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서울 집값에.. 부모 얹혀사는 '캥거루 신혼' 는다
[동아일보]
○ ‘단칸방 신혼’은 집들이 생략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결혼 문화가 바뀌고 있다. 자발적으로 시댁·처가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캥거루 신혼’이 늘어나는 것이 대표적인 변화다.
12월 결혼 예정인 김모 씨(37·여)는 서울 동작구의 시댁에 신방을 꾸리기로 했다. 시부모와의 마찰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서울은 전세도 너무 비싸 돈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 결국 김 씨와 예비신랑은 무리하게 빚을 내 전세를 구하느니 부모 집에 얹혀살며 시작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김 씨는 “빨리 돈을 모으고 나간다는 조건으로 시부모에게서 허락을 받아 합가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원룸이나 오피스텔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는 ‘단칸방 신혼생활’이 흔해지면서 신혼 집들이를 생략하는 커플도 많아지고 있다. 서대문구의 33.3m²(10평) 규모 오피스텔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한 임모 씨(29·여)는 신혼 집들이를 하지 않기로 했다. 임 씨는 “손님이 적어도 5, 6명은 올 텐데 집이 비좁아 집들이를 할 수가 없다”며 “친척, 친구들에게 ‘거실이 있는 집으로 이사 가면 초대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혼자 자취하던 오피스텔에서 신혼을 시작하기로 한 A 씨(29)는 “새 집으로 이사하지 않고 살던 방에서 시작하는데 구태여 집들이를 하기가 머쓱해 생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현금 예단=집값 10%’ 공식 깨져
‘현금 예단=집값의 10%’라는 암묵적인 공식도 깨지고 있다. 신랑이 집을 마련하는 경우 신부는 집값의 10%를 현금으로 시댁에 전달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러나 집값이 치솟으면서 현금 예단비도 덩달아 오르자 ‘10% 룰’을 포기하고 적당한 선에서 돈을 준비하는 신부가 많다.
내년 초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신부 B 씨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시부모가 아들의 신혼집으로 내주려고 몇 년 전 3억 원대에 구입한 서대문구 아파트가 최근 6억5000만 원까지 오른 것. ‘집값 10%’ 공식대로라면 3000만 원 선이었던 현금 예단이 두 배가 넘는 6500만 원으로 불어난다. 고민하던 B 씨는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받아 4000만∼5000만 원 선에서 현금 예단을 준비하기로 했다.
예단, 예물, 웨딩 패키지 등을 간소화하는 ‘스몰 웨딩’은 더욱 보편화되고 있다. 부모가 먼저 스몰 웨딩을 권하기도 한다. 올 12월 결혼하는 이모 씨(26)는 “한 푼이라도 아껴 얼른 집을 사라는 양가 부모의 의견대로 예단, 예물은 생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웨딩 컨설팅 업체 ‘다이렉트 결혼 준비’ 장용준 대표는 “이전에는 양가 부모가 스몰 웨딩에 반대하는 일이 흔했지만 요즘은 ‘생략하고 집값에 보태라’며 먼저 권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 부모 집 물려받으려 ‘효도 계약서’까지
이달 말 결혼하는 정모 씨(30)는 최근 전세계약 잔금을 모두 치렀다. 힘들게 전셋집을 구했지만 전세자금으로 대출받은 2억 원을 갚아나갈 생각에 막막하다. 정 씨는 “시작부터 빚을 깔고 앉은 듯한 느낌”이라며 “집값만 아니었어도 훨씬 풍족했을 텐데 빠듯하게 신혼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부모의 집을 물려받기 위해 ‘눈치 보기 효도’에 나서는 젊은 부부들이 종종 있다. 집을 물려받을 때 ‘한 달에 2회 이상 부모 방문’, ‘한 달에 2회 이상 부모에게 연락’ 등 조건이 담긴 ‘효도 계약서’를 쓰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박정국 KEB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 세무사는 “법적 효력을 갖는 효도 계약서 작성에 대한 상담 문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계약을 지키지 않으면 부동산이 부모에게 환수된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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