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그린벨트 해제후 100% 집값 올랐다

CBS노컷뉴스 박기묵 기자 · 김나연 인턴기자 입력 2018. 9. 20. 05:18 수정 2018. 9. 20. 10: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팩트체크] 그린벨트 해제와 아파트값 관계
15년간 23차례 그린벨트 해제직후 집값 변화 조사
집값 상승기 17차례 그린벨트 해제후 예외없이 상승
그린벨트 해제후 집값 하락은 부동산 하락기 뿐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정부가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21일 예고한 신규 택지지구 공급 계획을 놓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국토교통부는 서울시의 그린벨트 해제권한을 가지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갈등까지 빚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를 바라는 쪽은 그린벨트에 아파트를 지어 공급을 늘리면 집값이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손재영 교수의 경우 "그린벨트 해제로 주택 추가 공급이 예고되면, (부동산 수요자 중) 기존 주택을 사지 않고 (새 주택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생긴다"며 "이에 따라 집값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그에 반대하는 쪽은 수도권 집값은 일반적인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논리로 맞선다.

지난 11일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CBS와 인터뷰에서 "우리 주택시장은 (투기심리가 수요를 창출하는) 투기시장이라서 수요, 공급 원칙이 작동되지 않는다"며 "(공급을 해도 투기수요가 늘기 때문에) 수요에 맞춰 공급을 해야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어느 쪽 주장이 맞는 걸까?

매우 간단하게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법이 있다. 과거 그린벨트를 해제한 이후 주택 가격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조사하면 된다.

그린벨트의 공식 용어는 개발제한구역이다. 국토교통부는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면 그 내용을 외부에 공개한다. 하지만 이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지 않은 게 문제다.

국토교통부 녹색도시과 관계자는 “개발제한구역 해제 정보를 시기별로 정리해 별도로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다만 그 때 그 때 국토교통부 홈페이지에 등록하고 있다는 게 국토부 쪽 설명이다.

그래서 국토교통부 홈페이지를 일일이 뒤져봤다.

최근 10년간 18차례 개발제한구역 해제 고시 정보를 찾아냈다. 언제 어떤 그린벨트를 해제했는지가 담긴 정보다.

다음으로 주택가격동향을 조사해봤다.

전국의 주택가격동향은 국가통계포털(KOSIS)에 나와있다. 그 가운데는 수도권 집값이 월별로 별도 분류된다. 이 월별 가격은 2017년 11월의 주택가격이 100일 때의 환산값이다.

두 자료를 비교했다. 그 결과가 아래의 그래프다.


주택가격동향이 2002년 11월부터 조사돼 그린벨트 해제 정보도 그 시기까지로 확대했더니 모두 23차례 그린벨트가 해제된 것으로 조사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린벨트를 해제하면 오히려 집값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상승기에 단행된 17차례의 그린벨트 해제 뒤 집값은 예외없이 올랐다.

나머지 6차례 때는 그린벨트 해제 후 집값이 내려가긴 했지만, 그 시기는 집값 상승기가 아니었다.

그래프 상의 초기부터 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

2003년 11월의 집값은 65.7이었다. 이후 6개월에 걸쳐 4번 그린벨트가 해제됐고, 2004년 6월에는 65.1, 2004년 11월에는 63.5로 집값이 약간 떨어졌다. 하지만 이 때는 집값이 상승하던 시기가 아니었다.

2007년과 2008년에는 집값이 폭등하던 시기였다.

그 때문에 그린벨트를 해제했지만 수도권 집값은 되레 올라갔다. 2007년 1월의 집값은 81.6이었으나, 두 차례의 그린벨트를 해제 후 2008년 1월 88.6으로 상승했다.

2008년에도 세 차례 그린벨트 해제가 이어졌지만, 집값은 2008년 9월 98.3까지 치솟았다.

이후 집값이 하락세를 탔으나 2009년 1월에도 95.5로, 2007년 1월에 비해 17% 높았다. 2년에 걸쳐 5차례나 그린벨트가 해제됐지만, 집값은 17% 오른 셈이다.

이어 2010년, 2012년 그린벨트가 해제됐다.

2010년 1~4월에는 97.5~97.7을 맴돌던 집값은 그린벨트 해제가 이뤄진 5월부터 낮아져 2011년 1월에는 95.8까지 소폭 하락했다.

2012년 5월의 그린벨트 해제 전후를 살펴봐도, 2012년 1월 96.3에서 2013년 1월 91.8으로 완만한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두 해 모두 집값 급등 시기가 아니라 이 결과에 의미를 두기 어렵다.

떨어지던 집값은 2014년을 기점으로 다시 상승세를 탔다.

그 이후 여러 차례 그린벨트가 해제됐지만 집값은 계속 상승했다.

2014년, 2015년, 2016년, 2017년의 1월 수도권 집값을 비교할 때 각각 91.5, 92.7, 96.7, 97.9로 상승세가 이어졌다.

2017년 12월 서울시의 그린벨트가 해제 때도 그랬다.

2017년 6월에 98.7이던 집값이 2017년 12월 100.3까지 오르던 시기다. 당시 서울의 그린벨트 해제는 집값을 잡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다고 하지만 그 이후인 2018년 1월~3월에도 집값은 각각 100.6, 101.1, 101.4으로 높아졌다.

2018년 6월(101.8)은 2017년 6월(98.7)보다 약 3% 높았다. 마지막으로 집계된 2018년 8월의 집값은 102.1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결국 그린벨트를 해제해 수도권 집값을 잡겠다는 발상은 그 동안의 경험으로만 보면 허구에 가깝다.

다만, 국토교통부 홈페이지에 검색되지 않은 다른 그린벨트 해제 정보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이번 조사에 어느 정도의 한계는 있다.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BS노컷뉴스 박기묵 기자 · 김나연 인턴기자]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