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어려운 부동산 법.. 임차권등기명령과 신청방법

김범수 2018. 11. 22.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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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거주하던 유모(28·여)씨는 올해 초 지방으로 이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근무지가 서울에서 고향으로 옮겨진 탓이었다. 유씨는 계약기간이 끝난 6500만원의 원룸 전세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건물주에게 요구했다. 

하지만 건물주는 유씨에게 “당장 보증금을 줄 돈이 없으니 새로운 입주자가 올 때 까지 기다리거나 차용증을 쓰고 이사하라”고 말했다. 새로운 입주자가 올 때 까지 기다릴 수 없었던 유씨는 차용증을 쓰고 방을 뺐다. 고향에 전입신고도 마쳤다.

전세 보증금을 금방 돌려주겠다는 건물주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연락이 끊어졌다. 뒤늦게 알고보니 건물주는 별건의 사기 혐의로 구속됐고, 건물은 경매에 넘어간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유씨는 건물주가 작성한 차용증과 전세계약서 등을 근거로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 변호사는 가장 먼저 ‘임차권등기명령’을 해놨냐고 물었다. 유씨에게는 생소한 개념이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임차권등기명령이란

임차권등기명령은 임차인이 보증금을 받지 못한 상태로 주택이나 상가건물을 비워 줄 경우에도 우선변제권을 유지한 채 이사를 갈 수 있게끔 마련한 제도다. 임차권등기명령을 하면 해당 부동산의 등기부등본 상에서 등기명령을 한 임차인의 이름과 보증금의 액수가 기록된다.

임차권등기명령 역시 큰 틀에서 보면 채무관계와 가압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차용증 등을 근거로 하는 일반적인 채무관계와 가장 큰 차이점은 앞서 말한 ‘우선변제’에 있다.

유씨의 사례처럼 부동산이 경매 또는 공매를 통해 넘어갈 경우 낙찰 대금은 일반적으로 1)세금 2)최우선변제 3)확정일자에 따라 건물담보 우선 채권자 또는 임차인 보증금 4)일반 채권자 등의 순서로 배당된다.

유씨가 임차권등기명령을 미리 했더라면 다른 지역에 전입신고를 했어도 해당 부동산에 대한 점유권과 대항력이 인정되면서 경매 대금 중 세 번째로 전세보증금을 배당받을 수 있다.

유씨의 전세계약 확정일자보다 앞선 건물 담보 근저당 액수가 지나치게 많거나 잦은 경·공매 유찰로 낙찰가가 지나치게 낮아지는 불운이 없지 않는 이상 임차권등기명령을 했다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임차권등기명령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씨의 법적 지위는 ‘임차인’이 아닌 ‘일반 채권자’가 된다. 이에 따라 배당순서가 뒤로 밀리게 된다.

건물이 경·공매에서 높은 가격에 팔리거나, 건물담보 근저당권이 적어 남는 돈이 많다면 일반 채권자에게도 돌아가지만, 경·공매에 넘어가는 부동산 상당수는 그렇지 못하다. 경·공매에 넘어가는 부동산의 경우 근저당 액수가 지나치게 높거나 법적인 문제가 있는 등 사연있는(?) 부동산이 많기 때문이다.

운 좋게 부동산 매각 대금이 일반 채권자까지 돌아왔더라도 상황은 좋지 않다. 일반 채권자들은 순서에 상관없이 ‘안분배당’으로 대금이 나뉘어 지급되기 때문이다. 안분배당은 쉽게 말해 ‘1/n’이다.

예를들어 앞서 건물주의 일반 채권자가 유씨를 포함해 10명이 있는 상황에서 2억원의 부동산 매각 대금이 남았더라도, 유씨가 6500만원을 받을 수 있는게 아니라 ‘2억원 나누기 10’ 즉, 2000만원 씩 나눠가지게 된다. 결국 유씨는 4500만원을 잃게 되는 셈이다.

사진=123RF
◆임차권등기명령 신청방법

임차권등기명령 신청과정에서 첫번 째로 주의해 할 부분은 ‘전입신고’를 유지한 상황이어야 한다. 임차인 또는 임대인의 사정으로 임차권등기명령을 하지 않은 채 다른 곳으로 전입신고를 하면 공간 점유에 대한 대항력이 상실된다.

임차권등기명령을 접수하는 곳은 주택 또는 상가건물 소재지 지방법원(본원 또는 지원)이다. 명령이라는 단어만 봐도 예측 할 수 있듯이 사법절차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주로 법무사나 일부 변호사들이 보수를 받고 임차권등기명령을 전담했다. 하지만 최근 정보가 개방되면서 법무사나 변호사를 통하지 않고 ‘나홀로 등기명령 신청’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굳이 법조인을 찾지 않더라도 온라인 상 선례를 참고해 서류를 작성하고, 부족한 부분은 법원 담당자에게 문의해 보완하는 방식이다.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서 양식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에 필요한 서류는 크게 △신청 취지 및 사유서 △임대차 계약서 △부동산 등기부등본 △해당 주택 또는 상가건물의 표시 5부와 도면 △임차권등기의 원인이 된 사실 등이 있다.
부동산 임차권 범위 도면 예시
해당 서류를 가지고 법원을 직접 방문하거나 전자소송을 통해 소정의 인지대를 납부한 뒤 제출하면 법원에서 임차권등기명령을 심사한다. 서류가 미비한 부분이 있으면 이에 대한 사유를 설명하는 ‘보정지시’를 내린다. 보정지시를 참고해 보충서류를 제출하면 2주 이내에 임차권등기명령이 완료된다.

마지막으로 임차권등기 결정을 받더라도 등기부등본 상에 기재된 것을 확인한 후에 이사하는 것이 권장된다. 임차권등기명령의 경우 임차인 뿐만 아니라 임대인에게 송달되는 날짜를 기준으로 법적 효력이 생긴다. 따라서 이보다 더 이른 날짜에 전출을 하면 법리적으로 ‘임차권등기 명령을 하기 전 대항력 포기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행여 임대인의 주소가 불명이라면 임차권등기 명령이 결정되더라도 한참 후에 등기부등본 상에서 등기 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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