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건 집뿐인데"..은퇴세대 '사면초가'

김수현 기자 2018. 9. 1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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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잠실동 한 아파트 45평(전용면적 119㎡)에 거주하는 이명자(72)씨는 요즘 걱정이 늘었다. 올해 그가 낸 보유세는 지난해보다 90만원 넘게 늘어난 420여만원인데, 내년에는 그보다 또 130여만원이 늘어난 560여만원을 낼 것으로 예상돼서다.

조선일보 DB

이씨는 "남들은 비싼 집에 살면서 그 정도 세금 인상도 감당 못 하느냐고 하겠지만, 소득은 없는데 보유세는 계속 오를 터라 집 처분 압박이 커졌다"면서 "죄인 취급하듯 벌을 주려는 것처럼 세금을 올리는데,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도 퇴로를 열어 주고 정책을 집행하면 좋겠다"라고 푸념했다.

‘9·13 부동산 대책’으로 일정 시세 이상 주택을 보유한 이들의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연금을 제외하면 마땅한 소득이 없는 은퇴세대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집값 안정을 명목으로 주택을 가진 특정 세대를 지나치게 옥죄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책에 따르면 고가 주택 보유자들의 종부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조선비즈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에 의뢰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12.96㎡와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 5단지 82.51㎡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올해 2270만원의 보유세를 내지만, 내년에는 두 배가 넘는 4685만원을 내야 한다. 올해 오른 만큼 내년에도 공시가격이 각각 8.5%, 14.6%씩 상승한다는 가정에서다. 이미 올해도 지난해 낸 보유세(1033만원)보다 배 이상 늘어난 상황이다.

그동안 모아온 돈을 모두 집에 쏟은 은퇴자들은 별다른 수입이 없기에 매각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마저도 이미 커져버린 양도소득세 부담 때문에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4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제도에 따르면 1주택자의 경우 보유기간 1년 미만일 때 40%, 보유기간이 1년을 넘으면 6~42%의 누진세율이 적용되는데, 여기에 2주택자는 10%포인트, 3주택자 이상은 20%포인트를 가산해 양도세가 부과된다.

가진 게 집 한 채 뿐인 1주택 은퇴세대는 더 막막하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84㎡의 경우 올해 174만원의 보유세를 냈는데, 내년에는 243만원으로 70만원 정도 늘어난다. 잠실주공 5단지 82㎡ 보유자는 올해 501만원, 내년에는 549만원을 내야 한다. 이정도만 보면 큰 부담이 안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는 더 오를거란 데 있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를 계속 추진하고 있는 데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재 80%에서 2022년까지 100%로 올릴 계획이기 때문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보유세를 산정할 때의 기준으로, 공시가격을 얼마나 반영할지 정해 놓은 비율을 뜻한다. 이를 감안하면 2022년 앞서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보유자는 500만원이 넘는 보유세를 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잠실주공 5단지 보유자의 경우 1207만원의 보유세를 내야 한다(연령·보유기간 등 세금공제 제외, 내년부터 공시가격이 10%씩 오른다는 가정).

일단 국회에는 1주택 은퇴자들의 세 부담을 줄이는 내용의 종부세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이 개정안은 만 60세 이상인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공제율을 현행 대비 20~40%포인트 올리고, 5년 이상 장기보유 역시 10%포인트 높이는 내용을 담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만 60세 이상 1주택 고령자는 산출세액의 10~30%를 공제받고, 5년 이상 장기보유자는 20%, 10년 이상은 40%를 공제받고 있다.

신한은행이 올해 3월 발간한 ‘2018 보통사람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은퇴자들의 월평균 가구 소득은 381만원으로 은퇴 전(525만원)보다 144만원 감소했다. 은퇴 후 소득은 연금이 50%를 차지했고 이자 등 금융소득과 부동산 등 자산소득이 22%를 차지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신한PWM도곡센터 PB팀장은 "1주택자의 경우 당장 세부담이 급격하게 커지는 건 아니지만 공시가격 현실화 등 앞으로 시행될 제도에 따라 부담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주택 은퇴자들도 양도세 완화 등을 통해 퇴로를 열어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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