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골프공? ..불안한 골프장 이웃 주민들

김병용 2018. 7. 1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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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길을 가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뭔가가 날아와서 떨어진다면 어떠실 거 같습니까?

그런데, 이게 우박이 아닌 딱딱한 골프공이라면 더욱 놀라 실텐데요.

마을에서 불과 50미터 떨어진 골프장에서 시도때도 없이 공이 날아오는 겁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골프장은 더 확장할 움직임인 가운데, 잔디를 가꾸기 위한 농약으로 인근 식수원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주민들은 호소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건지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경기도의 한 농촌 마을입니다.

30가구 정도의 작은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이 마을에 평화가 깨진 건 몇 년 전, 외출이나 밭일을 마음 편히 할 수 없게 됐다는 겁니다.

[김음전/마을 주민 : "안 놀랄 사람이 어디 있어요. 우리 여기 못 살아요. 얻어맞아 죽을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대체 주민들을 공포에 몰아넣은 정체는 무엇일까?

바로 그때였습니다.

걸어가는 사람 바로 앞으로 갑자기 무언가가 날아왔습니다.

자세히 보니 골프공입니다.

주변에 떨어져 있는 골프공은 한 두 개가 아닌데요, 과연 어디서 날아온 공일까?

성인 키를 조금 넘는 울타리 너머로 골프를 치는 모습이 보일 정도로 가까운 골프장에서 날아온 공이었습니다.

[마귀자/마을 주민 : "수시로 공이 항상 날아오니까 팔 같은데 맞으면 그래도 다행이지만 머리 같은 데 맞으면 치명적이잖아요. 여기도 보세요. 공이 떨어져 있잖아요."]

이처럼 눈 앞이나 사람 주변으로 떨어지는 건 운이 좋은 것이라고 주민들은 말하고 있는데요,

마을 뒷산의 산소를 찾았다가 날아든 공에 팔을 맞아 뼈에 금이 가기도 했다고 합니다.

[김음전/마을 주민 : "(아들이) 산소에 절하러 갔었어요. 절하러 갔다 맞은 거예요. 골프공이 넘어와서……."]

주민들이 두려워하는건 무방비 상태에서 날아오는 공뿐만이 아닙니다.

골프장의 특성상, 잔디 관리에 쓰일 수밖에 없는 농약이 시도 때도 없이 마을로 날아든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한 주민은 밭일을 하다, 날아온 농약을 몸에 흠뻑 뒤집어썼다고 합니다.

[마을 주민 : "나무에다 기계로 약을 뿌리더라고요. (밭 근처에서) 약을 뿌리니까 내 몸을 버리다시피 했죠."]

골프장 문제를 호소하는건 이 마을 주민뿐만이 아닙니다.

골프장 근처의 한 아파트, 밖은 어둑한데, 거실은 환합니다.

밤늦게까지 골프장이 운영되다보니, 밝게 켜놓은 조명 탓에 제대로 쉴 수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골프장 근처 아파트 주민: "어떤 때는 아침까지도 조명을 켜요. 그래서 블라인드를 내려놓고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내가 사는 안식처에서 내가 피해서 살았던 거죠."]

그런데, 지금까지 버텨오던 주민들은 지난달 29일, 환경부 장관 면담을 요청하며 시위에 나섰습니다.

[마을 주민 : "(장관님) 150만 명이 먹는 수돗물과 골프장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소중한가요?"]

무더운 날씨에 나이든 어르신까지 나온 이유는 이처럼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골프장이 더 확장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겁니다.

[마귀자/마을주민 : "여기가 원래는 9홀(약 23만㎡)을 현재 운영 중이고요. 그런데 9홀(약 23만㎡)을 더 확장한 대요."]

주민들은 지금의 피해를 해결하지도 못한 채 증설 공사에 들어갈 수는 없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골프장 크기가 두 배가 되면 현재 집 문 바로 앞까지 골프장이 확장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마귀자/ 마을 주민 : "골프장이 들어오면 이 담장이 헐려요. 담장이 헐리고 바로 앞에 15m 높이의 울타리를 친다는 거죠. 그래서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는 거죠. 공이 날아오고 하면……."]

반대 이유는 또 있습니다.

여기에다 일대가 골프장이 될 경우 인근의 정수장과 골프장은 300미터 남짓으로 가까워질 것으로 주민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인근 도시 150만명 이상의 주민들이 마시는 물까지 위협받을 것으로 우려된다는 겁니다.

[한광용/환경분석학 박사 : "'농약을 뿌리면 농약이 어떻게 확산이 되는지를 실험했더니 거의 한 십몇 km씩 날아가더라.' 특히 그 지역의 가임 여성, 임신 여성, 호흡기가 안 좋으신 분들, 어린아이들, 이런 계층들에게는 아주 큰 문제가 되는 거거든요."]

주민들의 느끼는 고통에 대한 골프장 측의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골프장 관계자 : "지금 저희는 (피해가) 전혀 없다고 생각을 하고 앞으로도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하고 피해가 있으면 안 되죠. 만에 하나라도 피해가 생길 수는 있잖아요. 그런 것은 저희가 당연히 보상도 해야 되고 협의도 해야 하고요."]

증설되는 부지에는 친환경 농약을 사용하고, 더 높은 망을 설치해 공이 날아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현재 피해 상황에 대한 인식은 조금 다릅니다.

먼저, "골프공은 인적이 드문 산 쪽이다." "잔디 농약은 영향이 크지 않으며", "불빛에 대한 피해는 아주 극소수"라는 입장입니다.

골프장 증설 문제는 주민들의 요구로 한강유역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졌지만 결정은 지자체에게 맡겨졌습니다.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음성변조) : "동물, 식물, 소음, 진동, 대기, 수질, 악취나 이런 부분까지 검토했습니다. ‘골프공이 안 날아가게 안전망 설치하고 골프 코스하고 사업부지 경계 부분하고 최대한 이격하라.’ 그런 부분을 반영해서 (지자체에서) 승인하는 겁니다."]

지자체는 현재 부지만 선정됐을 뿐, 정해진 것은 아직 없다는 입장입니다.

[마귀자/마을 주민 : "모든 여기 동네 주민들이 대대로 물려받아서 살고, 터전을 마련해서 살던 분들이니까 편안하게 살 수 있게끔 골프장이 안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누구를 위해서 들어오는지 모르겠어요."]

전국의 골프장은 현재 운영, 건설 중인 것을 모두 합치면 5백여 개, 골프 인구는 3백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좁은 국토에서 모두가 만족하는 공존, 상생의 해법은 과연 뭘까요?

김병용기자 (kb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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