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직접 투자 접는 은행들..올해만 1조 처분

부광우 기자 입력 2018. 11. 20. 06:00 수정 2018. 11. 20.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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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 부광우 기자]올해 6월 말 은행 투자부동산 2조4322억…전년比 29.3%↓
금리 상승에 매력 줄어…정부의 시장 압박에 더 위축될 듯

국내 시중·지방·인터넷·특수 은행들이 보유한 투자부동산 자산은 올해 6월 말 기준 2조4322억원으로 전년 말(3조4421억원) 대비 29.3%(1조99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은행들이 올해 들어서만 보유하고 있던 투자용 부동산 가운데 1조원 어치 이상을 팔아 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에서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는 조짐을 보이면서 부동산 시장에 먹구름이 다가오자 은행들도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정부의 시장 압박 기조가 점점 강해지면서 은행들의 부동산 직접 투자는 더욱 위축돼 갈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시중·지방·인터넷·특수 은행들이 보유한 투자부동산 자산은 2조4322억원으로 전년 말(3조4421억원) 대비 29.3%(1조99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들어 은행들의 부동산 투자 규모가 3분의 1 가까이 쪼그라들었다는 의미다. 투자부동산은 이름 그대로 투자 목적이나 비영업용으로 소유하는 토지와 건물, 기타 부동산을 가리키는 말이다.

은행별로 봐도 이 기간 투자부동산이 줄어든 곳이 11개사로 늘어난 곳(5개사)보다 훨씬 많았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과 특수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 등은 투자보동산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4대 시중은행을 살펴보면 KEB하나은행의 올해 상반기 말 투자부동산이 4448억원으로 지난해 말(7862억원)보다 43.4%(3414억원) 줄며 감소폭이 큰 편이었다. KB국민은행의 투자부동산도 같은 기간 3375억원에서 2658억원으로 21.3%(717억원)나 감소했다. 신한은행 역시 5950억원에서 5768억원으로 투자부동산이 3.1%(182억원) 줄었다. 우리은행만 투자부동산이 3713억원에서 3812억원으로 2.7%(99억원) 늘었지만 그 폭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처럼 은행들이 전반적으로 부동산 줄이기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우선 세계적으로 이어져 오던 저금리 흐름이 끝나고 반등하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는 영향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부동산 시장은 그 동안 낮은 시장 금리 속 돈이 몰리면서 다른 투자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려왔는데, 이제 그 흐름이 반전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장기간 지속되던 글로벌 저금리 기조는 미국을 중심으로 완연히 깨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2016년 이후부터 수차례 상향을 거쳐 올해 9월에는 기준금리를 2.00~2.25%까지 상향 조정했다. 이에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1.50%)을 추월하면서 지난해 11월 인상 이후 11개월 연속으로 금리를 동결해 온 한국은행도 이번 달 말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국내 부동산 시장의 경우 현 정부의 강력한 규제 정책과 맞물려 충격파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최근 9·13 대책 등 정부가 잇따라 억제책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시장은 어느 정도 주춤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부동산 시장이 꺾이지 않더라도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기는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대신 은행들은 고객의 부동산을 대신 관리해주고 수익을 내는 부동산신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부동산신탁은 부동산 소유자에게서 권리를 위탁받아 부동산의 관리·임대·운용·개발 등을 통해 수익을 내는 서비스다.

최근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에 이어 신한금융지주도 부동산신탁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여기에 NH농협금융지주와 우리은행도 부동산신탁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어 금융사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당국이 오랜 동안 닫혀 있던 부동산신탁 시장의 빗장을 풀기로 하면서 이런 흐름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부동산신탁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최대 3곳까지 신규 인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 투자 대안으로 각광받던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금리 상승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꺾이는 분위기"라며 "대형 금융사일수록 부동산을 직접 사들여 향후 이익을 노리기보다는 이를 좀 더 안정적인 방식으로 간접 활용해 가며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식으로 당분간 투자 패턴이 흘러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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