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팔려는 사람들 많은데, 집값은 안 내려가네
[경향신문] ㆍ부동산 ‘매수자 우위 장세’…9·13대책 발표 전 ‘매도자 우위’와 딴판
ㆍ매수 관망 속 다주택자 버티기 ‘거래 뚝’…집값 향방 내년 3월쯤 결판
최근 서울 송파구 ‘잠실엘스’(전용면적 84㎡) 매물이 16억원에 나왔다. 지난달 초만 해도 17억3000만원에 거래됐던 물건이지만, 지금은 1억원 이상 빠진 호가에도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인근 ㄱ공인중개사는 “급매물이 많은 것도 아니고 로열층인데도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은 ‘매수자 우위 시장’이 지속되고 있다. 26일 KB국민은행 ‘주간 주택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 19일 기준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55.9를 기록했다. 지난해 2월6일(53.6) 이후 1년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매수우위지수는 매수자와 매도자간 우열을 따지는 지표로, 100 이하일수록 시장에 집을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100을 넘는 경우는 집을 사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다. 9·13부동산대책이 발표되기 직전인 지난 9월3일에는 매수우위지수가 역대 최고치인 171.6을 기록했다. 당시 매수자들은 매물을 보지도 않고 계약을 하는 반면 집주인들은 집값을 더 올려받기 위해 자취를 감추는 일이 있었을 정도로 매도자 우위 시장이 극에 달했다.
최근 시장이 매수자 우위 시장이긴 하나 집값이 본격적으로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고 단정하기엔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학군 수요 이동이 마무리되는 내년 3월쯤 향후 집값 향방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형성된 매수자 우위 시장은 두 달 전의 매도자 우위 시장 때와는 양상이 다르다. 집을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뜸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가격 결정권은 매도자가 쥐고 있다는 분석이다.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는 반면 매도자들의 버티기도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마포구 공덕동의 ㄴ공인중개사는 “집값을 좌우하는 건 다주택자 물량인데 이들은 급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급한 건 새집이나 아파트로 갈아타려는 1주택자들”이라며 “이 지역 대장주인 용강동 ‘e편한세상 마포리버파크’(전용 84㎡)는 지난달 14억7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최근 16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가격을 내릴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9.13부동산대책 이후에도 신고가를 경신하는 단지들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재건축이 진행 중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3단지’(전용 71㎡)도 이달 13억원에 거래돼 지난 6월 신고가(11억7000만원)를 넘어섰다.
강남구 개포동의 ㄷ공인중개사는 “단기적으로는 약세로 가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이 다시 좋아진다고 보는 것”이라며 “과거 부동산 대책이 그랬듯 ‘이러다 말겠지’ 하는 학습효과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이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지는 이번 겨울방학 성수기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달 초부터 학군 수요가 움직여 전·월세는 물론 매매거래도 이뤄진다.
다만 오는 30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은 데다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 입주물량 증가, 종합부동산세 부담 증가 등 앞으로 매수심리를 위축시킬 만한 요인은 많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내년 1월 학군 수요가 대거 움직이는데 이때 적체된 주택 물량이 해소되지 않으면 가격 조정이 더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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