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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경제, 저성장-저금리 장기간 지속 초유의 상황
[동아일보]









대선을 앞두고 경제 전반을 덮치고 있는 '저성장-저금리' 현상은 한국경제가 역동적인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증거로 해석된다.

일반적으로 경기 하강기에 낮은 금리는 마중물 역할을 해 기업투자와 내수회복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지금은 성장률과 금리가 모두 낮은 상태로 장기간 지속되는, 이례적인 경제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경제상황이 1990년대 일본식 장기불황의 초입과 유사하다는 지적은 좀처럼 벗어날 수 없는 '불황의 덫'에 한국경제가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다.

한국경제는 저성장, 저금리와 함께 '저물가'와 '저환율(높은 원화가치)'이 겹친 '4저(低) 불황'의 모습을 띠고 있다. 1980년대 중반 사상 최대의 호황을 이끌었던 3저(물가, 금리, 원화가치)와 현상은 비슷해도 실제는 정반대의 국면이다. 물가와 금리가 낮은 것은 당시와 같지만 이것이 가계소비 증가나 기업투자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 저금리에도 소비-투자는 한겨울

올 3분기(7∼9월)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작년 동기대비 7.1% 급감했다.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로 자본조달비용이 크게 낮아졌는데도 기업들이 현금을 쌓아두기만 하고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경제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대외적으로는 세계경기의 불확실성, 대내적으로는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공약들을 거론한다.

기업들의 투자 부진은 내년 성장 전망도 크게 낮추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9일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을 2.9%로 전망하면서 "유럽과 미국의 재정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경제민주화 공약도 그대로 이행되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되면 성장률이 1.8%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설비투자 증가율은 대선 이후 투자심리 불안이 심화되면 내년에 큰 폭의 마이너스(―4.5%)를 낼 것으로 예측했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차기 정부 출범 직후인 내년 상반기에는 정책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가 더 어려울 것"이라며 "경제민주화가 후보들의 공약대로 강하게 실행되면 내년 성장률이 2%도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성장전망이 낮아지고 가계부채가 계속 늘어나면서 민간소비도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해 자산가치 하락이 현실화되는 것도 소비침체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국제유가가 안정되고 물가상승률도 한동안 낮은 국면이 전개되고 있지만 많은 빚과 떨어지는 집값 때문에 경제가 가라앉는 '부채 디플레이션' 현상이 관측되고 있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계 주요국의 저금리 기조와 잠재성장률의 하락으로 저금리, 저성장 국면은 당분간 깨지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무리한 내수부양책을 폈다간 일시적 효과만 있지 더 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장기간의 저금리 기조에도 경기부진이 길어지면서 정부는 대선 이후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현재의 4.0%에서 상당 폭 낮춰 발표할 계획이다. 특히 최근 발표된 3분기 성장률(0.1%)이 예상보다 나빠져 조정의 폭이 더 커질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 저금리 후폭풍에 휩싸인 금융회사들

저금리-저성장 기조의 장기화는 국내 금융회사들에 특히 위협적이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부동산가격 하락, 역마진 등을 거론하며 "현재 국내 금융사들이 처한 상황이 1990년대 일본과 비슷하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에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보험사들이 줄줄이 도산했다. 1997년 닛산생명을 시작으로 1999년 도호생명, 2000년 다이하쿠생명, 다이쇼생명, 교에이생명, 지요다생명, 다이이치화재, 2001년 도쿄생명이 줄줄이 파산했다. 고금리 상품을 내걸고 자산을 불렸지만 금리가 떨어지자 자산운용 수익률이 떨어져 역마진을 감당하지 못한 게 보험사 파산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일본의 보험사들은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 예정이율이 연 5% 이상에 달했지만 당시 자산 운용수익률은 2.5% 수준에 머물러 큰 손실을 봤다.

국내 보험사에서도 비슷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국내에서 영업 중인 23개 생명보험사의 금리 하락에 따른 운용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시중금리가 지금보다 1%포인트 떨어지면 보험사 운용수익률은 2012년 4.97%에서 2016년 2.92%로 대폭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금융연구원이 내놓은 '국내 은행의 수익성 현황 및 은행과 당국의 대응방안'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7조5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조3000억 원)보다 39%나 줄었다. 이자자산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능력인 순이자마진(NIM)도 2011년 1분기(1∼3월) 이후 6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현재는 2003년 카드사태 이후 가장 나쁜 수준인 2.06%로 떨어졌다.

유재동·김유영·이상훈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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