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백만장자 돈철학 "녹슨 고물차보단 페라리"

오현주 입력 2018. 7. 18.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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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빚쟁이서 3년만에 '젊은부자'로
'돈으로 행복 못 산다'는 상식 반박해
부자DNA 없어..자신가치만큼 벌어
가진돈 관리법 배워야 더 큰 부 쌓아
..
머니
롭 무어|368쪽|다산북스
빚쟁이로 파산한 뒤 다시 시작, 서른 살에 백만장자가 된 저자 롭 무어는 “돈과 행복이 별개란 생각은 틀렸다”고 주장한다. 돈이 행복을 만든다는 것이다. 다만 ‘부의 공식’은 있단다. 만약 지금 가난한 상태라면 돈을 벌 수 없어서가 아니라 돈 버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이미지=이데일리 디자인팀).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내가 돈을 벌기 위해 최초로 한 일은 아버지의 술집에서 ‘술병을 나르는 일’이었다.” 이 첫마디가 인생 절반을 말해준다. 대학에 다니던 스물네 살에도 그는 멀리 나아가지 못했다. 여전히 술집에서 일하고 있었다니. “술을 너무 많이 마셨고 여기저기에 빚을 졌다”는 상태도 상태지만, 더 심각한 건 ‘돈’을 바라보는 태도였단다. 돈을 소중히 여기고 존경하라고 배운 대로, 기발한 아이디어로 돈을 벌겠다고 꿈꾸던 10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는 거다. 대신 돈 많은 이들을 경멸하는 질투심 가득 찬 패배주의 비관론자가 버티고 있었다는데. 그러던 어느 날 인생이 완전히 뒤집힌 다음 알게 됐단다. 구체적으론 그렇게 미워하던 ‘페라리 빨간색 F430 스파이더’의 운전자가 된 뒤 말이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 사이에 놓인 간극은 돈 버는 기술보단 사고방식이더라고.

여기 한 백만장자가 있다. 영국에서 가장 큰 부동산기업을 포함해 여덟 개 사업체를 운영한다는 이다. 맞다. 롤러코스터 같은 사연을 업은 ‘그’다. 사업에 실패한 뒤 잔뜩 빚을 떠안고 파산. 바닥부터 다시 시작했다는데 3년 만에 백만장자 반열에 올랐단다. 그것도 서른 살의 나이에. 영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자수성가한, 말 그대로 ‘입지전적’인 인물로 오르내린다니. 그럴 만도 하다. 왜 궁금하지 않겠나. 돈은 어찌 버는 건지, 무엇을 사고 무엇을 팔아야 하는지, 부자는 과연 하늘이 내린 사람인지, 부를 부르는 주문은 따로 있는 건지.

책은 그 열화와 같은 질문공세에 부응한 백만장자의 대답이다. 부를 끌어당기는 메커니즘이 박힌 ‘돈 철학’이고, 남의 다리 긁는 듯했던 부의 일반론을 다시 잡는 ‘부의 법칙’이다. 흥미로운 건 이제껏 수없이 접해오던 돈 얘기와는 좀 다르다는 건데. 저자인 백만장자는 경제학자가 아니다. 그간 숱하게 시달린 경제논리엔 굳이 들어서려 하지도 않는다. 주류경제학이니 비주류경제학이니 따질 것도 없다. 정교한 경제이론 자체가 빠져 있으니. 그나마 툭툭 던지는 경제지식도 세련된 포장과는 거리가 먼 날것 그대로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가장 빨리, 가장 현실적으로 부자가 되는 방법”이란다.

△바닥 쳐본 30대 백만장자의 ‘돈’

탄탄한 경제이론이 아닌 감각적으로 부를 좇는 촉을 전수받으려 한다면 책은 꽤 적절해 보인다. 습관을 깨고 뻔한 생각을 뒤집고 편견을 부수고, 돈에 대한 고정관념을 들었다 놨다 한다. 덕분에 책에는 지금까지 별로 보지 못한 참신한 생각이 줄을 잇는데. 몇 가지만 엿보자.

시작은 ‘돈이 행복을 만든다’는 천진한 이야기로 풀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고 한 거짓말은 이제 집어치우란다. 행복을 위해 더 자주 더 쉽게 돈을 쓸 수 있지 않겠느냐는 거다. 페라리가 있다면 녹슨 고물차를 갖고 있던 때보다 행복할 거라고 대못까지 박았다. ‘돈 벌기는 생각하기 나름’이라고도 했다. 돈벌이는 학습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서란다. 만약 내가 지금 가난한 상태라면 돈을 벌 수 없어서가 아니라 돈 버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란 거다. 게다가 ‘억만장자 DNA’ 같은 건 본 적도 없다고 했다. 투자천재란 조지 소로스는 단 하루에 1조원을 벌어들인 적이 있고,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의 연소득은 11조원이라지만 누구도 억만장자 DNA를 물려받지 않았다는 거다.

‘빈익빈 부익부’란 불멸의 진리에도 딴죽을 건다. ‘부자만이 더 큰 부자가 될 수 있단 건 편견’이라고. 거금이 생긴 사람 중 70%가 5년 내 그 돈을 다 탕진한다는 통계가 말해준단다. 결국 가진 돈을 관리하는 법을 배운 사람만이 더 많은 부를 쌓을 수 있단 말이다.

종국엔 가난한 사람과 부자가 벌인 ‘돈과 부 철학 배틀’로 정점을 찍었다. “돈을 벌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가난한 사람의 생각에 부자는 “돈을 벌기 위해선 아이디어·에너지·소비가 필요하다”고 받아친다는 거다.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한다”에는 “돈이 열심히 일하게 만들어야 한다”로, “돈을 벌 시간이 없다”는 데는 “가치가 낮은 일을 할 시간이 없다”로 대응하고. “청구서 비용을 지불했더니 남는 게 아무것도 없더라”는 가난한 사람의 푸념에는 “나한테 쓸 것을 먼저 쓰고 남은 돈으로 청구서 비용을 지불한다”로 응수할 수 있단다. 급기야 “사람들은 내가 돈 때문에 변했다고 판단할 거다”란 가난한 이의 걱정에 부자는 “사람들은 어쨌든 나를 평가할 거다”로 다독인다고.

△열심히 오래 일하면 성공한단 환상 깨야

이 모두를 종합해서 그린 큰 그림은 이런 거다. 거래가 있었다. 어떤 사람이 돈을 잃었다. 그 돈은 어디로 갔나. 다른 사람이 돈을 번 건가. 천만에. 그저 돈이 이동한 거란다. 돈에 가장 적은 가치를 두는 사람으로부터 가장 많은 가치를 두는 사람에게로. 그 의미대로 움직일 뿐 돈은 누가 잃고 벌고의 문제가 아니란 뜻이다. 어찌 보면 이제까지 출현했던 경제담론 그 이상의 ‘형이상학’처럼도 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반면 젊은 치기도 흘려뒀다. ‘열심히 오래 일하면 성공한다는 환상에서 깨라’는 게 대표적. 어차피 다른 누군가를 부유하게 만들어주는 일에 시간을 쓸 거라면 말짱 ‘꽝’이란 소리다. 단계란 게 있어서 그렇단다. 부를 쌓는 첫 단계에선 ‘열심히’가 추진력을 얻지만 점차 전략·비전·리더십 단계로 접어들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단 주장이다. 대신 신뢰를 관리하고 네트워크를 관리하라고 조언한다.

그렇다고 투자·소비에 대한 ‘불변의 진리’까지 마다한 건 아니다. 흥분하면 망친다, 재정문제가 걱정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손실에 대한 강한 두려움이 되레 수백만달러를 날린다 등등. 백만장자에게도 보편적 철칙은 있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부의 가치는 ‘나눌 때’ 배가된다는 확신이다. 이른바 ‘부자가 지불하는 가난비용’이란 건데. 존 록펠러, 앤드류 카네기 등을 끌어오고 하다못해 미국 금융사기꾼인 찰스 키팅이 테레사 수녀의 주요 기부자였던 점을 상기시킨다.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나누란 얘기다.

2017년 기준으로 세계에 3500만명쯤 된다는 백만장자의 공통점도 꼽았다. 자신의 비전을, 잠재적 형태의 비금전적 부를 현금화할 줄 안다는 거다. 그러곤 무서운 한마디를 던진다. “정확히 당신의 가치만큼 벌게 돼 있다”고. 관건은 돈줄이 아닌 자신에게 달렸다는 뜻이다. 결국 ‘생각이 비딱하면 들어오던 돈도 되돌아나간다’는 철학인데. 어떤가. 젊은 백만장자가 일러준 대로 생각 한번 바꿔 봐도 손해 볼 건 없을 듯한데. 어차피 돈 드는 일도 아니지 않나.

오현주 (euano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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