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 "내년 수도권 집값 하락"
전국 매매가격은 1.1% 하락 전망
전셋값 하락, 거래 감소가 신호탄
9·13대책 효과, 경제 불안도 이유
"서울은 매물 부족, 쉽게 안 떨어져"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2019년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올해보다 1.1%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수도권 집값은 올해 3.1% 오르겠지만 내년엔 0.2%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내년도 수도권 집값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 이는 2013년 이후 6년 만이다. 지방의 경우 누적된 준공 물량이 많아 올해(-1.2%)보다 하락 폭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허윤경 건산연 연구위원은 “글로벌 통화정책, 거시경제 여건 등을 종합할 때 부동산 시장의 ‘나 홀로 상승’이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며 “런던·시드니·밴쿠버 등 세계 주요 도시 집값도 지난 8월 이후 모두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건산연이 수도권 집값 하락을 점친 근거는 대내외 경제 상황, 부동산 규제 등 복합적이다. 국내 변수론 대출 규제가 꼽힌다. 9·13 대책으로 1주택자도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의 집을 한 채 더 살 때 원칙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여기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로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70%를 넘지 않도록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져 집을 사려는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건산연은 분석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내린 것도 집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데 힘을 싣는다. 한국감정원 집계 결과 지난달 마지막 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보다 0.01% 떨어졌다. 주간 하락은 지난 6월 이후 4개월 만이다. 가을 이사 수요가 많은 10월 말에 전셋값이 내린 건 감정원이 조사를 시작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입주 물량이 많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부동산114 조사 결과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3만6000여 가구로 지난해보다 30% 넘게 늘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전셋값 하락은 매매가격 조정의 신호탄”이라며 “전세보증금을 끼고 집을 사려는 수요가 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건설사가 집 짓는 것을 꺼리는 점도 집값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지난 9월 수도권 주택 인허가 물량은 1만6524가구로 지난해 9월보다 45.5% 줄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부동산 경기가 약 10년 단위로 상·하향 사이클을 탄다고 볼 때 지금은 집값이 급등한 뒤 하락하기 직전인 2006년과 닮은꼴”이라며 “상승 흐름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산연은 서울 집값 하락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각종 악재에도 시장에 매물이 많이 늘지 않을 것으로 봤다. 허 연구위원은 “자산가들이 양도세 중과, 증여 등 영향으로 집을 팔지 않고 장기 보유를 선택하면 매물 부족으로 서울 집값이 쉽게 내려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 경기도 위축=건산연은 내년 국내 건설수주가 올해보다 6.2% 줄어 5년 내 최저치인 135조5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건설투자는 2.7% 감소할 전망이다. 이홍일 건산연 연구위원은 “건설 경기 경착륙이 가시화하고 있다”며 “거시경제와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줄일 수 있도록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을 증액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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