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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 김종훈 선임기자 | 입력 2018.11.08 06:00 | 수정 2018.11.08 06:00

[경향신문] ㆍ정부 주택철학 부재로 부동산정책 실패 릴레이

집을 경제의 일부로 간주해 시장 냉각·과열 따라 정책 변동 외환위기 때 빼면 늘 집값 올라 강력한 규제나 부양책 나와도 건설·입주까지는 수년의 ‘갭’ 차기·차차기 정부 때나 효과 주택 정책 후행성 탓 생긴 ‘틈’ 결국 또 부양책 쓸 거란 ‘믿음’ 투자·투기 부르는 원동력 “주택정책은 경기 조절 아니라 국민 주거 안정에 목표 둬야” 전문가들 일관된 철학 주문

주택시장이 달아오르면 정부는 ‘메스’를 들이댄다. 규제 지역을 설정하고, 대출을 어렵게 하고, 주택을 사고팔 때 혹은 ‘살고만 있어도’ 무거운 세금을 부과한다. 신도시 건설 등 대규모 주택 공급 정책들도 발표한다.

주택가격이 지나치게 내려가면 정부는 ‘당근책’들을 쏟아낸다. 다주택자에 대해 세제 혜택은 물론 청약 불이익도 없애준다. 목돈이 없는 무주택자를 위한 다양한 대출상품도 출시한다. 심지어 “빚내서 집을 사라”고 부추기기까지 한다.

정부 관계자는 “주택시장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완벽하게 제거하지 않는 한 정부 정책은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주택정책은 시장 흐름에 따라 달리 대응해야 하겠지만, 주택정책에 대한 정부의 철학은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역대 정부 누구나 ‘서민을 위한 주택정책’을 앞세우면서도 실제로는 여러가지 이유로 그러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이들이 제시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해법은 정부의 ‘주거 중심의 주택정책 철학 일관성’으로 모아진다.

■ ‘오르락내리락’ 주택가격

주택가격의 오름세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 수립 이후 주택이나 땅값은 지속적으로 올랐다. 1978년 입주한 서울 서초구 한신 2차 아파트는 40년 사이 집값이 146배 상승했다. 평당 43만1000원에 분양했으나 지난 8월 기준 시세는 평당 6272만2000원에 달한다.

주택가격은 장기 추세로 보면, 꾸준히 올랐으나 항상 오른 것은 아니다. 외환위기 때 전국의 주택시장은 급락했다.

KB국민은행 부동산통계시스템 ‘리브온’ 자료를 보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1997년 11월 이후 1년간 전국 주택가격은 12.8%, 서울은 14.3% 하락했다.

최근의 주택시장을 두고 ‘서울-지방 양극화’로 규정하지만, 2009년 10월 이후 4년간 지방이 서울보다 주택가격이 더 올랐다. 2009년 10월~2013년 10월 아파트 매매가격은 서울이 8.8% 하락한 반면, 부산 등 5개 광역시는 39.6% 상승했다.

주택가격은 전국이 일제히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한다. 어떤 때는 서울 등 수도권만 오르고, 지방은 하락한다. 지방이 오르고 서울 등 수도권이 하락하는 시기도 있고, 서울만 ‘나홀로 고공비행’한 시기도 있다.

■ ‘오락가락’ 주택정책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국내외 경기와 금리, 주택정책, 교통 등 사회기반시설, 인구의 이동과 출산율, 분화되는 가족, 입시제도, 일자리 등 부동산시장을 움직이는 요인들은 많다. 이 중 가장 직접적 영향을 주는 것은 정부의 주택정책이다.

주택정책 수단에는 수요억제책과 공급조절책이 있다. 세제나 대출제도 등을 통해 사려는 사람들의 자금줄을 늘리거나 조이고, 주택공급의 조절을 통해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꾀하는 것이다. 주택정책 수단은 다양해졌지만 쓰임새는 늘 한결같다. 시장이 냉각되면 부양책을, 너무 뜨거우면 규제책을 내놓는다.

그런데 다른 점이 있다. 역대 정부의 ‘주택정책 철학’이다. 집을 경제의 일부로 보느냐, 주거의 일부로 보느냐의 차이다.

역대 정부는 집을 경제의 일부로 보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러다 보니 주택시장의 ‘온도’에 따라 정책은 ‘오락가락’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30년간의 주택정책을 살펴보면, 노태우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7개 정권은 ‘규제’→‘규제·부양’→‘부양’→‘규제’→‘부양’→‘부양’→‘규제’ 등의 정책을 폈다.

노태우 정부는 토지공개념을 도입했다. 택지소유상한제와 토지초과이득세, 개발이익환수제 등 강력한 땅투기 금지 대책을 내놓았다. 동시에 1기 신도시 건설을 통한 주택 200만호 공급으로 시장 안정을 꾀했다. 양도세를 무겁게 매기고, 전매제한도 확대했다.

김영삼 정부는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를 도입하면서 차명·도명 거래를 없앴다. 김영삼 정부는 “부동산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정책을 폈다. 주택공급 공약도 공공주택 25만호 건설(실제 공급은 300만호가 넘었다)이 전부였다. 정권 중반, 분양가 자율화를 추진하고 양도세 및 전매제한 등을 완화하는 등 부양에 나섰지만 시장 개입은 최소화했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의 시기였다. 무너져가는 경제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수단들을 총동원하던 시기다. 주택정책도 예외는 아니었다. 부동산시장을 해외에 개방하고, 분양가는 자율화하고, 전매제도나 청약제도 모두 부양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폈다.

노무현 정부는 급등한 집값을 잡기 위해 강력한 규제책을 폈다. 종합부동산세와 주택거래신고제를 시행하고, 분양가상한제의 전면 실시, 분양원가 공개 추진, 후분양제 실시, 전매제한 강화, 양도세 중과, 청약 가점제 실시 등 모든 정책을 동원해 집값 잡기에 ‘올인’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반대로 부양정책을 폈다. 노무현 정부가 걸어놓은 ‘자물쇠’ 대부분을 풀고, 전 국토의 19%가 넘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9% 수준으로 낮췄다. 서울 도심권에는 뉴타운 건설로 ‘붐’을 조성했다. 박근혜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유예 및 조합원 3채까지 분양 허용’ 등 이른바 ‘주택 3법’ 도입과 함께 세제 및 대출도 대폭 완화해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고 부추기기까지 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정부가 푼 ‘잠금장치’들을 다시 걸어 잠갔다. 종부세를 강화하고, 신DTI(총부채상환비율·연간 주택담보대출의 이자에다 원금을 더한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와 DSR(Debt Service Ratio·총체적능력상환비율) 등을 도입해 대출을 옥죄고,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을 확대하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나서고, 무주택자 우선으로 청약제도를 개편하는 등 노무현 정부 이후 가장 강력한 규제책을 펴고 있다.

■ ‘뒷북 정책’에 효과도 ‘후행적’

정부가 강력한 규제책을 편다고 해서 주택가격이 곧바로 안정되거나, 부양책을 편다고 해서 곧바로 시장이 달아오르는 것은 아니다.

노태우 정부는 집권기 내내 규제책을 폈으나 주택시장은 식지 않았다. KB국민은행의 ‘리브온’ 자료를 보면, 노태우 정부 집권 5년간 아파트 매매가는 서울·지방 할 것 없이 60~70%대의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노무현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강력한 규제책을 편 이 시기,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33.8%, 서울은 56.6%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도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펴고 있지만, 집권 1년5개월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18.33%나 급등했다. 특히 서울만 오르는 ‘서울-지방 양극화’로 골머리를 앓았다.

규제가 곧바로 집값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주택정책의 후행성’ 때문이다. 주택공급의 경우 정책 발표 후 건설 및 입주까지 3~8년의 ‘갭’이 발생하면서 정책 효과가 다음 정부 또는 차차기 정부에서 나타난다.

김대중 정부 때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38.5% 상승하고, 서울도 60%가 올랐던 것은 재임 기간 내내 편 부양책의 효과이기도 했으나 김영삼 정부 3년 차부터 편 부양책의 영향도 크다. 노무현 정부의 집값 급등은 김대중 정부의 부양책에 기인한 바 크고, 지금의 주택시장도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규제 완화 효과가 뒤늦게 나타난 것으로 해석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반면 김영삼 정부 집권 5년간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3.24% 오른 데 그쳤고, 서울지역도 2.03% 상승한 것은 노태우 정부의 신도시 건설을 통한 200만호 공급 계획이 김영삼 정부 재임 기간 시행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이르는 9년여간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각각 16%, 10% 상승에 머문 것 역시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의 효과로 보는 사람도 있다.

■ 불확실성의 ‘틈’ 파고든 투기·투자세력

경제는 ‘불확실성’이 커지면 혼란이 온다. 뭐가 어떻게 될지 모르면 가격 등의 변동성은 더욱 커진다. 주택시장도 마찬가지다. 정부 정책이 일관성을 잃으면 불확실성은 커지고, 시장은 요동친다. 특히 우리의 주택정책 수립은 늘 ‘뒷북치기’ 식이다. 주택가격이 오르면 규제책을 내놓고, 가격이 떨어지면 부양책을 발표한다. 그런데 정책 효과도 후행적이다. 시행과 함께 곧바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틈’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때 이 틈을 노리는 세력이 등장한다. 이른바 ‘투자·투기 세력’이다.

대기업 중견간부 ㄱ씨(50)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세가격이 집값의 90%를 넘어가더군요. 2000만~3000만원만 있어도 집을 사겠더라고요. 외진 곳의 작은 평수는 500만원만 있어도 집을 살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집값이 계속해서 오르더라고요. 세금을 정상적으로 내도 돈이 남더라고요. 그렇게 사 모으기 시작한 아파트가 10여채 됩니다.”

ㄱ씨는 임대사업 등록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괜히 임대사업 등록을 했다가 집이 묶이고, 집값이 떨어지면 낭패를 볼 수 있을 것 같아 하지 않았습니다. 양도차익 2억원 벌어 6000만원 정도 세금 내면 그만이겠죠.”

공기업 간부로 수도권에 2채의 집을 보유한 ㄴ씨는 “어느 정부도 집값이 떨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시장이 죽으면 다시 일으켜 세우려 합니다. 집값은 장기적으로 계속 오를 겁니다. 기다리면 기회는 또 옵니다.”

주택 투자자들에게는 “집값은 장기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생각, “떨어지면 정부가 또 부양책을 쓸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했다.

정부의 주택정책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각종 지표를 보고 주택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 하지만 정책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며 “경기 변동이 주기적이듯 주택시장 역시 흐름이 균일하지 않고, 정책의 후행성마저 존재해 시장 상황에 맞게 정책 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집값이 너무 오르면 규제책을 쓰겠지만, 하락하면 부양책을 쓸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주택 투자자들의 생각과 거의 일치했다.

■ 집을 주거로 보는 ‘철학’의 일관성 필요

시민단체와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강력한 규제책에도 주택시장의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원인을 ‘일관성 없는 정부의 주택철학’에서 찾았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팀장은 “주택정책은 경기 조절이 아니라 국민의 주거 안정에 최우선 목표를 두어야 한다”며 “경제 상황에 따라 규제와 완화가 반복된다면 시장의 투기세력 내성만 키운다”고 지적했다. 그는 “집이 더 이상 재산 증식의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시장에 보내고, 이러한 방향에 맞게 일관된 정책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부본부장은 “정부의 주택시장 경기 조절정책이 ‘투기꾼’들에게 놀이터를 제공하고 있다”며 “정부가 일관된 계획하에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을 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분양주택 실수요자와 공공·민간임대사업자를 중심으로 주택공급이 될 수 있도록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성헌 ‘직방’ 빅데이터 매니저는 “역대 정부의 주택정책 철학이 제각각으로, 일관된 정책 유지가 안되는 점이 시장의 혼란을 가져왔다”며 “경기부양 목적의 부동산 정책보다는 주거 안정에 초점을 두는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은 장기적인 방향성으로 움직이는 만큼 단기적인 움직임에 큰 정책 방향을 바꾸지 말고 정책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단기적이고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모니터링 및 단속 등 유연한 정책 수단을 활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정책 효과의 갭이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정책 실행 및 운영 능력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장기적인 정책목표가 명확하게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훈 선임기자 k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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