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엔 112개, 도봉엔 1개..한국점령 스타벅스의 비밀
강남 상권 중에서도 최고 핵심상권이라 꼽히는 신논현역~강남역 대로변 1층의 유일한 커피전문점 간판이 토종 엔젤리너스에서 외국계 스타벅스로 바뀌는 셈이다. 광화문 사거리의 광화문 우체국 1층에도 SPC그룹의 커피전문점 커피앳웍스가 폐업한 자리를 스타벅스가 인수해 지난 4월 문을 열었다. 이 점포 역시 한달 5000만원인 임대료를 버티지 못해 SPC그룹이 두 손을 든 자리다.
기존 커피 전문점이 임대료 상승과 최저임금 인상 등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한 자리를 스타벅스가 인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또한 임대료가 비싼 핵심상권 대로변에 스타벅스 새 점포가 들어서는 경우도 늘고 있다.
국내 커피전문점 중 1위(매출액 기준)인 스타벅스는 올 상반기에 75개의 점포를 새로 냈거나 낼 예정이다. 같은 기간 폐점한 점포가 6개라 69개 점포가 순수하게 늘었다. 2위인 투썸플레이스는 같은 기간 개점 79개, 폐점 23개로 56개 점포가 늘었고, 3위인 엔젤리너스는 개점 17개, 폐점 30개로 오히려 13개 점포가 줄었다.
국내 1180개의 모든 매장을 직영하는 스타벅스는 직영점과 가맹점이 함께 있는 다른 커피전문점과 달리 가맹점 영업권 보호를 위한 출점 거리 제한(반경 500m)을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스타벅스는 기존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 위치와 상관없이 새로 매장을 연다. 교보강남타워점의 경우도 남쪽과 동쪽 바로 길 건너편에 각각 점포가 있고, 광화문사거리를 기준으로 할 때 반경 1㎞ 안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이 42개나 된다. 스타벅스는 1999년 한국에 진출한 초기부터 도심 핵심상권에 집중적으로 출점하는 전략을 썼다.
스타벅스가 지역을 차별한다'는 불만도 일부 있다. 서울에서도 구별로 스타벅스의 매장 수가 크게 차이가 난다. 서울 강남·서초구에 112개의 매장이 있지만 도봉구에는 단 한 개의 매장밖에 없다. 강북구에도 5개, 중랑구에도 6개뿐이다. 이 때문에 강남에선 ‘별천지(스타벅스의 별을 의미)’이지만 강북에서는 ‘별 보기가 힘들다'는 얘기도 나온다. 도봉구 방학1동의 이예나(21)씨는 “강남에 사는 친구들은 집앞 스타벅스에서 편안한 복장으로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우리 동네에서는 스타벅스에 가려면 쌍문역까지 나가야 한다”고 했다.
스타벅스의 국내 매출이 늘면서 스타벅스코리아가 미국 본사에 내는 로열티도 많이 증가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제품 가격의 5% 가량을 로열티로 내는데 지난해의 로열티는 631억원이다. 4000원대 커피 한 잔당 200원 가량의 로열티를 내는 셈이다. 외국보다 스타벅스의 가격이 비싸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스타벅스 카페라테 톨 사이즈 가격은 4600원으로 미국 평균 가격 3870원(3.5달러)보다 20%가량 비싸다.
스타벅스가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대로변에만 점포를 내고 있지만, 대로변 스타벅스 때문에 뒷골목 소규모 커피전문점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강남구 신사동의 한 동네 커피전문점 점장은 ”인근에 스타벅스가 새로 문을 연 이후 매출이 3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의 독주는 계속될 전망이다. 집과 직장이 아닌 제3의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스타벅스의 전략이 성공해 스타벅스를 찾는 고객이 계속 늘고 있고, 스타벅스를 유치하려는 건물주들의 입점 제의가 하루 평균 50여 건에 이를 정도이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코리아의 지분은 신세계 이마트와 미국 본사가 반반씩 보유하고 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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