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에 최근 1억원을 밑도는 전세 물건이 등장했다. 전용 59㎡가 8000만~9000만원, 전용 84㎡는 1억원 남짓이다. 이 아파트는 다음 달 6700가구가 입주하는데, 입주 물량이 워낙 많다보니 전세 물건이 쏟아지면서 전셋값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매매가도 약세다. 분양가보다 1000만원 정도 떨어진 집들이 매물로 나와 있다. 전셋값 하락이 매매가에도 영향을 준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 전셋값이 연일 하락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5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금은 0.08%, 경기는 0.13% 내렸다. 서울의 경우 12주 연속 내린 것이다. 올해 들어서만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67%, 경기는 2.16% 떨어졌다.
전세 수요가 늘면서 전세담보대출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세시장 약세가 장기화할 것인지, 오래 간다면 매매가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전세자금대출 총 잔액은 52조342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2.5% 늘었다.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규제를 강화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준 데다 조건까지 까다로워지면서 주택 수요가 전세대출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세대출은 전세금의 80%까지 받을 수 있다.
최근 새집 공급이 쏟아지면서 전세금이 지지부진한 덕분에 전세를 찾는 수요도 늘었다. 무주택자라면 주거비용이 더 드는 월세로 살기보다 전세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대출을 받더라도 전세대출금리가 연 3%대라 은행 이자를 부담하는 게 월세 비용보다 낮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장 분위기가 바뀐 것도 전세시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집값이 오를 땐 전셋집에서 살기보다 자금을 조금 더 보태 집을 사자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집값이 부진한 지금은 한창 시장이 과열됐을 때와 비교하면 매매 수요가 줄었다는 설명이다. 지금 사면 고점이란 인식이 아무래도 강하기 때문이다.
새 집 공급이 많아 이런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수도권에선 당장 다음 달 2만3671가구가 공급되는데, 이는 전년보다 154% 늘어난 규모다. 전국으로 보면 4만2183가구의 입주가 시작된다. 작년(2만9041가구)보다 45.2% 늘어난 수치다.
전셋값 약세가 정부 부동산 규제와 맞물리면서 집값이 주춤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셋값이 매매가격의 선행 지표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전세금이 떨어지면 무리해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산 집주인은 임대 계약 만료 시점에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집을 팔게 된다. 이런 집이 많아질수록 매물은 많아지고 매매가는 내려가게 된다.
다만 최근 전셋값 하락은 일시적인 공급 과잉에서 비롯된 것이라 일시적인 현상일 뿐 매매가를 흔들 정도로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전세는 주택의 현재 가치만 반영하지만, 매매는 미래 가치도 반영하기 때문에 향후 서울·수도권 집값이 내릴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 전세시장 약세가 매매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성권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서울의 경우 재개발·재건축 이주 수요가 전세시장의 복병인데, 서울시가 이주 시기를 늦추면서 전세 수요를 분산시키고 있다”며 “다만 올해 말 송파구에 준공되는 가락시영 재건축 단지 ‘헬리오시티(9510가구)’가 워낙 대단지라 강남을 중심으로 한 전세시장과 매매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도권은 용인·평택·동탄 등에서 워낙 공급 물량이 많아 전세시장이 계속 지금과 같이 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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