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대책 1년] 강남 집값은 못잡았지만 노원·금천구는 잡았다

한상혁 기자 2018. 8. 1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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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정부는 강남 재개발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초강세를 보이자, ‘8·2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주택시장에선 8·2대책을 두고 “지금까지 역대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 중 가장 강력하다”고 평가했다. 대출 규제와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재건축 규제 등의 지난 정부에서 나온 모든 강력한 규제가 모두 포함돼 있었다. 8·2대책으로 기세 좋게 오르던 서울 집값이 곧 잡힐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를 비롯한 강남권 아파트들./조선일보DB


땅집고는 KB국민은행의 부동산 통계를 바탕으로 ‘역대급’ 부동산 대책인 8·2대책이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집값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살펴봤다.

■ 8·2대책 강남 집값은 못 잡았지만, 노원·강북·은평·금천은 잡았다

자료=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에 자료에 따르면 8·2대책으로 정부가 노원구·강북구·은평구·금천구 아파트 값을 진정세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대책 발표 이후 지난 1년 간 서울에서 아파트 가격은 평균적으로 8.7%포인트 상승했다. 서울의 전체 25개 구 중 상승률이 가장 낮은 곳은 노원구(4.41%)였다. 노원구는 대책 발표 직전 아파트 가격이 급등해 투기지역으로 지정된데다,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규제 유탄까지 맞으면서 지난 1년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서울 25개 구 중 가장 낮았다.

이어 강북구(4.6%), 은평구(4.9%), 금천구(5.3%) 순으로 집값 상승률이 낮았다. 중랑구, 강서구, 구로구 아파트 가격 상승률도 6% 이하에 머물렀다. 이들 지역은 서울 평균 상승률에 비해 3% 포인트 정도 낮았다. 노원구 주민 윤모(54)씨는 “서민을 위해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가 엄청난 규제를 쏟아내더니 강남 집값은 지금도 오르고 있다”며 “노원구, 강북구, 금천구 집값 잡으려고 8·2대책을 발표한 것이냐”고 말했다.

반면, 8·2대책이 강남 아파트 값을 진정시키는 데에는 별효과가 없었다. 서울 25개 구 중 8·2대책 발표 직전인 2017년 7월 대비해 아파트값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지역은 강남구(13.6%)였다. 2위는 역시 ‘강남 3구’에 속하는 송파구(13.4%)였다. 3위는 강동구(11.4%)였다. 서울 평균 상승률보다 5~4%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강남권 외에도 이른바 ‘마·용·성·광’(마포·용산·성동·광진구)으로 불리며 강남 대체지로 떠오르고 있는 강북 중심 지역들도 지난 1년간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성동구(12.7%)의 상승률이 25개구 중 3위, 강남권과의 접근성이 좋은 광진구(11.8%)는 4위였다.마포구(10.94%)와 용산구(10.9%)도 각각 8위와 9위에 올랐다.

■8·2대책, 수도권에선 ‘분당’ 빼고는 집값 잡혀, 지방은 ‘초토화’

자료=KB국민은행.


경기도는 8·2대책 1년간 아파트값이 1.8% 상승에 그쳤다. 경기·인천 지역에서 입주 물량이 많고 서울(강남)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의 아파트값이 지난 1년간 확실히 잡혔다. 평택(-4.3%)의 하락률이 가장 컸고, 안산(-1.6%), 오산(-1.4%), 광주(-1.1%) 등도 아파트값이 떨어졌다. 인천(0.73%)은 전체적으로 소폭 올랐지만 서구(-0.5%), 중구(-0.2%)는 하락했다.

하지만, 강남권과 가까운 성남(11.3%)은 집값이 올랐다. 특히 ‘경기도의 강남’으로 볼 수 있는 분당(13.7%) 아파트값이 급등해 성남 전체의 집값을 끌어 올렸다.

자료=KB국민은행.


지방 대부분은 8·2대책으로 집값이 하락세로 바뀌었다. 8·2대책 이후 경남(-5.4%)과 경북(-3.5%)을 비롯해 아파트값이 떨어진 곳이 오른 곳이 더 많다. 특히 지방 부동산 경기 하락과 기반 산업 침체가 겹친 경남은 거제(-8.7%)와 창원(-7.9%) 아파트값이 급락했다.

이외에도 부산(-0.7%)·울산(-3.2%)·충북(-3.7%)·충남(-2.2%)·전북(-0.9%)·경남(-5.4%)·제주(-1.2%)의 집값이 줄줄이 하락했다. 지방은 인구 감소와 수도권 쏠림 현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에서, 정부의 규제까지 이어져 주택시장의 침체기가 장기화되고 있다. 특히 경남 창원, 울산, 군산 등지는 제조업 몰락 충격까지 더해져 주택시장은 더 큰 충격은 받았다.

국토교통부는 “8·2대책을 비롯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강남 집값을 잡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주택시장에선 정부가 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나 최근의 종합부동산세 강화, 재건축 규제 등이 강남권의 수요를 줄이기 위한 정책이라고 보고 있다.

8·2대책 이후 강남 집값은 계속 오르고, 서울 외곽과 지방 집값이 하락한 것은 정부가 의도한 것은 아닌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구조 자체가 강남 집값 보다는 그외 지역의 집값에 더 충격을 주는 구조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부동산 정책이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졌다”며 “지방이나 서울 외곽의 집을 팔고, 강남 집을 보유하는 경향이 강해지다 보니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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