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없다"..위례 떠나는 전세입자들

김리영 기자 2018. 7. 16.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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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위례에 전세로 들어온 분들 중에는 올 12월 계약이 끝나면 ‘헬리오시티’로 간다는 분들 많이 계세요. 당시 들어온 전세금 빼면 헬리오시티로 갈 수 있거든요.”

위례신도시에 속하는 서울 송파구 장지동 ‘위례아이파크 2차’(전용 108㎡)는 2년 전인 2016년 11월 최고 7억원(20층)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이 아파트는 곧 입주 2년차를 맞아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세입자들이 쏟아진다. 그런데 현재 전세금 7억원을 빼 조금만 더 보태면 서울의 새 아파트 단지로 이사가 가능하다.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전용 84㎡) 아파트 전세가 5개월새 1억5000만원 정도 떨어져 7억 8000만원(18층)까지 내렸기 때문이다. 올 연말 입주하는 송파구 가락동 ‘송파헬리오시티’는 6억5000만원이면 전셋집(84㎡)을 구할 수 있어 오히려 5000만원이 남는다.

위례신도시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위례에 들어온다던 교통망이 자꾸 늦춰지고 출퇴근 여건이 나아질 기미가 없어 서울로 돌아가겠다고 마음먹는 사람이 점점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전세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강남권과 가장 가까운 위례신도시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강남4구 입주 물량 증가 등으로 전세가 단기간에 1억~2억원 정도 하락하면서 위례신도시에 살던 기존 전세 세입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되고 있어서다. 전세재계약 시즌이 돌아오고 약속했던 교통망 조성도 늦어지면서 위례신도시 전세는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여기에 올 연말 1만가구 가까운 ‘헬리오시티’ 입주가 본격화되면 그 직접적인 피해자가 서울이 아닌 위례신도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 강남권 신도시 매력 사라진 위례

위례신도시는 강남권에서 가장 가까운 신도시다. 강남4구보다 교통과 생활 인프라가 부족하지만 강남의 상당수 아파트가 완공 20~30년 지난데 비해 상대적으로 새 아파트 프리미엄을 누렸다. 여기에 지난 2~3년간 많이 올랐는데도 여전히 강남권에 비해 저렴한 매매가와 전세금이 서울로부터 인구 유입을 이끌었다.

하지만 올해 강남4구 전세금이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부동산정보회사 부동산 114에 따르면 지난 6월 첫째주 송파구와 서초구 전세금 변동률은 각각 -0.38%, -0.11%로 나란히 하락률1·2위를 기록했다. ‘헬리오시티’ 여파가 나타난 송파구 일대에는 올 들어 1억원 이상 전세금이 하락한 단지도 많다. 이렇게 되면 기존 세입자들 중 상당수가 인프라가 열악한 위례신도시를 떠나 서울로 옮기려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위례신도시 세입자들 중에는 ‘헬리오시티’를 기회로 삼는 이들이 많다. 이 아파트는 위례신도시로부터 서울 방향 3km 정도 떨어졌고 지하철역이 바로 앞이다. 헬리오시티 인근 B공인중개사무소에 따르면 이 아파트 전세금은 84㎡가 7억원대에, 59㎡는 5억~6억원대에 형성됐다. 84㎡ 급매물의 경우 6억5000만원에도 계약하겠다는 집주인이 있다.

위례신도시 전세금 하락이 강남 4구보다 더 크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살펴보면 위례신도시에는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전세금이 1억~2억원 넘게 내린 단지들이 늘고 있다. ‘위례그린파크푸르지오(2016년 1월 입주·972가구)’ 101.1㎡는 작년 12월 6억7000만원(12층)에 거래됐지만 올 5월 4억8000만원(11층)에 계약이 체결돼 6개월만에 1억9000만원이 하락했다.

 ‘설상가상’ 10년 기다린 트램 사업 좌초 위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위례신도시 교통망 확충은 점점 늦어지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신도시 중앙을 가로지를 핵심 교통망 ‘트램’(tram)의 민간 투자 사업이 무산됐다는 발표가 났다. 위례신도시 트램은 신도시 중심부를 관통하며 지하철 5호선 마천역~8호선 복정역 5.4㎞ 구간, 9개 정거장을 잇는 노면 전차다. 지하철이 멀고 버스를 이용해야 도심으로 이동할 수 있는 환경에서 트램이 무산된다면 교통 여건이 나아질 것을 예상했던 세입자들에게는 큰 실망이다.

위례에서 강남으로 출근하는 박모(여·42)씨는 “대중교통이 부족해 차 없이 위례에서 사는 것은 어렵다, 차도 너무 막힌다”고 했다. 현재 지하철이나 철도 노선이 없는 위례에서 대중교통으로 도심으로 가려면 단지에서 버스로 이동한 후 8호선 장지역과 복정역까지 다른 대중교통 수단으로 갈아타야 한다. 출퇴근 시간대 버스와 지하철로 위례에서 강남 지역으로 이동하려면 통상 30~40분, 많게는 1시간 정도 걸린다.

트램 외에도 위례에 추진 중인 전철 노선은 3개가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착공 시기조차 가늠할 수 없다. 8호선 복정역과 산성역 사이의 ‘8호선 신설역’은 2019년 12월 준공 목표라는데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사업타당성 검토가 진행 중인 ‘위례~신사선’과 ‘위례~과천선’ 역시 착공은 커녕 사업 진행 여부도 불투명하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강남권 세입자 상당수가 최근 상승기에 집을 구입했고 새 아파트 공급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어 연말까지 강남 전세 시장이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전세 하락은 도심 중심보다 주변부에서 크게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인 만큼 교통 여건이 크게 나아지기 전까지 위례신도시 전세는 계속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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