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알짜 신도시에서 교통 오지된 위례신도시, 4대 전철망 어디까지 왔나

양길성 입력 2018. 6. 21.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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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례신사선·위례과천선·트램 줄줄이 표류
"착공 시기 가늠조차 불가능..교통 오지"
텅 빈 위례신도시 상가. 한경DB


위례신도시 주민 박모씨(28)에게 출퇴근 길은 고통스럽다. 집에서 서울 지하철 8호선 잠실역까지 거리는 5㎞ 남짓에 불과하지만 이동 시간은 한 시간을 훌쩍 넘긴다. 8호선 복정역 사거리에서 서울 방향 출입로가 5차로에서 2차로로 좁아져서다. 복정역 사거리는 출퇴근 시간 때 서울에서 가장 느리 주행속도(3.12㎞/h)를 보이는 구간이다. 그는 “퇴근 시간에 8호선 장지역에서 362번 노선버스로 한 정거장 떨어진 집을 갈 때도 30분 넘게 걸린다”며  “지하철을 타도 8호선이 주요 도심을 지나지 않아 환승을 한 번 더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위례신도시에 계획된 지하철 건설 사업이 10년째 표류하면서 위례 주민들이 겪는 교통 불편이 길어지고 있다. 8호선 위례역 신설을 제외한 3개 사업은 진행조차 불투명하다. 착공이 늦어지면서 상권 침체는 장기화되고 있고, 아파트값은 주변 판교신도시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중교통 오지

주민 8만 명이 사는 위례신도시는 대중교통 오지로 불린다. 환승 없이 바로 이용할 수 있는 전철역이 사실상 없어서다. 지하철 8호선 장지역과 복정역이 그나마 가깝지만 신도시 왼편에 치우쳐 있어 역 반대편에 사는 주민은 주로 버스를 타고 전철역을 향했다. 두 역과 가장 인접한 위례 31·32단지에서도 걸어서 20분이 소요된다. 신도시 내부를 돌아다니는 버스가 유일한 교통 수단이다. 이마저도 이동 속도는 한없이 느리다. 복정역 사거리는 출근시간 서울에서 주행속도가 가장 느린 구간이다.

교통 불편에 지친 위례 주민들은 전철 개통만 기다리고 있다. 현재 위례신도시에 계획된 전철 신설 사업은 위례신사선(위례신도시~서울 강남구 신사역), 위례과천선(위례신도시~경기 과천), 위례선(트램), 8호선 위례역(예정) 개통 등 4개다. 이 가운데 착공 계획이 확정된 사업은 8호선 위례역 신설뿐이다. 이르면 이달 착공해 2019년 개통 예정이다. 위례선과 위례신사선은 사업성이 부족해 착공시기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위례과천선은 노선조차 정하지 못했다. 


◆4개 노선 중 3개 노선은 ‘불분명’

위례신사선 건설 사업은 10년째 재자리 걸음이다. 이 노선은 위례신도시와 3호선 신사역 사이 14.8km를 잇는 경전철이다. 3호선 신사역, 2호선 삼성역, 7호선 청담역 등 강남 주요 역과 환승이 가능해 주목을 받았다. 노선 개통 뒤엔 위례신도시에서 신사역까지 이동시간이 1시간에서 20분 내외로 단축된다.

이 사업은 지난 2008년 위례신도시 광역교통개선대책에 담겼다. 10년 전부터 추진됐지만 아직 민자적격성 조사를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 2008년 처음 사업 주간사로 참여한 삼성물산은 2016년 10월 사업을 포기했다. 민간 기업이 사업비용과 손익을 모두 부담하는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으로는 사업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결국 지난해 1월 GS건설이 새 주간사로 나섰다. 서울시는 같은해 4월 위례신사선 사업안을 KDI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에 제출했다. 지금은 PIMAC 민자적격성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르면 7월께 발표 예정이다.

트램인 위례선도 아직 민자적격성 심사를 받고 있다. 위례선은 정부와 서울시가 신교통 수단으로 추진한 사업이다. 5호선 마천역과 8호선 복정역 5.11km 구간을 잇는다. 국토부는 2008년 7월 위례신도시 개발계획을 확정할 때 위례선 건설 계획을 함께 발표했다. 2014년 5월 위례신도시 광역교통개선대책 변경안을 확정할 때도 원안을 유지했다. 사업비 1800억 중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1080억원 부담하기로 했다. 나머지는 민간 사업자가 맡기로 했다. 당시만 해도 2021년 준공이 목표였다. 

그러나 2016년 4월부터 시작한 PIMAC 민자적격성 심사 결과가 2년 넘게 나오지 않고 있다. 원칙적으로 민자적격성 심사는 6개월 안에 끝내야 한다. 업계에선 ‘경제적 타당성(B/C)’이 낮은 탓에 적격성 조사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위례과천선은 노선 조차 확정하지 않았다. 현재 서울연구원에서 검토 중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2월 서울연구원에 의뢰한 ‘제2차 서울시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연구 용역에 위례과천선을 포함했다. 2016년 상위계획인 국토부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담겼지만 사업 속도는 더디다. 노선 경로를 두고 강남권 주민들이 감정싸움을 하고 있어서다. 서로 자신이 사는 곳 주변에 역을 더 신설해 달라는 게 이들의 요구다. 지난해 초 서울시는 국토부에 노선안 2개가 포함된 사업제안서를 제안했지만 국토부는 단일 노선안 제출을 요청하며 예비타당성 조사를 반려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고려 중인 대안 노선은 7~8개이고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각 구청과 협의를 거쳐 노선과 차량기지 위치를 확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들끓는 위례 주민

문제는 사업진행조차 불명확한 지하철 개발 계획이 상가와 아파트 분양 홍보 수단으로 쓰였다는 점이다. 2014년 9월 ‘위례자이’를 분양받은 임모씨(45)는 “2021년에 트램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분양을 받았다”며 “트램은 커녕 다른 지하철 개통도 늦어지니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트램 주변 지역은 ‘트랜짓몰’로 특화 개발됐다. 트랜짓몰은 트램 노선을 따라 형성된 거리형 상권이다. 정부는 2008년 7월 위례신도시 개발계획을 확정할 때 트랜짓몰 조성을 약속했다. 2012년 민간업체에 아파트와 상업시설 용지를 공급하던 시점에도 신교통수단(트램) 도입을 명시했다. 대부분 상가 점포는 당시 고가에 분양됐다. 현재 정부와 LH의 개발 계획만 믿고 뛰어든 분양자들은 공실 장기화와 임대료 하락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위례 중앙광장에 들어선 상가 260실 중 70%가 공실이고 분양가격보다 1억원 가량 싼 매물이 나오고 있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 설명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업 진행 자체가 불명확한만큼 정부는 불편을 겪는 주민 고충에 신경써야 하고 건설사는 과장광고를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 확정돼도 개통까진 하세월”

전문가들은 이들 노선이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하더라도 개통까지는 최소 10년이 걸릴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앞으로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사업 심의,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실시협약 체결, 실시계획 승인 등을 거쳐야 착공에 들어가서다. 착공을 한다해도 사업이 늦어지기 일쑤다. 예산이 찔끔찔끔 배정돼 계획보다 공사기간이 늘어나는 일이 다반사다. 1998년 처음 언급된 소사~원시 복선전철 건설 사업은 20년 지난 오는 16일에야 개통한다. 9호선 3단계 연장 건설 사업도 2005년 10월 예비타당성 통과 후 13년 뒤인 오는 10월 개통을 앞두고 있다. 

서울시는 이른 시일 내에 사업 속도를 높일 대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성을 높일 방안을 고려할 뿐 아니라 위례선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사업비를 납부할 경우 민자사업이 아닌 재정사업으로 추진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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