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의 덫-부동산②] 꽉 막힌 대출..멀어진 실수요자 내집마련 꿈

원나래 기자 2018. 8.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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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 원나래 기자]
정부는 지난해 8·2부동산대책을 통해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40%까지 낮췄다.ⓒ연합뉴스

“요즘 아파트 한 채가 얼마인데 어떻게 대출 없이 집을 사요?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5년을 고스란히 모아야 경기도 외곽에 있는 작은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던데...그것도 예전에 대출이 수월할 때나 가능한 이야기지. 9년 전 신혼 때 무리해서 집을 장만했어야 했는데 이제는 턱없이 오른 아파트 값에 대출 길까지 막혀 도저히 집살 엄두가 안나요.”

42세 직장인 김모씨는 이제 두 아이의 아빠가 되면서 전세살이를 끝내려 수차례 집을 알아봤지만, 결국 당분간 주택 구입을 접기로 마음먹었다.

정부가 집값을 위해 부동산 규제를 연이어 내놓고 있지만, 이러한 부동산 규제들이 집값을 잡기는커녕 오히려 김씨와 같은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만 점점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8·2부동산대책을 통해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40%까지 낮췄다. 대출이 한건이라도 있는 경우에는 이 기준보다 10%를 더 낮춰 적용된다. 이어 10·24가계부채종합대책에선 DTI 비율 산정 시 기존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모두 반영하는 신(新) DTI 도입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투기지역 내에서도 서민 실수요자는 LTV 비율 제한을 10% 완화해 집값의 50%까지 대출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실질적인 부부합산 연소득 등을 따지면 실질적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비율은 줄어든다.

서울 강북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재 서울의 경우에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있어 집값의 4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면서도 “하지만 부부합산 연소득과 개인 신용 등급에 따라 실질적으로 대출을 받는 정도는 대부분 30% 안팎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 번에 주택자금을 마련해야하는 기존 아파트 보다는 보통 2년이라는 입주기간동안 분납이 가능한 신규 청약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그러나 신규 아파트에 대한 대출 사정 역시 녹록치 않다. 기존 아파트에 대한 대출 문턱도 높아졌지만, 신규 아파트에 대한 대출 역시 높은 건 마찬가지다.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서 분양가격이 9억원 이상일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이 보증을 해주지 않으면서 은행에서 중도금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됐다.

결국 10억원 아파트를 구입할 때도 7억원의 현금을 보유해야하고, 10억원 신규아파트를 청약 당첨돼도 입주 이전까지 계약금과 중도금에 해당하는 7억원을 스스로 마련해야한다. 때문에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을 위한 기존 아파트 구입은 물론 청약도 포기하는 상황이 부지기수다.

특히 9억원이 넘지 않는 신규분양 단지 청약은 이상 과열 현상을 보이고 있다. HUG는 고분양가 제한을 통해 단지가 분양될 경우 분양가를 최근 1~2년 내에 분양된 인근 지역 평균 분양가나 평균 매매가격보다 10% 이상 올리지 못 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는 갈수록 높아지는 신규 분양가가 인근 지역 전체의 집값을 상승 견인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 취지다. 그러나 주변보다 낮은 가격에 향후 높은 집값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로또 청약’이라는 역효과도 불러오고 있다.

서울의 한 아파트 청약 당첨자는 “분양가 규제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로또 아파트’에 당첨됐다고 주변에서 한 턱 쏘라고 하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다”라며 “원래 인근에 세입자로 살다가 아이들 학군 때문에 옮기지 못해 거주 목적으로 청약을 넣은 건데 당첨되긴 했지만 ‘로또 아파트’라 해도 사실상 높은 가격에 자금계획을 마련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한편, 부동산114가 최근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을 조사한 결과, 9억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는 16만5324가구로 2005년에 비해 5.6배나 증가했다. 매매가 6억원을 초과하는 서울 아파트는 2005년 6만6841가구에서 올해 32만460가구로 4.7배 증가했다.

아파트 가격이 평균 6억원을 초과하는 자치구도 3배 이상 증가했다. 2005년에는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 중 강남(8억5603만원), 서초(7억7953만원), 송파(6억6593만원), 용산(6억5252만원) 등 네 곳이 6억원을 넘어섰지만, 올해는 매매가가 6억원을 넘는 지역이 강남구(16억838만원), 서초구(15억7795만원), 용산구(11억6504만원), 송파구(11억5395만원), 성동구(8억4435만원), 광진구(8억1500만원), 마포구(7억6938만원), 강동구(7억6740만원), 양천구(7억6717만원), 종로구(7억4401만원), 중구(7억4285만원), 동작구(7억1498만원), 영등포구(7억471만원) 등 13개 지역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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