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년새 7억 뛴 용산, "이번엔 진짜죠?"

김노향 기자 입력 2018. 8.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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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여의도가 들썩인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통합개발 마스터플랜 발언에 따라서다. 집값 안정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해온 정부는 서울시의 움직임에 즉각 제동을 걸었다. 일각에서는 개발보다 보존과 재생에 무게를 뒀던 박 시장의 행보와 상반된 용산·여의도 개발계획에 대해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전시성 행정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머니S>는 용산·여의도 통합개발 마스터플랜의 내용을 짚어보고 해당 지역 주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다. 또 용산·여의도의 올바른 개발 방향에 대해 전문가의 조언도 구했다. <편집자주>

[용산·여의도 개발, 여의주 품을까] ② '기대와 실망' 롤러코스터 타는 용산

# 8월3일 낮 1시 서울 청파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전화와 언제부턴지 모르게 대기 중인 손님의 성화까지 사무실은 분주했다. “이곳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30년 넘게 운영했는데 요즘이 제일 바빠요. 단독주택, 빌라, 오피스텔, 뭐든 있으면 사겠다는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건씩 걸려옵니다. 실제로 거래도 많아요.”

# 8월6일 낮 1시 서울 이촌2동 주민센터 앞 카페. 30~40대로 보이는 주부들이 삼삼오오 모여 부동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조금 전 부동산 다녀오는 길이에요. 10년 전에 개발한다고 난리였다가 다시 안한다고 했다가 또 한다고…. 이제는 높으신 분들이 하는 말은 안믿고 싶네요.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하는 거예요?”
용산역 앞 고층빌딩들. /사진=김노향 기자

서울 도심의 관문이자 대한민국 철도교통의 심장인 용산. 2018년 8월 용산의 눈과 귀가 부동산에 쏠린 이유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마스터플랜’ 때문만은 아니다. 73년 동안 서울에 주둔하던 주한미군 용산기지의 평택 이전이 거의 완료됐고 곳곳에 바리케이드를 친 공사장은 분주하다.

인터넷커뮤니티에서는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돈이 없으면 빚을 내서 사야 한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온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 ‘단군 이래 최대개발’이라던 용산개발은 이미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다. 국가소유의 철도사업부터 노후주택 재건사업, 상권 재개발까지 온갖 크고 작은 이권사업이 첨예하게 대립한 용산 부동산은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다.

◆“앞으로 20~30년은 용산 개발시대”

2007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발표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은 11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러 상흔이 아물지 않았다. 당초 계획했던 용산차량사업소 부지와 이촌2동(옛 서부이촌동) 통합개발은 2013년 시행사 부도로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보상금에 반발하던 주민과 상인들의 방화사건은 물론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용산참사는 큰 상처를 남겼다.

개발의 상흔을 안은 용산이 다시 꿈틀거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용산·여의도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늦어도 내년 7월에는 사업을 본격 추진해 2021년 착공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아직은 용산과 여의도를 호텔·주거·업무·상업 기능이 있는 서울 부도심으로 만들어 서로 연계한다는 밑그림 정도만 나온 상태다.

문제는 국토교통부가 제동을 건 만큼 마스터플랜의 내용도 일부분 후퇴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다만 초대형개발이라는 큰 틀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 얘기다.

김성호 OK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아직 마스터플랜이 수립되지 않아 어디를 개발하고 어디를 제외할지 모른다”면서도 “어떤 방향이든 용산은 기회의 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마스터플랜 반대 발언은 문재인정부의 주거안정 정책이 실패할까봐 한 것인데 문 대통령이 추진한 남북 경제협력도 큰 그림에서 보면 용산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마스터플랜에는 서울역을 남북과 유라시아를 잇는 기찻길로 만든다는 청사진도 담겼다. 김 대표는 “남북 정상회담 직후 열린 첫 고위급회담이 경제정책 아닌 철도정책을 어젠다로 삼은 것은 철도개발이 남북 경제협력의 최우선 과제기 때문”이라며 “마스터플랜의 현실성이 당장은 낮다고 보는 사람이 있지만 앞으로 20~30년은 ‘용산 개발시대’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서울역. /사진=김노향 기자

◆단톡방 하루 수백개 글… 찬반 분분

용산은 개별 개발도 무섭게 진행 중이다. 용산역 앞 아모레퍼시픽 사옥과 래미안용산·용산푸르지오써밋·용산센트럴파크해링턴스퀘어 등 최고 80억원대의 고급오피스텔은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화제를 모은다. 여기에 박 시장의 마스터플랜이 기름을 부은 격이다.

서울역-용산역 철도를 지하화한 땅 위에 뉴욕 센트럴파크와 같은 도심공원을 짓는다는 계획이 성사되면 용산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 서울역을 사이에 두고 나뉜 후암동·청파동 일대가 꿈틀대는 이유다.

후암동은 미군기지 북쪽 동네로 최근 1년 새 집값이 30% 정도 급등했다. 후암동 일대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따르면 최근 지분 3.3㎡당 가격이 최고 7000만원에 달한다.

청파동 일대는 최근 용산구청이 주민들에게 공문을 보내 재개발사업에 대한 찬반 설문을 진행했다. 주민 당모씨(37)는 “설문 이후 주민 수십명이 모인 카톡방이 만들어졌는데 대부분 찬성하지만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개발구역에서 조금 벗어난 집에 살거나 이미 건설사의 이주지원금을 받아 다 써서 집을 압류당한 사람들이 반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재건축사업은 마스터플랜에 혼선을 빚기도 한다. 서울시는 마스터플랜에 포함될지 모른다는 이유로 이촌동 왕궁아파트 등의 재건축일정을 늦췄다.
이촌동 단독주택과 아파트. /사진=김노향 기자

◆“개발 기대감 저버린 정부, 화나요”

이촌동 일대는 서울역-용산역 일대 못지않은 마스터플랜의 영향권이다. 불과 몇개월 전만 해도 낡은 상가 문이나 건물 외벽에 용산참사의 흔적인 ‘개발 규탄’ 등의 빨간 페인트글자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사라졌다.

4호선·경의중앙선 이촌역을 나오면 이촌1동 아파트숲이 나타난다. 서울 도심과 가깝고 여의도 63스퀘어가 눈앞에 보이며 남쪽으로는 한강 조망이 가능해 서울 최고의 입지로 꼽히는 동부이촌동이다.

그러나 한강을 따라 이촌2동 방향으로 걷다보면 낡은 주택과 아파트가 난립한다. 화려한 고층아파트나 빌딩과는 동떨어진 듯한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1970년 준공한 이촌동 시범아파트는 바깥벽에 금이 가고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69㎡ 매매가가 6억5000만원이다. 1년 전 4억4000만~4억8000만원 하던 아파트다. 인근 대림아파트는 지난해 9억1000만~11억500만원 하던 114㎡가 최근 17억원까지 뛰었다.

이 동네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기자에게 화를 내기도 했다. 그는 “개발이 자꾸 번복되니까 모르겠다. 국민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건 인정하지만 더 이상 기자들이 찾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인터뷰를 거부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3호(2018년 8월15~2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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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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