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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 대전 김광현 서울대 건축학과 명예교수
"선입견 깨는 젊은 건축가 돼야
너무 싼 '설계 대가' 개선 시급"
[서울경제] “퇴임 후에 전국에 있는 학생들은 내 제자라고 생각하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강의하는 ‘방랑교수’로 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현실이 됐어요. 강의료, 교통비 체재비는 다른 곳에서 지원을 받으니 학생들만 많이 모아달라고 요청을 했죠. 그렇게 간 첫 번째 지역이 광주였어요. 강의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는데 학생들이 박수를 치는 거에요. 강의 끝난 거 아니라고, 쉬는 시간이라고 했는데도 박수가 멈추질 않았어요. 그게 정말 울컥하더라고요. 다음 지역으로는 대구에 갈 예정이고, 내년에는 부산, 울산, 대전 등 6개 도시를 다니며 올바른 건축을 가르칠 계획이에요. 이렇게 전국 학생과 젊은 건축가들을 가르치다 보면 건축계가 같이 고민하고 해결하는 커다란 공동체라는 생각을 갖게 되리라는 믿음을 갖고 있어요.”

국내 건축계 발전을 위해 힘써온 명망 있는 건축계 인사에게 주어지는 한국건축문화 대상 ‘올해의 건축문화인상’은 올해 2월 서울대에서 퇴임한 김광현(사진) 서울대 건축학과 명예교수에게 돌아갔다. ‘건축계의 큰 스승’으로 통하는 김 교수는 42년 동안 200명의 대학원 제자를 배출했다. 5년제 건축학 전공 시행 등 교육 개혁을 이끌어 온 주역이자 건축학교육협의회를 창설하고, 건축사협회와 건축가협회, 새건축사협의회 등 세 건축단체 통합을 주장했다. 친환경 건축설계 아카데미와 공동 건축학교 설립 등 건축 교육의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해 왔다. 퇴임 전 지난 20년간 건축설계이론을 가르치고 연구한 결과를 집대성한 10권 분량의 저서 <건축강의>도 출간했다. ‘큰 스승’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김 교수는 여전히 강연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그가 요즘 애정과 관심을 가장 쏟고 있는 일은 실무에 뛰어든 젊은 건축가를 위해 2년 전에 설립한 공동건축학교 일이다. 김 교수는 “유명 건축가와 교수들만 강의를 독점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는가. 건축주는 물론 건축 공사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목수들이나 이른바 집 장사라고 비하하는 이들도 넓게 보면 모두 건축가다. 이들도 자기 입장에서 얼마든지 가르치고 배울 것이 많다”며 “또 왜 돈이 없는 젊은 학생들이 좋은 강의를 듣겠다고 강좌에 별도에 수강료를 내야 하나. 건축계가 힘을 모아 지원하면 그들이 바라는 수준의 교육을 전국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이러한 구상을 현실화 한 곳이 바로 공동건축학교다. 김 교수가 직접 강의에 나서고 있으며 신참 건축사들에게 2년간 사무실을 인큐베이터로 제공하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한 평생을 후학 양성을 위해 힘써온 그는 젊은 건축가들에게 선입견을 깨고 남들이 못 보는 곳을 발견하는 건축가가 돼야 한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지금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답은 아니다”라며 “엘리트 건축가가 작품 이외에 배제해 버린 그 지점에 오늘의 젊은 건축가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건축 교육 분야에서는 많은 발전이 이뤄졌다고 평가했지만, 건축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특히 대학 교수로서는 특이하게 설계 대가 개선을 주장해 온 전문가로서 터무니없는 설계 대가에 대해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해외 유명 건축가는 작은 건물을 설계하면 공사비에 맞먹는 대가를 당연히 주면서 우리나라 건축가에 대해서는 정반대”라며 “건축주들은 어떻게 하면 싸게 지을 수 있을지 골몰하고 건축사사무소도 경쟁이 심하다 보니 저가 수주만 치열해진다”고 꼬집었다. 이어 “설계 대가는 건축가에게만 주는 게 아니라 설비, 구조, 교통 전문가들에게 돌아가는 정당 비용”이라며 “요새 건축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런 부드러운 부분만 말하지 말고 건축가와 건축기술자들이 실질적으로 어떤 대가를 받고 일하는지에 대해서도 얘기해야 한다. 평당 단가로 획일화된 설계 대가, 부르는 게 값이 돼 버린 설계 대가 문제를 방치한다면 아무리 좋은 것을 대학에서 가르쳐봐야 소용이 없다”고 일갈했다.

그는 건축기본법의 중요성을 제창하고 이를 연구한 것을 건축 인생의 가장 자랑스러운 일로 자부하고 있다. 국가건축정책위원,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 등 정부에서 다양한 역할을 해 온 김 교수는 정부의 건축 심의에 대해서도 일침을 날렸다. 그는 “건축심의는 실무와 사람과 돈이 어떻게 얽혀서 공공을 유지하는지를 배우게 된 소중한 경험”이라면서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심의 기준이 매우 단순하다는 것이다. 사실상 용적률과 높이가 전부다. 즉 돈과 관련된 것이다. 위원회는 다양한 경험을 모아 도시 건축에서 집단 지성의 지혜가 실천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고 조언했다.

끝으로 그는 “건축은 공동의 언어”라는 점에서 건축을 하는 이는 건축가뿐만이 아니라 모든 시민임을 강조했다. “건축 공간은 사회적이고 사회는 공간적입니다. 건축으로 공간을 제대로 못 만들면 바로 된 사회가 될 수 없어요. 이건 건축가만 하는 게 아니에요. 마치 나무처럼, 건물을 세운 다음에 가꾸고 길러야 좋은 건축이 됩니다. 가꾸는 역할은 바로 그곳에 사는 사람이 하는 것이죠. 방관자가 돼서는 안됩니다. 사용자도 제2, 제3의 공간을 만드는 건축가라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김광현 교수는

1979년~1993년 서울시립대 건축공학과 교수

1993년~2018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2006년~2009년 한국건축학교육협의회 회장

2008년~2011년 건축단체통합혁신위원회 위원장

2008년~2010년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

2009년~2017년 친환경건축설계아카데미 원장

2011년~2015년 서울특별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위원

2012년~ 한국건축가협회 건축교육원 원장

2016년~ 공동건축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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