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내리막..수억 내린 급매물도 "안 사"

김종훈 선임기자 입력 2018. 11. 11.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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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11월 하루 평균 163건 매매, 10월의 반토막…중개업소 96% “거래 한산”
ㆍ강남 은마아파트, 최고 매매가 18억5천만원서 두 달 만에 호가 16억대
ㆍ10월 서울 주택매매가격지수 6% 상승, 10년 만에 최고치…‘거품’ 여전

널뛰듯 오르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추락하고 있다. 사려는 사람이 사라지면서 마음 급한 집주인들이 급매물을 하나둘씩 시장에 내놓고 있는 것이다. ‘부르는 가격’도 9월 실거래가격 대비 수천만~수억원씩 ‘내려서’ 내놓고 있다. 그러나 급매물로 나온 가격 역시 ‘거품’이 낀 곳들이 적지 않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여전히 수천만~수억원 비싼 가격으로, 추가 하락 여부는 금리와 정부 정책의 이행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 ‘속속’ 등장하는 급매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76.8㎡ 매매가격은 지난 9월 최저 18억원에서 최고 18억5000만원에 신고됐다. 그러나 최근 12층과 14층의 매물이 각각 16억7000만원, 16억8000만원에 나왔다. 2억원 가까이 가격이 떨어졌다. “금액 조정도 가능하다”는 집주인의 입장으로 보면, 내놓은 가격보다 실제 가격은 더 떨어질 수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는 지난 9월 실거래가격이 26억6500만원이었으나 최근 31층 중 28층 동일 평형 아파트가 23억50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 5단지 121㎡는 9월 19억1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최근 17억2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고, 성동구 옥수동의 어울림 더리버 84㎡도 9월 실거래가격이 14억5000만원이었으나 로열층인데도 12억5000만원에 팔겠다는 집주인이 등장했다. 용산과 여의도 등도 사정은 비슷했다.

■ 중개업소 96%는 ‘한산’, 거래는 ‘뚝’

서울 개포동 ㄱ중개사무소 대표는 “지난 9월까지만 해도 팔겠다는 사람은 ‘2’, 사겠다는 사람이 ‘8’이었는데, 지금은 8 대 2로 역전됐다”며 “그나마 사겠다는 사람은 가격이 더 떨어지길 기대하며 계약을 주저한다”고 말했다.

11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보면, 이달 들어 8일까지 서울 지역에서 거래 신고된 아파트 매매 건수는 1306건이었다. 하루 평균 163.3건이 거래된 셈이다. 10월 일평균 거래량 330.9건(총 1만259건)에 비해 절반 이상 급감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일평균 거래량 213.5건에 비해서도 23.5%나 줄었다.

KB국민은행의 거래동향을 보여주는 매매거래지수는 지난 5일 조사 때 4.0으로 5년3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전국 3500여개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조사에서 서울 지역 중개사업자들은 “거래가 한산하다”는 응답 비중이 ‘96.1’인 반면 “활발하다”는 ‘0.1’에 불과했다. 매매거래지수는 0~200의 값을 갖는데 100을 초과하면 ‘활발함’ 비중이 높음을 의미한다.

■ 너무 오른 가격, 여전히 남아 있는 ‘거품’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자료를 보면, 10월 기준 서울 주택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말보다 6.0% 상승했다. 같은 기간(1~10월) 상승률을 보면 2008년(11.8%) 이래 10년 만에 최고였다.

올 들어 너무 오른 가격 탓에 최근의 급매물 가격에도 거품은 끼어 있다. 은마아파트 76.8㎡의 지난 5월 실거래가격은 14억5000만~15억1000만원이었다. 최근의 급매물 가격보다 10~14% 싼 수준이다. 송파구 훼밀리아파트 84㎡ 역시 최근 13억3000만~14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지만, 지난 4월 실거래가격은 11억600만원이었다.

■ 금리와 정책 이행 여부가 관건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하락·안정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우선 금리 인상을 놓고 한은 내 의견이 엇갈린다. 10월 금통위 회의 의사록을 보면 “저금리 기조가 부동산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과 “일부 지역 아파트값 급등은 주택가격 차별화 과정에서 촉발했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인상안은 ‘국회 통과’라는 문턱을 넘어야 하고, 3기 신도시 건설은 입지나 규모, 내용 등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김종훈 선임기자 k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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