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계약분 분양받자"..부산도 수천명 몰려

박인혜,추동훈 입력 2018. 11. 13. 17:42 수정 2018. 11. 13.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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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 래미안아이파크
이틀간 1만명 이상 몰릴듯
광주서도 미계약분 600대1
정부가 잇단 규제 내놓자
예상보다 미계약분 많아져
잔여분 분양으로 관심 쏠려
지난 9월 21일 부산에서 개관한 동래 래미안아이파크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들이 단지 조감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 = 삼성물산]
부동산 한파가 몰아닥친 부산에서도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미계약 잔여 가구 분양에 수천 명이 몰렸다.

지방인 광주광역시 역시 미계약분 70가구 모집에 4만2000여 명이 몰리며 북적였다.

지방 부동산 시장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기업 브랜드, 대단지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9월 1순위 청약 접수를 받은 '동래 래미안아이파크' 잔여 가구에 대한 온라인 선착순 분양을 시작했다. 부동산 규제로 청약요건이 강화되면서 부적격자가 속출하고, 단지가 위치한 동래구가 조정지역이라 중도금 대출 등에 제약이 생기면서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가구가 팔리지 않은 것이다. 1·2순위 청약과 달리 청약통장이 필요하지 않고, 거주 지역 등과 무관하게 분양받을 수 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온라인 접수가 시작됐으며, 14일 오후 5시 마감할 예정이다. 이날 접수를 시작한 지 5시간 만에 접수 건수는 6000건을 넘었으며, 오후 6시 기준으로 8100건을 돌파했다.

광주시 동구 '광주 계림3차 두산위브' 역시 11~12일 진행한 잔여 가구(70가구) 모집에 4만2047명이 지원해 600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지난달 진행한 일반가구 모집에서도 94대1의 높은 경쟁률로 인기를 모은 바 있다.

정당계약을 끝내고 남은 잔여가구에 대한 분양은 원래 건설사가 자유롭게 결정했다. 이 때문에 일부 건설사는 선착순 현장 분양을 선택해 수분양자들이 견본주택 앞에 밤새 줄을 서는 장면을 연출하며 띄우기에 나서는 사례도 있었다. '줄값' 명목으로 수백만~수천만 원을 받는 행위도 발생해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결국 국토교통부는 미계약분을 추첨 방식으로 바꾸고 추첨 플랫폼도 금융결제원의 '아파트투유'로 일원화하면서 사실상 '3순위' 청약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 10월 초 입법예고에 들어갔고, 통상적으론 40일 정도면 시행되지만, 현재 9·13 부동산 대책 후속조치로 주택 공급규칙 개정이 추진 중이라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면 시행될 전망이다.

서울 아파트 단지들은 정부 눈치를 보느라 5월 정부 발표 후 '알아서' 선착순이 아닌 온라인 추첨 방식을 선택하며 몸을 낮췄다. 지난 5월 '당산 센트럴아이파크'는 잔여가구 8가구에 대한 추첨식 배정을 자체 홈페이지에서 진행했는데, 2만2431명이 지원해 2804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수원시 화서역 파크푸르지오 역시 올 7월 잔여물량 28가구에 대한 온라인 추첨에 4만4887명이 몰리며 1603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그러나 '동래 래미안아이파크'는 상황이 달랐다. 부산 부동산 경기가 워낙 좋지 않은 데다 평균 17대1이라는 높은 1순위 청약경쟁률을 기록했지만, 부적격자와 계약 포기자가 대거 나오는 바람에 물량이 예상보다 많이 남았다. 올 들어 부산 지역에서 대기업 브랜드 단지임에도 불구하고 1순위 마감을 하지 못한 전례가 많았던 점도 부담감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정부의 따가운 눈총을 받을 수 있는 '선착순 배정'을 선택하는 모험을 감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신 현장 줄 세우기가 아닌 '온라인' 접수를 받아 최대한 미운 털이 박히지 않도록 했다.

분양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원하는 면적과 타입을 골라 신청하면 해당 면적 잔여가구의 5배수 혹은 10배수 등의 인원에게 잔여분 계약일자를 통보할 예정"이라면서 "이때 연락을 받은 사람은 견본주택으로 와 층과 동, 호수, 가격 등을 안내받고 원한다면 계약을 하고 아니면 다음 순번으로 넘어가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타입별 잔여가구 숫자에 대해 일절 함구해 '깜깜이 청약'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계약분에 대한 접수를 받은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았는데 수천 명이 접수하면서 일단 '선착순' 전략은 절반쯤 성공했다는 평가다. 14일까지 접수인 점을 감안하면 1만명이 넘는 사람이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 3순위 청약제도가 도입되면 분양을 받기가 훨씬 더 까다로워지는 만큼 많은 사람이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 단지는 등기 시까지 전매제한이 있어 몰린 사람들은 투자자보다는 실수요자일 가능성이 높다. 또 이 단지는 부산 원도심 공급 단지 중 최대 규모인 3853가구 대단지인 데다 분양가가 다소 높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인근 단지 대비 저렴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혔다. 가장 인기가 좋은 전용 84㎡ 일반 분양가가 4억원대 중반~5억원대 초반인데, 2006년 1월 입주해 13년이 다 돼가는 인근 '동래SK뷰 1차'의 같은 면적 시세는 이미 5억원을 넘은 상태다. 새 아파트 프리미엄에 단지 규모 등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다만 동래구 인근에 '동래더샵' 'e편한세상 동래온천' 등 '동래 래미안아이파크'와 비슷한 시기에 입주가 예정돼 있는 물량이 많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향후 잔여가구 추첨 일정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3월 '화제의 분양'으로 시끄러웠던 개포주공8단지 재건축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8개월이 지나도록 아직 잔여가구에 대한 분양을 어떻게 할지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8만 청약자를 모은 '미사역 파라곤'도 국토부가 부적격자를 아직도 가려내고 있는 상황이라 일정을 잡지도 못하고 있다.

[박인혜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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