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손 안대고, 고가1주택 봐주고..'누더기 개편' 되나

2018. 6. 22. 22:1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4가지 종부세 개편안' 뜯어보니

10년 만에 보유세 강화 왜?
부동산값 뛰는데 종부세액 11% 하락
잇단 대책에도 집값 안잡히자 도입

4가지 시나리오 내용 뭔가?
공정시장가액비율 10%씩 인상부터
세율 인상·다주택만 적용 등 방안

근본개선 아닌 소폭손질 비판
고가1주택 제외땐 형평성 악화
'똘똘한 한 채' 몰려 강남 투기 우려

[한겨레]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22일 보유세 개편 방안을 내놓음에 따라, 내년부터 고가주택과 토지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올리기 위한 논의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명박 정부가 종부세를 사실상 무력화한 지 10년 만에 다시 강화되는 것이다. 하지만 재정개혁특위가 마련한 4가지 시나리오는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을 소폭 손질하는 선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재정개혁특위가 공동 주최한 ‘바람직한 부동산세제 개혁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최병호 부산대 교수(특위 조세소위원장)는 “2016년 기준으로 10년간 부동산 자산총액은 75.4% 상승한 반면, 종부세 세액은 오히려 11% 하락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 대비 낮은 세부담 증가율로 납세자 간 형평성이 저하되고 있다”며 종부세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2005년 도입된 종부세는 이명박 정부 때 세법 개정으로 대폭 완화됐다. 이에 2008년 2조3280억원이던 종부세 총액은 이듬해 9677억원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우리나라 부동산 자산총액은 2006년 6108조원에서 2016년 1경713조원으로 두배 가까이 불어났지만, 종부세 총세수는 1조7천억원에서 1조5천억원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선 문재인 정부가 ‘보유세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세부 개편안은 미흡하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우선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 인상을 조합한 안이 유력안으로 나온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동식 경북대 교수(세법)는 “단순히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만 손질하는 것을 과연 개혁이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가구별 합산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미국처럼 부부 합산 과세를 고려해야 한다. 위헌 논란이 있겠지만 조정 제도를 두면 된다”고 주장했다. 종부세는 2006년 강화된 이후 한 가구가 보유한 주택가액을 합산해 세금을 부과(가구별 합산)했으나 이명박 정부 때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 개인별 합산으로 바뀌었다. 같은 주택도 부부가 공동으로 소유하면 각각 6억원(1주택자는 9억원)이 공제돼 과표가 낮아지고, 세율도 낮게 적용된다.

전체 주택보유자의 0.5%(6만9천명)에 불과한 공시가격 9억원 이상 1주택자를 지나치게 배려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재정개혁특위는 이날 1주택자는 현행 세율을 유지하고, 다주택자만 인상된 세율을 적용하는 이원화 방안을 냈다. 이미 1주택자 세부담이 최대 80%까지 감면되는 공제제도가 있는 상태에서 추가로 혜택이 강화되면,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고가주택 쏠림 현상을 가속화하고 강남 고가주택 보유자와 지방 다주택자 간의 형평성이 더 악화할 것이란 비판이 나온 것이다.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주택자에 대해 혜택을 너무 많이 주는 것은 세제의 허점을 많이 드러내는 것”이라며 “정부가 정치적 수용성을 너무 고려해 겁을 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정개혁특위 위원장인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토론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중저가 다주택자는 과세하고, 고가 1주택자는 과세를 하지 않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에 대해서는 공평과세 문제를 고려해 다시 조율하고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과세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 문제는 이번 개편 방안에선 거론되지 않았다. 공시가격은 아파트의 경우 시세의 60~70%, 토지나 단독주택은 시세의 40~50%만 반영돼 과표 현실화율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고가주택일수록 현실화율이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나 형평성을 훼손하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재정개혁특위 쪽은 올해 세법 개정만으로 단기간 해결이 어렵다는 점과 최근 공시가격 현실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최병호 조세소위원장은 “실거래가에 견줘 공시가격 증가속도가 빠르고 격차가 줄어드는 추세”라며 “공시가격이 빠르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납세자들의 부담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공시가격이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는 건 안이한 판단이다. 아파트의 경우 전국적으로는 지난해 12월 기준 실거래가지수 상승률(전년 대비 2.87%)에 비해 올해 공시가격 상승률(5.02%)이 더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서울의 경우 실거래가 상승률(12.58%)을 공시가격 상승률(10.91%)이 따라잡지 못해 오히려 격차가 벌어졌다. 강남 4구는 실거래가가 19.46%나 올랐지만, 공시가격 상승률은 13.79%에 불과하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사람과 동물을 잇다 : 애니멀피플][카카오톡]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