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집값', 필요한 건 종합대책 아닌 단일대책!

임수강 금융평론가 2018. 9. 11.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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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다주택자 담보대출 규제라도 제대로 하라

[임수강 금융평론가]

 

정부여당이 부동산 가격을 잡을까, 그 반대일까?

정국이 단순 명쾌하게 정리되어 가는 모습이다. 정부여당이 부동산 가격을 잡을 것인가, 아니면 부동산 가격이 정부여당을 잡을 것인가?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며 그 동안 여러 차례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는 잠잠해지기는커녕 오히려 세력을 키워 이제는 정부여당의 운명에 칼을 겨누는 형국에 이르렀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집 없는 서민, 앞으로 결혼하고 집을 마련해야할 젊은 세대, 상가 임대료를 올려줘야 할 소상공인 등이 대거 집권여당에 등을 돌렸고, 대통령의 지지율은 단숨에 30%가 떨어졌다. 참여정부 사례를 볼 때, 수도권 중심의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 앞으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지방 주민들이 지지대열에서 추가로 이탈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더 낮아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의 부동산 대책은 방향조차 잘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며 내놓는 방안들은 좌충우돌이다. 심한 경우는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과 거꾸로 가는 정책을 당이 태연하게 내놓기도 한다. 예컨대, 임대사업자 지원제도와 다주택자 중과세제는 서로 모순되는 정책이다. 다주택 보유를 한쪽은 장려, 확대하자는 정책이고 다른 쪽은 억제하자는 정책이다. 정부여당은 다주택 보유를 억제하자는 것인가 확대하자는 것인가?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급격하게 떨어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또 다른 종합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한다. 어떤 내용이 들어갈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종합대책"이라는 용어 자체에서 이미 짚이는 바가 있기는 하다. 관료 사회에서 종합대책이라는 용어는 보통 알맹이가 없다는 사실의 다른 표현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정부는 세제, 금융, 청약제도, 주택공급, 불법행위 엄정단속 등을 망라한 "종합대책"을 마련했다고 발표하지 않았던가.

그렇지만 앞으로 발표할 정부 종합대책이 실제로 정말 내용이 없고, 그리하여 또 다시 부동산 상승세가 나타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발표하더라도 국민들이 다시는 믿지 않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다주택자 담보대출 규제가 핵심

현재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은 실물 부문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투기 부문을 여기저기 누비고 다니는 1117조 원의 화폐형태 자본이다. 이 돈이, 주식시장으로 따지자면 전형적인 유동성 장세를 만들면서, 부동산 가격을 띄우고 있는 것이다. 최운열 의원이 적절하게 지적했듯이 이 떠돌이 자금을 그대로 두고는 부동산 가격 급등을 막을 수단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부동자금의 위력은 지난 7월 한남동의 한 고급 임대아파트 청약에서 엿볼 수 있었는데, 단 하루에 1800명이 7조2000억 원을 동원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렇게 본다면 결국 집값 상승의 책임은 한국은행(금융통화위원회)으로 돌아간다. 화폐량과 정책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단위가 한국은행(금융통화위원회)이기 때문이다. 화폐량을 시장에 내뱉어 놓은 주체도, 그리고 이를 쓸어 담아야 하는 주체도 금융통화위원회이다. 그런데 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의 구성은 금융자본가, 자산가 계급에게 유리한 쪽으로 심각하게 기울어 있다. 현재의 금융통화위원회 구조에서 집값 안정을 바라기는 쉽지 않은 상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는 금융통화위원회의 중립성을 정치적으로 요구하는 것과 함께 한국은행법을 개정하여 금융통화위원회의 구성을 중립적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시간이 걸리는 과제이고, 사실은 국회가 한국은행법을 개정할 의지가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차선으로, 행정수단을 동원하여 이 부동자금이 부동산 부문으로 흐르는 것을 틀어막는 대책을 고려할 수 있다. 다주택자들에 대해 추가 담보대출을 막고 기존의 담보대출은 만기가 돌아오는 대로 만기연장을 중단한다면 이들의 담보대출을 줄여나갈 수 있다.

다주택자 담보대출 제한은 현행제도 틀 속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정부가 특정지역을 투기지역으로 지정하면 그 지역에서는 다주택자의 담보대출이 제한된다. 이를 전면화하고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2주택 이상 담보대출 제한은 이미 2006년에 열린우리당이 정부에 제안한 바 있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행정안전부나 국세청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금융기관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2주택 이상 보유자의 담보대출을 제한하도록 정부에 요청했다. 물론 정부는 그러한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2016년 말 가계대출 통계를 보면 전체 주택담보대출 630조 원 가운데 다주택자들의 담보대출은 200조 원이다. 주택담보대출의 3분의 1 가량은 다주택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것만 통제해도 단기적으로는 충분히 투기를 잠재울 수 있다. 대책의 종류가 많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책의 실효성이 있느냐가 중요하다.

민간 임대사업자 지원제도는 엉터리

현재의 부동산 투기가 전형적인 유동성 장세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면 임대사업자 지원제도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정책이다. 이 임대사업자 지원제도가 현재 투기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흐르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유동성 장세에서 투기를 막는 가장 시급한 과제는 수로를 틀어막는 것인데, 이 임대사업자 지원제도는 거꾸로 수로를 활짝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것이 전월세와 집값의 안정을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임대사업자 등록자에 대해서 지방세, 소득세, 양도세, 종합부동산세를 감면해주겠다고 했고 건강보험료 부담도 줄여주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 방안은 단순하게 다주택자의 서류상 등록만을 유도한 것이 아니라 추가적인 주택 매수를 부추겼다. 임대사업자 등록은 무엇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제한을 받지 않고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했는데, 투기 국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것보다 더 큰 혜택이 어디 있겠는가.

실제로 임대사업자 대출 증가 현상이 두드러졌다.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이 크게 증가 했고 비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그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증가했다. 정부(주택도시기금)가 기업형 임대사업자에게 해주는 대출도 2016년 4146억 원에서 2017년에는 1조597억 원으로, 그리고 올해에는 상반기만 해도 벌써 1조4439억 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정부도 임대사업자 등록제를 통해 투기자본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임대사업자의 주택 매수 규모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기 때문에 주택 가격에 별로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양팔 저울이 한쪽으로 기울고 있을 때는 기우는 쪽에 약간의 무게만 더해도 급격하게 기운다. 현재 임대사업자 등록 활성화 제도가 바로 그 약간의 무게 역할을 하고 있다. 투기 국면에서는 시장에 나와 있는 물량을 조금 가두어 두어도 가격을 급등시킬 수 있다. 이 임대사업자 지원제도는 임대사업자들로 하여금 주택 매물을 거둬들이게 하고 추가 매수를 하도록 이끌고 있다.

문제는 임대사업자 지원 제도가 집값을 상승시키고 나아가 전세, 임대료까지 상승시킬 것이 분명했음에도 정부가 이를 집 없는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라면서 추진했다는 점이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분들은 자금 여유가 있는 부유층을 대상으로 이 임대사업자 제도를 활용할 것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다녔다. 그 분들은 이 제도의 본질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몇 명에게만 물어보아도 알 수 있는 것을 정부만 모르고 있었던 것일까.

사모펀드가 임대사업을 지배하는 세상

주택 임대사업자 지원 제도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주택 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으로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 이와 나란히 박근혜 정부는 2015년에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주택임대사업자나 기업형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해 조세혜택, 금융지원, 규제완화 등 각종 혜택을 부여했다. 이 임대사업 지원제도의 본질은 결국 다주택자들의 주택보유를 늘리자는 것이었는데, 어떤 면에서 보면 이는 박근혜 정부의 성격에 들어맞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일찍이 아담 스미드는 지대(임대료), 임금, 이윤은 본원적 소득에 속하고 나머지 다른 모든 소득은 이 본원적 소득에서 파생된 형태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지대(임대료)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는 역사적으로 항상 정치의 중심 문제였고, 그러한 사정은 오늘날에도 변함이 없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과거에는 농업 지대가 중심이었다면 오늘날에는 도시 건축지대가 중심이라는 점이다.

과거 유럽의 사민주의 정당들은 집에서 발생하는 임대료를 민간이 차지하는 것을 제한하려고 했다. 민간이 임대료를 차지하는 것이 서민의 삶에 불리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리에서 사민주의 정당들은 공공 임대주택의 확대를 주택정책의 핵심으로 삼았다. 이러한 흐름이 1970년대까지 이어지다가 이른바 신자유주의 시기가 되면 자본이 민간임대주택 시장에 침투하려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박근혜 정부의 민간임대주택사업 지원, 기업형 주택 임대사업 육성 정책은 멀리는 이러한 움직임과 맞닿아 있다.

가장 최근에는 주택 임대사업 분야에서 새로운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8년 글로벌 위기 이후 사모펀드가 주택 임대 사업에 진출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사모펀드, 곧 사적으로 모집한 펀드란 돈 많은 몇몇이 돈을 모아 금융규제의 제한을 받지 않고 굴리기 위해 만든 펀드를 말한다. 이 사모펀드들이 자회사로 임대주택 관리회사를 만든 다음 대규모로 주택을 사들이고 있다. 이러한 사모펀드들이 미국에서 수천 개가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예컨대 미국의 사모펀드 블랙스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 압류 주택을 시가의 30~40% 가격에 경매로 사들이는 전략을 구사했다. 블랙스톤은 대략 500~1000채를 하나의 자산 패키지 단위로 묶어 관리했는데, 한 지역에서 1만5000채를 사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블랙스톤은 미국의 12개 주요도시에서 3~4만 채의 주택과 아파트를 각각 구입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민간 임대사업자 지원제도와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정책은 이러한 사모펀드 지배 형태로 가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사모펀드가 주택 임대사업을 지배하게 되면 사회의 임대료는 사모펀드에 더욱 집중되고 개인의 삶에 대한 금융자본의 지배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임대사업자 지원제도는 심각한 위험성을 안고 있다.

현 정부는 우리나라에서는 공공임대주택을 일시에 확대하기가 어려우니만큼 기존의 민간 임대주택을 인정하고 활용하자는 논리를 내세워, 그리고 유럽 국가들도 임대사업자 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는 사례를 들어,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민간임대주택 지원을 확대하고 강화했다. 그렇지만 이는 금융자본의 지배력 성장을 도와주는 매우 잘못된 방향이다. 오히려 현 정부는 개인 임대주택사업과 기업형 주택임대사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축소하는 쪽으로 갔어야 했다. 


금융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정책 모색하라

부동산 가격은 이론적으로 보면 임대료를 자본화한 것이다. 무슨 애기냐 하면,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매년 백만 원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고 현재 이자율이 5%라면 이 권리는 2000만 원의 가치가 있다. 다시 말하면 2000만 원을 금융기관에 넣어 놓으면 해마다 1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시장에서 형성되는 금리가 2.5%로 떨어지면 이 권리는 4000만 원으로 평가된다. 금리가 내려가면 그 권리의 가격은 올라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매년 100만원의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부동산이 있고 시장금리가 현재 5%라면 그 부동산 가격은 2000만 원 언저리로 평가된다.

그런데 이 금리는 금융시장에서 형성된다. 이 때문에 부동산 가격은 태생적으로 금융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의존 정도는 이른바 신자유주의 시기로 접어들면서 훨씬 심해졌다. 그 이유는 금융이 담보대출 형태로 주택과 더 견고하게 결합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주택담보대출이 증권형태로 포장되어 자본시장에서 거래된다면 부동산 가격은 자본시장의 영향도 받게 된다. 더욱이 금융시장은 글로벌 수준에서 서로 연계되어 있다. 이리하여 한 나라의 주택가격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움직임과도 무관할 수 없게 되었다.

물론 글로벌 시장의 움직임이 국내에 곧장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중앙은행은 글로벌 수준의 영향을 줄일 수도 있고 계층들 사이에 달리 배분할 수도 있다. 특히 중앙은행의 의사결정은 국내 이해관계 집단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중앙은행은 항상 독립성을 주장하지만 그 독립성이 지켜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의사결정이 부동산 가격 문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주요 나라들에서 부동산 가격 거품이 생길 경우에는 항상 금리를 올릴 것이냐 말 것이냐, 어떤 금융 규제 수단을 선택할 것이냐가 논의의 중심이었다. 예컨대 1980년대 후반 일본의 부동산 거품 때는 재할인율 인상과 부동산담보대출 총량규제가 동원되었고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부동산 거품이 생겼을 때는 연방기금 금리 인상이 동원되었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세금이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과장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세금인상이 투기이득을 제한함으로써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부동산 가격 수준 자체를 결정할 수는 없다.

오늘날 주택 가격은 세계시장 맥락에서 결정되는 복잡한 자금의 흐름에 크게 의존한다. 따라서 한국적 상황에서만 통하는 투기 특효약 같은 것은 없다. 현 정부가 주택가격 정책을 수립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글로벌 금융시장과 동떨어진 부동산 가격대책이란 있을 수 없다.


임수강 금융평론가 (lins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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