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어놔야" vs "잠가야"..계속되는 아파트 옥상문 딜레마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30대 주부 박모씨는 옥상문이 잠겨있어 불이 나면 어디로 대피해야 할지 걱정이다. 뉴스에서 대형 화재 참사 소식이 들릴 때마다 불안하다고 호소한다. 그래서 “비상시를 대비해 문을 열어두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반면 서울 시내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60대 이모씨는 “아파트 옥상에서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 몰라 문을 전부 잠가놓는다. 어린이 사고도 많아서 열어둘 수가 없다”며 옥상문을 꼭 잠가놔야 한다고 맞선다.
아파트 옥상 출입문(옥상문) 개폐 여부를 두고 시민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가 2016년 3월부터 새로 짓는 건물에는 비상시에만 문이 열리는 전자식 자동개폐장치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이전에 지어진 건물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아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옥상문에 자동개폐장치가 설치된 아파트 주민들은 대체로 만족하고 있지만 옥상이 개방된 아파트 주민들은 여전히 범죄와 사고 발생을 우려한다. 전문가들은 안전을 위해 모든 아파트 옥상문에 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열려있어도 잠겨있어도 걱정…“입주민만 이용할 수 있었으면”
지난 11~12일 서울·수도권과 부산 등의 아파트 옥상을 확인한 결과 옥상문의 상시 개폐 비율은 반반 정도였다.
A아파트 관리소 측은 “평상시에는 입주민이 옥상을 이용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며 “화재 발생 시에는 자동개폐 시스템이 작동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옥상문을 열어둔 경우에는 옥상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에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경기도 분당의 C아파트는 옥상을 비상시 대피로로 사용하기 위해 문을 항상 열어뒀고, 부산 수영구의 D아파트는 옥상에 나무를 심어 주민들이 더 편하고 쾌적하게 옥상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자동개폐장치 강제했지만…옥상 사고 끊이지 않아
2015년 경기도 용인에서 초등학생들이 옥상에서 던진 돌에 50대 여성이 맞아 숨진 ‘캣맘 사건’ 이후 옥상문 개폐를 두고 크게 논란이 일었다. 이에 정부는 2016년 3월부터 새로 짓는 건물에는 비상시에만 문이 열리는 전자식 자동개폐장치(평소 닫혀 있다가 화재 등 재난 발생 시 소방센서와 연결돼 저절로 문이 열리는 시스템)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이전에 지어진 건물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 데다 비용이 발생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껴 설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소방시설설치유지 또는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은 피난시설·방화구획 및 방화시설을 폐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광장이나 헬리콥터 착륙장이 있는 옥상이 아니면 피난시설에 해당하지 않아 대부분의 일반 아파트 옥상문 개폐에는 별다른 제약이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문이 개방된 옥상에서 투신, 범죄 등 각종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인천 초등학생 살인 사건 당시에는 범인이 아이의 시신을 아파트 옥상 물탱크에 숨겨 충격을 더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모든 아파트에 옥상문 자동개폐장치가 설치돼야 안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13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자동개폐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아파트의) 주민들은 장치에 대한 정보가 없거나 안전의식이 부족한 것일 수 있다“며 “아파트 관리소에서 적극적으로 자동개폐장치 설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아파트 관리소에 소방안전관리자가 있는데 중요성을 알면서도 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하지 않는 것은 업무를 게을리하는 것이다. 먼저 의견을 제시하면 안전이 중요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설치하자고 할 것”이라며 아파트 소방안전관리자가 좀 더 적극적으로 자동개폐장치의 중요성을 알리고 홍보를 많이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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