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유엔사용지에 '한국판 롯폰기힐스' 시동

최재원 2018. 11. 13. 1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복합개발 환경영향평가 돌입
일레븐건설 "내년 3월 착공
2022년 12월 완공이 목표"
축구장 7개 규모 용지에
최고 20층 높이 8개건물
아파트·호텔·상업시설 조성
분양가 통제·용산플랜 변수
대규모 가족공원으로 변신을 앞둔 용산 미군기지 바로 옆에 위치한 옛 유엔군사령부(이하 유엔사) 용지 복합개발사업이 서울시 환경영향평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심의 절차에 착수했다. 집값 자극 우려로 용산국제업무지구(정비창 용지)를 비롯한 용산역 일대 종합개발계획인 '용산마스터플랜' 발표가 보류된 가운데 국제업무지구 개발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는 유엔사 용지 개발이 첫 삽을 뜨기 위해 먼저 시동을 건 셈이다. 예정대로 2022년 완공되면 서울 도심에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약 1500가구 주거시설과 호텔 업무시설 등이 어우러진 '한국판 롯폰기힐스'로 탈바꿈할 것으로 기대된다. 도쿄 중심지를 재개발해 2003년 탄생한 롯폰기힐스는 오피스, 쇼핑센터, 호텔, 미술관, 주거시설 791가구 등 8개 건물로 구성된 일본의 대표 복합단지다.

13일 서울시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9일 용산구 이태원동 유엔사 용지 복합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보고서 초안 검토회의를 개최했다. 사업시행자인 '용산일레븐'은 이날 회의에서 지적된 수질·대기·조망 등 관련 내용을 보완해 최종 환경영향평가보고서를 작성한 뒤 내년 초 본안 심의에 도전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해 건축심의와 교통영향평가 등 절차를 거쳐야 착공이 가능하다"면서 "사업자 측은 보고서에서 내년 3월 착공, 2022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제시했다"고 말했다.

환경영향평가보고서 초안에는 유엔사 용지 복합개발사업 내용이 상세히 담겨 있다. 일레븐건설이 세운 특수목적회사(SPC)인 용산일레븐이 시행을 맡아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일레븐건설은 지난해 6월 유엔사 용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공급예정가액인 8030억원보다 2000억원 이상 비싼 1조552억원에 매입했다. 유엔사 용지는 대지면적 5만1762㎡로 축구장 7개 크기다. 지하 7층~지상 20층 아파트 5개 동 426가구, 오피스텔 2개 동 1053실, 호텔·오피스 1개 동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총연면적은 48만2589㎡, 용적률은 600%다. 총사업비는 2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유엔사 용지는 일본 롯폰기힐스 용지(약 11만㎡)와 비교하면 절반 정도 규모지만 수도 중심부에 주거·업무·쇼핑 등 복합 공간으로 개발된다는 점에서 흡사하다. 유엔사 용지 개발계획 수립 관련 컨설팅에 참여한 일본 디벨로퍼인 모리빌딩의 강민이 서울지사장은 "유엔사 용지는 인근에 대사관 등이 있어 외국인 유동인구가 많고 도시 중심지임에도 개발 이전에는 상업·업무시설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유사하다"면서 "복합개발이 완료되면 서울이란 도시의 매력을 뽐낼 수 있는 핵심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엔사 용지는 이달 초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함께 거닌 용산 미군기지 동쪽에 인접한 지역이다. 용산 미군기지 용지에 대규모 가족공원이 조성되면 뉴욕 센트럴파크 옆에 즐비한 최고급 레지던스처럼 공원을 내 집 앞마당처럼 내려다볼 수 있게 된다. 또 지하철 녹사평역과 남산터널, 반포대교를 잇는 녹사평대로 등을 끼고 있어 교통과 입지 조건이 뛰어나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유엔사 용지가 용산공원과 연계된 국제 교류 기능을 가진 복합용도로 조성이 추진되는 만큼 실제 개발이 마무리되면 몸값이 매우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유엔사 용지 복합개발이 시행자 측 계획대로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현실적으로 가장 발목을 잡는 문제는 분양가 산정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소위 '110%룰'로 불리는 분양보증 심사규정을 근거로 '사업장 인근(반경 1㎞ 이내) 아파트 평균 분양가 또는 매매가의 110% 이하'로 사실상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다. 앞서 대신금융그룹이 한남동 옛 외국인 아파트 용지에 건립을 진행 중인 고급 아파트 '나인원한남'은 올해 상반기 최고 분양가인 3.3㎡당 6300만원 안팎에 일반분양을 시도했으나 HUG의 분양보증을 받지 못해 결국 임대 후 분양으로 전환했다.

서울시가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가을께 발표를 계획했다가 집값 상승 자극 우려로 지난 8월 말 무기한 보류를 결정한 '용산마스터플랜'의 공개가 여전히 오리무중이란 점도 부담이다.

[최재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