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철현의 '삐딱 부동산'] 집값 전망을 믿지 말아야 할 몇가지 이유

조철현 입력 2018. 12. 31. 12:20 수정 2018. 12. 3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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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과잉? 내년 입주물량 올해보다 18.6% ↓
금리인상? 속도, 인상폭 생각보다 더딜 수도

[이데일리 조철현 부동산전문기자] 부동산은 살아 있는 생물입니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합니다. 이런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도 다양합니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젊은이들부터 노후를 준비하는 중장년층까지 부동산에 대한 생각과 관점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에 이데일리는 부동산과 관련한 온갖 현상과 이슈 등을 조철현 부동산 전문기자의 날카로운 눈으로 짚어보는 <조철현의 ‘삐딱 부동산’>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부동산 시장 전망 시즌이다. 연말을 맞아 새해 집값을 전망하는 연구기관의 보고서와 전문가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에 들어선 아파트 밀집지역 전경. 서울시 제공
“내년 서울 집값은 어떻게 될까요?”, “지금이라도 집을 파는 게 낫지 않을까요?”

요즘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받게 되는 질문이다. 새해 주택시장 전망을 묻는 것이지만, 질문 속에는 내년에도 서울 집값이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짙게 깔려 있다.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에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는데다 연말을 맞아 암울한 새해 시장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사실 최근 들어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은 한겨울 추위만큼이나 꽁꽁 얼어붙었다. 대출 규제 강화와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을 담은 9·13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매수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거래시장은 말 그대로 ‘절벽’에 가로막힌 상황이다.

아파트값도 지난달 하락세로 전환한 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마지막 주(12월 넷째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3% 떨어졌다. 지난 11월 셋째주 하락 전환한 뒤 7주 연속 내림세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지난주 0.09% 떨어져 9주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가을까지 집값이 다락같이 오른 것을 떠올리면 드라마틱한 반전이다.

◇ ‘잿빛 투성이’ 내년 서울 집값 전망

그래서 그런지 내년 서울 주택시장 전망은 ‘잿빛’이다. 그것도 짙은 잿빛이다. 국내 주요 연구기관과 내로라 하는 부동산 전문가들은 요즘 앞다퉈 새해 서울 집값이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얼마 전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12월 지역경제보고서’를 보면 주택시장 전문가 66.6%는 올해 말 대비 내년 서울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응답자의 53.3%가 소폭 하락, 13.3%가 하락을 점친 반면 보합은 26.7%, 소폭 상승은 6.7%에 그쳤다.

이들이 꼽는 주택시장 침체 핵심 요인은 미국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입주 물량 폭탄, 대출 규제 강화 등이다. 한번 따져 보자.

우선 입주 물량 급증 여부다. 공급 과잉은 부동산 침체를 불러오는 가장 중요한 변수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새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37만1594가구다. 올해(45만6681가구)보다 18.6% 줄어든 수준이다.

서울은 어떤가. 내년 서울에서는 올해(3만6120가구)보다 19.8% 증가한 4만3255가구가 입주한다. 지역별로는 강동구가 1만896가구로 가장 많다. 이어 성북(6343가구)·강남(3277가구)·은평(2694가구)·마포(2539가구)·구로(2087가구)·송파(966가구)·서초구(773가구) 순이다.

서울만 따로 떼어내 보면 입주 물량 증가로 내년 집값 약세를 점칠 수 있겠다. 그런데 적정 수요 측면에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국토연구원이 추산하고 있는 서울의 연간 적정 신규 주택 수요는 5만5000채다.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기존 주택을 매물로 유도해 공급량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외부 공급에 해당하는 준공 물량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신규 택지 공급이 어려운 서울에서 유일한 공급원인 재건축·재개발 규제로 신규 사업을 진행하기가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중장기적으로 수급 불균형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기준금리 계속 오를까

자가보유율만 해도 그렇다. 서울에선 아직 집을 가진 가구보다 집이 없는 가구가 더 많다. 서울시 조사로 2017년 기준 서울의 자가보유율은 48%에 불과하다. 52%가 전세나 월세에 살고 있는 무주택자라는 이야기다.

무주택자가 이렇게 많은데, 주택 공급이 충분하지 않으니 서울 집값은 언제든 상승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공급 과잉론 자체가 ‘과잉 생산’되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과잉 생산’된 공급 과잉론이 건전한 감시를 넘어 시장에 공포감을 심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공급 과잉론은 입주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입주 대란→매물 증가→가격 폭락→주택시장 붕괴로 이어진다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금리 역시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수요자들이 집을 살 때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이 대출 이자 비용이다.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늘면 주택 매수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기준금리가 0.5~1%포인트 오르면 집값은 0.6% 떨어진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그만큼 금리 인상이 매수심리를 꺾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발 금리 인상은 이미 예고 상황인데다 미 금리 상승이 곧바로 국내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국내의 어려운 경제 여건 등을 감안하면 한국은행으로서는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 속도나 폭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예고된 악재는 악재가 아니다

주택시장을 둘러싼 여건이 호락호락한 것은 아니다. 무시 못할 악재가 분명 존재한다.문제는 잿빛 투성이 전망이 자칫 ‘없는 불안’까지 만들어내 시장을 짓누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고된 악재는 더 이상 악재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 약세도 그동안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감에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로 매수 심리가 일시적으로 위축된 결과로 볼 수도 있다. 대신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은 풍부한 유동성과 대체투자처 부족, 정부 규제에 따른 매물 부족 등 수급 불균형으로 집값 상승 여력이 여전하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세상 모든 시장이 그렇듯 주택시장도 복잡다단하다. 집값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이 얽히고설켜 갈피를 잡기가 쉽지 않다. 그 변수들도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래서 주택시장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어내고 전망하는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부동산시장 분석과 전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적인 시각을 갖는 것이다. 여러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한쪽에 쏠려 극단적인 판단을 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다.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이 내놓은 집값 전망을 너무 믿지 말자.

조철현 (choch2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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