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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살아보고 계약하세요." "잔금은 나중에 천천히 갚아도 되고요." 요즘 미분양 아파트로 몸살을 앓는 건설사들이 내놓은 통 큰 입주 마케팅이다. 분양가격을 깎아주고 무이자 중도금 대출을 해주는 방법에서 나아가 주택담보 계약제, 분양가 원금보장제 등의 특별 계약조건을 내건 신규 아파트들이 속속 등장했다. 미분양을 털어내기 위한 파격적인 조건이라고 하지만, 한쪽에선 소비자를 우롱하는 꼼수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가장 유행하는 입주 마케팅은 애프터리빙 계약제도다. 말 그대로 입주자가 계약금만 낸 상태로 2년 동안 직접 살아 본 후 구매를 결정하는 방법이다. 입주자가 계약금으로 분양가의 10~20%를 내면 건설사에서 중도금(50~60% 선)에 대해 3년간 이자를 대신 납부해준다. 나머지 잔금에 대해서도 납부가 유예되기 때문에 입주자는 사는 동안 계약금을 빼곤 추가비용 부담이 들지 않는다. 만일 입주자가 2년간 살아 본 뒤 집을 사지 않기로 결정하면 계약기간 3년이 끝나고 나올 때 계약금에서 감가상각 등 실비에 해당하는 액수를 차감한 금액을 돌려받고 회사가 대신 내준 이자만 지급하면 된다. 리스크 프리(Risk-Free), 저스트 리브(Just-Live) 등 다양한 이름의 프로모션이 모두 애프터리빙에 해당한다.

롯데건설은 최근 부산 화명동 '롯데캐슬 카이저'아파트 미분양분에 대해 리스크 프리라는 이름으로 판촉에 나섰다. 새 아파트에 3년간 전세로 거주한 후 분양 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145㎡(53평형), 171㎡(61평형) 등 대형 평수를 대상으로 했다. 분양가의 40%만 내면 입주할 수 있고 계약 시 나머지 60%에 대해서도 무이자 대출이 지원된다. 취득세(1.75% 지원)도 건설사가 대납해준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주변 전세가보다 저렴한 2억~2억5000만원가량만 내면 이자 부담 없이 3년간 거주할 수 있고 이후 이주 희망 가구에 한해 환불 처리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두산건설도 부산 '해운대 위브 더 제니스'에 분양가의 15~20%만으로 2년간 거주한 후 매입을 결정할 수 있는 저스트 리브 판촉 마케팅을 선보였다. 분양금의 80~85%는 대출이자 지원과 잔금 유예 등의 조건이라 거주기간 동안 사실상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게 건설사 측 설명. 거주자가 살아본 후 분양 계약을 원치 않는 경우 별도의 위약금 없이 계약 해지가 가능하고, 취득세도 지원된다.

현금 없이 아파트 계약하는 제도 등장

동부건설은 아예 현금 한 푼 없이 새 아파트를 계약할 수 있는 '하우스 바이 하우스(House Buy House) 계약제'를 업계 최초로 내놓았다. 종전 집이 팔리지 않거나 전세금을 뺄 수 없어 계약금 마련이 어려운 실수요자들을 위한 계약 방식으로 눈길을 끈다.

경기도 남양주 '도농역 센트레빌' 분양(11월 16일)에 이 계약제를 처음 적용했다. 지상 22층 아파트 9개동에 전용면적 59~114㎡ 457가구 규모 단지다. 입주 희망자는 계약금을 내는 대신 담보를 제공하면 된다. 보유한 주택이 있으면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전세입자의 경우는 계약금액(분양가의 10%)에 해당하는 전세금만큼 회사 쪽이 먼저 돌려받을 권리를 갖는 반환채권 계약을 맺는다. 분양가 3.3㎡당 평균 1230만원이며, 입주는 2014년 9월 예정이다. 동부건설 측은 "전세 거주자의 경우 전세보증금을 빼 잔금을 치르면 된다"며 "2년 동안 현금 없이 새 집에서 살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밝혔다.

분양가를 보장해주는 판촉 마케팅도 등장했다. 선원건설은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주상복합 '선원 가와인 아파트'를 분양가 원금보장제 조건으로 분양한다. 만약 입주 전 최초 분양가보다 시세가 낮아질 경우 계약자 본인이 원하면 조건 없이 계약금을 전액 환불하고 중도금 대출도 해준다.

현대건설은 분양가 안심리턴제를 도입했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 '성복 힐스테이트'의 집값이 떨어지면 분양가 중 일부를 돌려준다는 게 핵심. 입주 2년 뒤 최초 구입가보다 시세가 떨어지면 최대 1억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분양가 60%는 5년간 이자를 지원하며, 잔금(20%)은 납부 유예 혜택을 준다.

신동아건설도 서울 강동구 천호동 '강동역 신동아 파밀리에' 주상복합 잔여 물량에 분양가 안심보장제를 적용한다. 2015년 7월 준공 시점(예정)에 아파트 시세가 분양가보다 낮으면 가구당 최대 5000만원까지 지원해주기로 했다.

대체로 대형 건설사보다는 자금 사정이 어려운 중견 중소 건설사들이 파격 판촉 마케팅을 많이 활용한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만큼 파격적인 분양조건을 내걸지 않으면 아파트가 잘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분양가보다 시세 낮으면 환불' 조건도

건설사들의 파격 마케팅은 입주자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일이다. 보다 좋은 조건에서 입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마케팅이 미분양 리스크를 미루기 위한 꼼수라는 목소리가 높다. 애프터리빙 계약제도의 핵심은 '입주 시점에서의 아파트 가격'인데 입주 시점에 실제 아파트 가격을 추정하기 어려운 때문이다. 건설사들이 시세를 조종할 가능성도 있다. 양재모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국은 아파트를 지을 때 기준 가격이 있어 미리 아파트 가격이 정해지지만, 우리나라는 호가만 존재해 시장 가격을 조종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건설사가 급매를 비싸게 사서 거래가격을 부풀릴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기본적으로 부동산이 거래돼야 시세가 형성되는데 미분양으로 입주율이 낮으면 이를 파악하기가 힘들어진다. 계약서 작성 시 시세 기준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마케팅을 추진하는 곳이 소규모 시행사일 경우 부도가 나면 피해 변제가 어려울 수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적용하는 시세 기준이 무엇인지 계약서에 명시해놓지 않으면 다툼이 발생할 소지가 농후하다"고 말했다.

건설사가 어려움에 빠지면 스스로 내걸었던 분양가 보장을 지키지 못할 우려도 크다. 실제 2007년 말 분양가 보장제를 실시했던 수원 화서 '동문굿모닝힐'은 109㎡ 실거래가(3억9700만원)가 분양가(4억5600만원)를 밑돌면서 입주자들이 동문건설과 경문도시개발 측에 환불을 요구했고, 회사는 어려움을 겪었다. 시공사인 동문건설이 2009년 2월 워크아웃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분양이 잘 안되고 미분양이 판치다 보니 아예 아파트를 통째로 매각하는 '통매각' 사례도 늘고 있다. 통매각은 아파트 분양이 저조할 때 시공사가 미분양 아파트 여러 채를 묶어 할인된 가격에 통째로 팔아넘기는 것을 가리킨다. 대개 20~30% 할인한 값에 동이나 층 단위로 넘기는 경우가 많다.

아파트 통매각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도권, 지방 대도시에서 흔했다. 미분양 가구 수가 줄지 않으면서 자금난에 몰린 건설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통매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후 집값이 반짝 회복하면서 사라지나 싶더니 최근 미분양이 늘고 건설사 구조조정이 지속되면서 건설사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통매각에 나서고 있다.

미분양 늘자 아파트 통매각 등장

대성산업은 울산 남구 삼산동의 주상복합아파트 '대성스카이렉스' 통매각을 추진 중이다. 거래 부동산은 대성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 상가 미분양 물량으로 매각대금은 1100억원 수준이다. 대성산업은 2010년 스카이렉스 분양률이 저조하자 시행사 부채원금 810억원을 대위변제하고 미분양 아파트를 인수했다. 투자부동산 가치는 1646억원에 달한다. 이 단지는 지하 7층, 지상 40층 2개동 규모로 아파트 268가구, 오피스텔 48실 등 총 316가구로 구성됐다.

은평뉴타운 2억원 할인 분양에 나선 서울시도 통매각을 검토 중이다. 미분양 물량이 잘 팔리지 않을 경우 은평뉴타운 4개동 75가구에 대해 분양가의 30~40%를 할인해 한꺼번에 판다는 복안이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김범진 기자 loyalkim@mk.co.kr / 사진 :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85호(12.12.05~12.11 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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