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준공도 철거도 '중단'..골칫덩이 '방치 건물'

김병용 2018. 8. 20.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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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차를 타고 지나다니다 보면, '저 건물 왜 이렇게 오랫동안 공사를 하고 있지?' 생각드는 건물이 있죠.

공사는 시작했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준공은 되지 못한채 그야말로 흉물로 남아버린 이른바 '방치 건물' 전국적으로 300여 곳에 이르는데요,

도시 미관은 물론 안전 문제까지 있어 주민들의 걱정은 큽니다.

우리 동네의 랜드마크나 자랑거리가 아닌 골칫덩이 '방치 건물'의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의 한 전철역 앞. 시민들이 오고가는 번화가 한가운데 어울리지 않는 건물 하나가 우뚝 서있습니다.

[조점옥/경기도 고양시 : "아니 이게 사람들이 드나들고 그래야 하는데 흉가나 마찬가지야."]

90년대 중반 복합쇼핑물로 공사를 시작했는데, 완공은 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돼 있는 겁니다.

[인근 상인/음성변조 : "투자한 사람들이 몇 번 바뀌어서, 업체가 몇 번 바뀌어서 그렇게 됐다고 그러는 것 같던데……."]

[김미경/경기도 고양시 : "건물이라는 게 사람의 인적이 없으면 노후화되기 마련인데 저렇게 오랫동안 방치된 게 좀 걱정스럽습니다."]

경기도의 또다른 도심.

마치 영화 속 유령 도시처럼 건설이 중단된 아파트 단지가 우뚝 서 있습니다.

짓다 만 건물 사이사이 철근이 이렇게 튀어나와 있고 베란다 창틀은 휘어진 곳도 보입니다.

[추승훈/경기도 이천시 : "짓다 말고 철근만 뽑혀 나와 있어서 지키는 사람도 없어서 귀신이 나올 것 같아요."]

900여 세대의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공사 중단으로 방치된 지 벌써 15년째. 현재도 소송이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솔직히 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무너뜨리거나 저기다 다른 걸 짓거나 해서 다르게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십여 년 이상 버려진 방치 건물은 비단 도심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관광객들이 자주 오가는 춘천.

도로를 달리다보니 눈에 띄는 건물이 하나 있는데요.

[인근 주민/음성변조 : "스카이워크 때문에 많이들 오시는데 "이 건물은 왜 이러고 있어요? 부도났어요? 불났어요?" 다 물어보죠."]

예식장으로 짓다가 공사가 중단됐는데, 이곳 역시 90년대 초에 부도가 나 공사가 중단된 지 20여 년이 지났습니다.

폐건물처럼 방치되다보니 청소년들의 탈선장소가 되기도 합니다.

[조정원/강원도 춘천시 : "여기 지하에 보니까 중.고등학생 애들이 한 열댓 명이 있더라고요. 술도 먹고 뭐 아주 난장판이었어요."]

특히, 밤이 되면 오싹한 느낌에 아예 이곳은 피해 다니게 된다는데요.

[조정원/강원도 춘천시 : "숨어있다 나와서 자기를 해할까봐 무섭다고 여기 잘 안 지나다녀요."]

이번에는 대학생들의 MT 성지로 유명했던 강촌입니다.

등산로를 따라가다보면, 다리 아래로 드넓은 부지에 녹슨 자재들이 두서없이 놓여진 공사 현장이 보입니다. .

20여 년전 콘도로 짓다가 자금 문제 등으로 공사가 중단됐는데, 지금은 아예 건축 승인 자체가 취소됐습니다.

[안창복/강원도 춘천시 : "콘도 짓다가 또 부도나고 다른 사람이 들어와서 하다가 안 되고 안 되고 그래서 안 하는 거예요."]

콘도 인근에는 13층 높이의 타워를 짓다가 중단한 흔적도 남아 있습니다. 위험할까봐 아예 막아놓았다고 하는데요.

[박기만/강원도 춘천시 : "거의 한 3미터 정도 내려갔었을 거예요. 비가 오면 완전 바닷가에요. 바닷가. 그래서 너무 위험해서 우리가 시에다 자꾸 얘기해서……."]

이렇게 공사가 중단된 건물만 2개. 완공됐지만 비어 있는 건물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MT 대학생들로 북적거렸지만, 경춘선 개통으로 강촌역이 폐쇄되면서 관광객이 줄어드는 등 경기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입니다.

[안창복/강원도 춘천시 : "전철이 생기는 바람에 학생들이 대성리, 가평, 청평 이런 데로 가는 거예요."]

[박기만/강원도 춘천시 : "먼저 살던 사람들이 다 떠나가고 그러니까 아주 보기 흉하죠. 여기만 해도 빈 집이 벌써 7, 8채 돼요."]

예전 추억에 젖어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씁쓸한 마음만 안고 돌아가게 된다고 합니다.

[정다현/서울시 도봉구 : "전에 왔을 때는 이런 게 많지 않았는데 지금 이렇게 공사 중인 것도 많은 걸 보니까 좋지는 않은 거 같아요."]

이처럼 방치된 건물은 전국적으로 380여 개 정도 된다고 합니다.

문제는 방치 기간이 10년 이상인 건물이 절반이 넘는다는 겁니다.

[권기혁/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 "공사를 하다가 중간에 관뒀기 때문에 그게 10년쯤 되면 팽창되기 시작해서 균열이 발생하고 그러면 더 빨리 철근에 녹이 발생해요. 그렇게 되면 철근 콘크리트 건물은 상당히 빨리 붕괴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안전 조치를 빨리 취해야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현행법상 지자체가 해당 건물을 취득해 정비할 수 있지만 복잡한 이해관계에 묶여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음성변조 : "공사 중단 원인이 자금 부족, 부도, 소송 및 분쟁이 주된 사유입니다. 예를 들자면 대형 상업시설일 경우에 시공사가 부도로 공사 중단이 되면 복잡한 권리관계 해소가 매우 어렵고 또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결국 방치된 건물을 보고, 또 옆에 두고 살아야 하는 주민들만 고통받고 있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도시가 저거 하나 때문에 흉물이 됐잖아요."]

[인근 주민/음성변조 : "빨리 리모델링 됐으면 좋겠죠. 흉물스럽게 이렇게 있으니까. 경관도 해치고……."]

지자체마다 연말까지 방치건물에 대한 정비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는데요.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병용기자 (kb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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