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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 장현승 서울과기대 교수 | 입력2017.11.14 06:50 | 수정2017.11.14 06:50

1947년 태동한 한국 근대 건설 산업이 올해 70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건설 산업에 대해서는 긍정보다는 부정, 발전보다는 쇠락하는 이미지가 더 강한 게 현실이다. 조선일보 땅집고(realty.chosun.com)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공동으로 지금까지 인류 문명과 과학 발전에 기여한 기념비적 건축·구조물들을 발굴, 그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해 건설산업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기획물을 연재한다.

[세상을 뒤흔든 랜드마크] 미국 서부 개척의 상징 ‘게이트웨이 아치’

고대(古代)부터 아치는 보편적으로 사용되던 건축 양식이었지만, 1965년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게이트웨이 아치(Gateway Arch)’가 완공되면서 아치 양식의 활용은 그 절정을 이룬다. 미국에서 가장 높은 기념비인 게이트웨이 아치는 약 189m 높이에 하늘 속으로 우뚝 솟아 그 모습이 웅장하다. 이 구조물이 서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경이롭다.

미국 역사는 동부에서 시작했고 땅에 대한 소유와 욕심은 서부로 가면서 개척의 시대를 맞이한다. 이때 이들의 행로를 가로막고 서부로의 열망을 잠시 시들게 했던 곳이 바로 미시시피강이었다. 지금도 세인트루이스에 가면 그때 지었던 거대한 집들이 남아 있다. 사실 지도상으로 이곳은 동부에 가깝지만 여기서부터 미국의 서부 지도를 그리기 위해 역사적 여행을 준비했기에 이곳을 중심으로 동부와 서부로 나뉘게 된다.

1948년 세인트루이스에서는 미시시피강 서안에 있는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유일하게 건축가 출신인 토머스 제퍼슨을 기념하는 서부 확장 기념관을 장식하기 위한 전국 건축가 설계공모가 열렸다. 핀란드 이민자였던 이이로 사리넨(Eero Saarinen)은 1948년 171개팀의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공모전에서 당선했다.

■기술의 한계와 도전

높이가 약 60층 빌딩에 가까운 스테인레스 스틸 아치였던 이이로 사리넨의 계획안은 곧 치명적인 결함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에서 연결되도록 가운데로 굽어지면서 모이도록 설계된 2개의 다리들은 그 정도 높이에서는 안정성을 가질 수 없었던 것. 1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른 후 사리넨과 함께 작업했던 존 딘켈루(John Dinkeloo)가 이끄는 디자인 프로젝트 엔지니어들은 속이 빈 하나의 곡선 튜브로 이루어진 새로운 계획을 고안했다. 그들은 아치 모양의 안정화를 위해 특별한 건축 재료와 깊은 기초를 연구했다. 그래서 최종 설계는 10년이 지난 후인 1958년 완성됐다.

이렇게 완공된 북쪽과 남쪽으로 세워진 2개의 아치 다리는 총 13.7m의 깊이를 갖게 됐다. 이 다리는 시속 150마일 바람에도 아치 꼭대기가 18인치(0.46m) 밖에는 동서로 흔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거대한 스테인리스 스틸의 구조물

게이트웨이 아치의 높이는 192m로 맥도날드컨스트럭션(MacDonald Construction Company)이 시공했다. 주요 자재로는 철근 콘크리트와 스테인리스 스틸을 썼다. 스테인리스 스틸이 선정된 이유는 인장 강도와 부식에 대한 저항성, 그리고 미관의 화려함이었다. 피츠버그-데스모네스(Pittsburgh-Des Moines) 철강회사가 약886t의 재료를 들여 이 아치에 들어갈 부재들을 제작하고 조립했다. 지금껏 단일 건설공사에 사용한 스테인리스 스틸의 양으로는 최대였다. 게이트웨이 아치의 무게는 약 4만 3000t이며 관리비를 포함한 공사비는 1300만 달러가 소요됐다. 이 중 정부가 75%, 세인트루이스시가 25%를 부담했다.

아치의 각 다리는 지상에서 한변의 길이가 16.2m에 이르다가 정상에서는 5.1m로 줄어든다. 지상에서 약 90m까지는 수직적 구조여서 하중을 견딜 수 있지만 아치가 구부러지는 부분부터 하중을 받기 힘들기 때문에 이 부분에는 콘크리트가 아닌 내피와 외피를 직접 철판으로 연결했다. 아치의 단면은 등변 삼각형이며 각 변은 2장의 강재 판으로 이뤄져 있고 고강도 스틸 볼트가 이 두 개의 판을 연결한다. 2개의 판 사이 공간은 강재인장로드(tensioning rod)가 지지해주는 콘크리트가 채우고 있고 볼트와 로드를 팽팽하게 조여줌으로써 강재 판은 팽팽하게 잡아당겨져 그 무게를 버티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구조물들은 자기 스스로가 지지하게 되는 것이다.

■게이트웨이 아치에 담긴 혼(魂)

게이트웨이 아치에는 특별 제작된 크레인이 투입됐다. 움직이는 기중기 위에 두 개의 특수 크레인(creeper crane)을 사용해 양쪽의 교각을 기어 올라가는 형태로 작업했다. 1965년 10월 28일 수백 명의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작업자들은 아치 꼭대기의 가운데 쐐기돌(keystone) 부위를 조립하는 역사적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게이트웨이 아치는 당시로서는 난이도가 높아 공사 중 13명의 희생이 있었다.

이런 거대한 건물이 높은 완성도를 가질 수 있었던 건 위험을 감수하고 일을 끝까지 마친 구조공, 전기공, 계장공 등의 협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금도 그들의 업적은 미국 건설시장의 역사적 정신과 혼으로 남아 있다.

게이트웨이 아치는 1개층을 약 4m로 계산하면 50층 높이 건물이다. 우리나라 63빌딩(264m)디 더 높지만 게이트웨이 아치는 기단의 너비가 192m에 달해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진다. 게이트웨이 아치는 우주 시대에 볼 수 있을 것 같은 캡슐 열차(Tram)를 타고189m 높이에 있는 전망실로 올라가면 세인트루이스 다운타운과 미시시피강 건너편을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도시의 1등 관광 상품이 됐다.

이 트램을 발명한 사람은 딕 바우저(Dick Bowser)로 조그마한 엘리베이터 회사 직원이었다. 그는 단 2주일 만에 설계를 착안했다고 한다. 특수한 안정 모터를 사용한 이 트램은 수평을 유지하면서 올라가지만 계단처럼 수직과 수평의 움직임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덜컹거리는 느낌을 준다. 다리 양끝에 8량의 캡슐로 구성된 2개의 트램이 있고 시간당440명의 관람객을 수용할 수 있다.

게이트웨이 아치는 미국의 5대 명물이다. 꿈이 아닌 현실로서의 건물을 단지 기술이 아닌 인간의 도전 정신과 협동력으로 실현했다는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게이트웨이 아치는 역사적으로, 그리고 도시 홍보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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