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후분양'..고가주택 계획된 고분양가 노림수

김수현 기자 2018. 6. 2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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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주택 시장에서 선분양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짓고 난 후 임대로 운영하다 분양전환을 하든, 일단 공사를 시작한 후 분양을 하든, 선분양을 택하지 않는 단지들이 늘고 있는데,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 수준으로 분양가를 통제하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신반포3차·경남 재건축과 잠실 미성크로바 등 연내 이주가 예정된 단지들도 후분양을 검토하고 있고, 최근 대치쌍용2차 시공사로 선정된 현대건설은 조합이 공급 방식을 선택하면 따라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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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주택 시장에서 선분양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 한남’의 완공 후 예상 모습. /대신F&I 제공

짓고 난 후 임대로 운영하다 분양전환을 하든, 일단 공사를 시작한 후 분양을 하든, 선분양을 택하지 않는 단지들이 늘고 있는데,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 수준으로 분양가를 통제하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어쩌다 후분양’인 셈이다.

2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외인아파트 부지에 지어지는 고급주택 ‘나인원 한남’은 다음달 2일 인터넷을 통해 임차인을 받기로 했다. 임대보증금은 한 채당 33억~48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행사인 대신F&I는 입주 후 4년 뒤 일반분양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원래 선분양을 하려고 했지만 HUG의 고분양가 통제에 막혀 임대 후 분양으로 돌아섰다.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비싸다는 이유로 보증을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HUG가 기준으로 삼은 시세는 대신F&I가 제출한 3.3㎡당 6360만원에 한참 못 미치는 3.3㎡당 4000만원대인 것으로 전해진다.

시행사 일레븐건설이 인근 이태원동 유엔사 부지에서 개발 중인 고급주택도 ‘임대 후 분양’ 길을 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회사는 아파트 600여가구와 오피스텔 1000~1300실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레븐건설이 매입한 부지 가격은 1조552억원(3.3㎡당 6727만원)으로, 외인아파트 부지 값(3.3㎡당 3300만원)보다 훨씬 높고, 해발 90m의 고도제한에도 걸려 있다.

이 때문에 사업성을 맞추려면 고급화를 통해 분양가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지만, HUG의 분양보증 심사 문턱을 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분양가가 3.3㎡당 5000만원 정도는 돼야 수지타산이 맞을 것으로 보이지만, HUG 심사가 워낙 까다로워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레븐건설 관계자는 “아직 설계 계획 단계며, 나인원 한남을 참조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공급할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서는 공사를 시작해 어느 정도 진척이 된 뒤에 후분양을 하려는 단지들이 늘고 있다. 하반기 분양 예정인 일부 강남권 단지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래미안 서초우성1차와 서초그랑자이(무지개아파트), 래미안 상아2차, 개포주공4단지 그랑자이 등이 연내 공급될 예정이다.

한 강남권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와 협의한 것이 없어 당장은 선분양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앞으로 (후분양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반포3차·경남 재건축과 잠실 미성크로바 등 연내 이주가 예정된 단지들도 후분양을 검토하고 있고, 최근 대치쌍용2차 시공사로 선정된 현대건설은 조합이 공급 방식을 선택하면 따라가겠다고 했다.

고가주택 시장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분양가 규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대 후 분양의 경우 의무 임대 기간인 4년만 채우면 자율적으로 분양가를 정할 수 있다.

후분양도 아파트 골조 공사를 3분의 2 이상 마친 뒤 분양하면 HUG의 분양보증을 받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사업자가 분양가를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어 건설사나 조합 등 시행사 입장에서는 더 득이 될 수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분양가 규제를 강하게 적용한다고 해서 꼭 시장이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오히려 후분양과 같은 우회 경로를 통해 분양가가 더 올라가는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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