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가 끌고, 재개발이 밀고"..재평가받는 강북

김수현 기자 2018. 8. 17.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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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 지역이 주거지역으로서 재평가를 받으며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그래픽=정다운

그동안 강북권은 낡은 구도심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 몇 년간 강북권 곳곳이 새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하고 각종 개발호재가 더해지면서 강남과의 격차를 줄여가고 있다.

◇가격에 거래량까지 강남 뒤쫓는 강북

1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서울 강북권역 주택 매매가는 3.03% 오르며 지난해 상승률(2.87%)을 이미 뛰어넘었다.

같은 기간 강남권 상승률(3.90%)에는 못 미치지만, 올해 3월 이후 강북권의 월별 오름폭이 강남권보다 줄곧 높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 지역별로 보면 마포구가 6.37%, 용산구가 5.48% 올라 1·2위를 기록했다. 둘다 강북 지역이다.

강북 지역은 거래량도 뒷받침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강북 14개 자치구 주택 거래량은 2만7909건으로, 지난해 하반기 2만8079건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같은 기간 강남 11개구 주택 거래 건수가 2만7764건에서 2만3713건으로 4000건 가까이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강북권 주택 거래가 더 활발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업계에선 강북 지역이 강남 지역 ‘갭 메우기’ 장세에 들어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강남권이 워낙 많이 올랐고, 정부가 재건축 고가주택이 몰려 있는 강남권을 대상으로 각종 규제를 밀어부친 만큼 덜 오른 강북권 등의 지역이 따라 오르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갭 메우기만으로는 강북 강세를 설명하기엔 충분치 않다. 재개발과 같은 정비사업을 통해 강북 지역에 새 아파트 대단지가 잇따라 들어서고 교통 호재가 잇따르면서 강북의 위상이 아예 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김재언 미래에셋대우 부동산 세무팀장은 “강북에 새 단지가 대거 들어섰고 GTX나 도로 지하화, 역세권 개발과 같은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여기에다 강북이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이 더해지면서 상승세를 탔다”고 설명했다.

◇교육여건까지 바꿔놓은 새 아파트 단지들

교육 여건도 개선되고 있다. 4000가구에 육박하는 마포구 아현동 아현뉴타운 3구역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가 지난 2014년 9월 들어서며 일대 ‘대장 아파트’로 자리 잡은 것을 시작으로, 인근에 ‘공덕자이’(아현뉴타운 4구역·1164가구), ‘래미안 마포 리버웰’(용강2구역 재개발·563가구), ‘래미안 마포 웰스트림’(현석2구역 재개발·773가구), ‘e편한세상 마포 리버파크’(용강3구역 재개발·547가구) 등이 줄줄이 들어섰다.

새 아파트가 들어서 30~40대 중산층이 몰려들면서 지역 약점으로 꼽혔던 교육여건도 달라지고 있다. 대흥역~공덕역 사이 백범로를 따라 입시학원과 보습학원, 미술학원 등 각종 학원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대치동 유명 학원들도 이 일대에 분점을 내고 있다. 선호도 높은 주거지역의 필수 요건인 교육환경을 갖춰가고 있는 것이다.

직주근접 강점이 크지만 새 아파트 공급이 거의 없었던 서울 사대문 안에 2000여가구의 대단지 ‘경희궁자이’가 지난해 2월 들어서자 신흥 주거지역으로 떠오른 것도 이와 비슷하다. 이곳은 종로구 교남동 일대 돈의문뉴타운 1구역을 재개발한 단지인데, 입주 직후부터 전용 84㎡가 10억원을 돌파하는 등 사대문 안 최고가 아파트로 등극했다. 최근에는 같은 면적이 14억 중반을 호가한다.

◇재개발에 개발호재 잇따라…“강남 따라잡긴 어려울듯”

재건축이 정부 규제 직격탄을 맞은 사이 강북 지역에 집중된 재개발이 최근 두드러지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달라진 이 지역 평가를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청량리뉴타운과 이문·휘경뉴타운 등 동대문 일대 재개발 사업이나 은평구 수색·증산뉴타운 개발로 새 아파트촌이 생기면서 집값도 따라 올랐다.

그간 강남에 집중됐던 개발호재가 강북에서도 조금씩 생기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부터 여의도·용산 개발 구상 의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고, 창동·상계 등의 도시재생 사업도 진척을 보이고 있다. 올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사업이 확정된 데 힘입은 은평구 일대도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타기도 했다.

그래도 강북이 강남을 완전히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재개발을 통해 강북 주거환경이 좋아지면서 저평가 됐던 곳들이 재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하지만 대부분 계획도시로 만들어진 강남 특성이나 생활편의시설, 교육환경이 여전히 강북보다 우위라 격차가 사라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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