용대출 늘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 6. 20. 15:03 수정 2018. 6. 20.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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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은 금융안정보고서

올해 1분기말 기준 가계부채는 1468.0조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0% 증가했다.

지난 2015~2016년 가계부채는 10%를 넘는 두 자리수의 증가세를 기록한 뒤 최근 증가세가 둔화된 것이다.

하지만 부채가 급증한 이 시기는 특수했다. 그래서 좀 더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는 2010~2014년, 즉 '예년' 수준과 비교할 필요가 있다. 이 당시 가계부채는 분기평균 7.1% 늘어났다. 예년에 비해서는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 주택담보대출 증가세 둔화됐으나 '주택관련' 신용대출 위주로 늘어나는 가계부채

20일 한국은행이 공개해 국회에 제출한 법정보고서인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은행의 가계신용은 1분기말 현재 668.9조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1% 늘어났다. 주춤하던 가계부채 증가세가 최근 들어 다소 확대됐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증가폭이 크게 확대된 영향이다.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을 까다롭게 하면서 신용대출이 늘어난 일종의 풍선효과로 볼 수 있다.

한은은 "최근 은행의 신용대출 증가는 아파트 분양 및 신규 입주 관련 비용, 재건축·재개발에 따른 이주비 등 주택관련 자금수요를 신용대출로 조달한 데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중심으로 한 은행간 신용대출 경쟁이 심화된 데 주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비은행금융기관의 가계신용은 1분기말 574.4조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5% 늘어나 증가세 둔화가 지속됐다. 이는 상호금융권 여신심사가이드라인 등 정부 가계부채 관리대책의 효과에 더해 지방 주택경기 둔화 등으로 비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크게 축소된 데 따른 것이다.

상호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여신심사가이드라인(소득 심사 강화, 신규 주택구입자금 대출에 대한 분할상환 적용 등)이 작년 3월부터 자산규모 1천억원 이상 조합·금고를 대상으로 시행된 데 이어 작년 6월부터는 모든 조합·금고를 대상으로 확대 시행됐다. 아울러 올해 1월부터는 수도권 및 일부 비수도권 지역에서 신DTI가 시행됐다.

정부는 2015~2016년 가계부채 급증 이후 규제의 강도를 계속해서 확대해 왔다. 이에 따라 가계부채 증가속도는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감소세가 주춤해졌다. 또 여전히 가계 빛 증가속도는 예년 수준을 웃돌고 있는 게 현실이다.

■ 주담대 옥죄자 신용대출 늘어나..돈 있는 사람 위주로 돈 빌려
자료=한은 금융안정보고서

최근엔 신용대출 증가가 두드러진다.

대출종류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이 2018년 1분기말 775.6조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9% 증가해 2016년 1분기 이후의 증가세 둔화를 이어갔다.

이는 LTV·DTI 한도 축소, 신DTI 도입 등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와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 따른 주택가격 상승기대 약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기타대출은 2018년 1분기말 전년동기대비 9.1% 늘어나 증가세가 확대됐다. 금융기관들의 신용대출 영업 확대 노력에 더해 신규 아파트 입주 등에 따른 주택관련 자금을 신용대출로 대체 조달한 데에도 일부 기인한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둔화된 반면 기타대출 증가세가 확대되면서 올해 1분기에는 2014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기타대출 증가율(9.1%, 전년동기대비)이 주택담보대출 증가율(6.9%)을 웃돌았다.

특히 은행의 신용대출이 크게 늘었다. 작년 3분기부터 올해 1분기 중 가계신용 대출 증가규모(16.7조원) 가운데 은행이 12.3조원, 비은행이 4.4조원을 차지해 은행이 신용대출에 치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 증가세는 주춤해졌지만, 주택과 '관련된' 대출은 여전히 크게 늘어난 것이다.

한은은 "은행 신용대출의 큰 증가폭은 2017년 하반기 이후 아파트 분양 및 신규 입주, 재개발·재건축 추진에 따른 이주비 등 주택 관련 자금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신용대출 중 1억원이상 대출 비중이 2017년 6월말 18.6%에서 2018년 3월말 19.2%로 상승한 점은 주택자금 관련 신용대출이 늘어났음을 말해주는 통계로 볼 수 있다.

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신용이 좋은 사람들을 위주로 대출을 늘리는 경쟁을 벌였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신용대출 금리는 상대적으로 덜 오르는 점이 이런 시각에 힘을 실어준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차는 2017년 1~6월중 평균 1.3%포인트에서 2017년 7월~2018년 3월중 평균 0.9%포인트로 크게 좁혀졌다. 특히 신용등급 1~2등급의 형편이 좋은 사람들은 신용대출로 돈을 빌려도 크게 손실을 보지 않게 됐다.

신용등급 1~2등급 차주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및 신용대출 금리차이는 같은 기간 동안 0.18%포인트에서 0.05%포인트로 축소돼 양 대출간의 금리가 거의 같았다.

이러다 보니 돈이 많은 사람들이 더 돈을 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고신용(1~3등급) 차주 비중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특히 2017년 하반기 이후 1등급 비중이 2.4%포인트 상승(17년 6월말 20.9%→ 18년 3월말 23.3%)한 반면, 2등급 및 3등급은 각각 0.3%포인트 상승(22.7% → 23.0%,13.0% → 13.3%)에 그치는 등 1등급 위주의 상승이 두드러졌다. 즉 신용이 좋은 사람들 내에서도 더 좋은 등급으로의 대출 쏠림이 심화된 것이다.

한은은 "연소득 1억원 이상 고소득 차주에 대한 대출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 DSR 등 대출 추가 규제 앞두고

가계신용대출은 작년 3분기 이후 큰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당국은 신용대출을 포함한 전체 금융부채에 대한 상환능력 평가를 강화한다.

예컨대 4분기부터는 DSR 규제가 강화된다. DSR(Debt Service Ratio) 대출 규제는 지난 3월 하순부터 은행권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으나 4분기부터 본격화되고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즉 6개월 가량 DSR을 대출 보조지표로 활용한 뒤 10월부터 전면 적용할 계획이다.

DSR은 개인이 1년 동안 갚아야 하는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즉 기존 DTI(총부채상환비율)나 LTV(주택담보인정비율)에 비해 부채의 범위가 늘어나는 것이다. 예컨대 기존 규제가 주택담보대출에 치중했다면 DSR은 주담대 뿐만 아니라 각종 신용대출, 학자금 대출, 자동차 할부금 등이 모두 대출 원리금으로 계산된다.

이같은 규제 강화 등으로 부채 증가속도가 더 낮아질 가능성은 상당히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은 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고소득층 등 부자들이 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한은은 "가계신용대출이 상환 능력이 양호한 고신용 차주 위주로 늘어나고 있고 건전성 지표가 양호해 현 단계에서 관련 대출의 부실화 가능성도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다만 "가계신용대출은 변동금리 대출이 대부분이며 만기가 짧고 차환(rollover)되는 경우가 많아 향후 시장금리 상승 시 가계의 채무상환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이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물론 금리가 오를 경우 신용도가 낮고 대출금리가 높은 비은행 가계신용 대출자들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 부동산 가격 상승에 기반한 국부(國富) 증가

최근 한국의 가계 빚이 크게 늘어난 원인은 주택 등 부동산 때문이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2014년 7월~2016년 1월)가 저금리 속에 내수경기 부양을 위한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을 실시하면서 부채는 한 단계 더 늘었다. 당시 저금리와 정부 정책이 맞물려 가계부채 급증과 주택가격 급등의 토양이 만들어졌다.

실제 국부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최근 한은이 발표한 '국민대차대조표'를 보면 부동산이 한국의 국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음을 알 수 있다.

2017년 말 기준 국부(국민순자산)는 1경3817조원 수준으로 742조원(5.7%) 가량 증가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8배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토지와 건설자산 등 비금융자산은 1경3552조원으로 811조원(6.4%) 가량 증가했다. 국민순자산을 늘리는 데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비금융자산의 가격상승률은 3.9%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3.6% 이후 최고였다. 비금융자산의 55% 가량을 차지하는 토지자산 등 비생산 자산은 5.1%라는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년간 비금융자산에서 토지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왔다.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순자산은 8063조원 수준으로 전년에 비해 530조원 가량 증가했다. 이 가운데 집값 상승으로 주택자산이 262조원(7.5%) 증가해 순자산 증가에 두드러진 역할을 했다.

국민대차대조표에 의하면 2017년말 현재 가계 및 비영리단체 기준 가구당(2.48인) 순자산은 3억8867만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이 한국의 국부 증가에 큰 역할을 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한국경제의 건전성에 대해 마냥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기도 어렵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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