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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 김종훈 선임기자 | 입력2018.09.21 21:57 | 수정2018.09.21 22:43

[경향신문]

시계를 1998년 8월로 돌려보자. 외환위기의 충격에 시달리던 시기였다. 1997년 11월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지원받아 이후 4년간 관리를 받았다. 구제금융 결정 후 국내 금융·부동산 시장은 ‘요동’쳤다. 시중에 돈이 모자라 ‘금 모으기’를 통해 달러를 조달해야 했고, 시중금리는 한때 20%를 넘어섰다. 환율도 급등했다.

아파트 가격도 급락했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 가격이 3.3㎡당 500만~700만원 하던 시절이다. 지방 아파트 가격은 이보다 쌌지만 “그래 봐야 얼마나 차이 나겠어”라고 하던 시절이다. 어렵게 살았지만 주택가격으로 인한 ‘지역적 상대적 박탈감’은 없었다.

시계를 더 돌려서 외환위기 이전 10년간(1988~1998년)의 주택가격 상승률을 살펴봐도 전국이나 서울 집값 흐름 모두 ‘도토리 키 재기’였다. KB국민은행의 시·도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자료를 보면, 1988~1998년 사이 10년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전국이 36.99%, 서울이 35.94%였다. 서울 강북지역이 32.18% 올랐고 강남지역도 37.68% 상승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후 2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전국의 아파트는 ‘똘똘한 아파트’와 그렇지 못한 아파트로 나뉘기 시작했다.

■ ‘악어의 입’

1998년 8월 대비 2018년 8월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전국이 168.32%다. 그러나 서울과 지방의 오름폭은 달랐다. 서울이 237.49% 오르는 사이 6대 광역시는 159.56% 상승에 그쳤다. 1억원 하던 아파트 가격이 서울에선 3억3749만원으로 오르는 사이 6대 광역시에선 2억5956만원으로 상승했다.

외환위기 이전 ‘어깨동무’하며 오르던 집값이 지역에 따라 ‘악어의 입’처럼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1998년에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지방보다 비쌌으니, 지역에 따라 체감하는 가격 차이는 더 컸다.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의 이른바 ‘똘똘한 한 채’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2차 한신아파트 30평형(92.2㎟)의 경우 1998년 8월 매매가격이 1억5000만원 정도 했다. 현재 가격은 22억원 안팎. 14배 이상 올랐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32평형(84.43㎟)은 1억7000만원 안팎에서 현재는 17억~18억원 정도에 매물이 나와 있다. 대략 10배 올랐다.

■ 내릴 때는 ‘찔끔’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외환위기 이듬해인 1998년 한 해 동안 14.6% 하락했다. 이는 KB국민은행이 부동산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6년 이래 최대 낙폭이었다. 1999년을 시작으로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무섭게 치솟았다. 2009년까지의 상승률이 195.44%. 평균 1억원 하던 아파트 가격이 3억원이 된 것이다. 특히 강남 4구의 아파트 가격은 7~8배씩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2009년 10월을 전환점으로 주춤대면서 이후 4년간 하락했다. 그러나 하락률은 마이너스 8.43%에 그쳤다. 그리고 이후 49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며 24.65% 상승했다. 최근의 오름세가 무서운 것은 과거에는 서울 강남 4구만 올랐다면, 현재는 이들 지역 외 용산구와 영등포구 등 ‘대장구’가 늘어난 데다 25개 전 구에 걸쳐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 원인은 ‘수도권 집중’

지난 20년간 한국 사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수도권 인구 비중은 1990년 총인구(4341만명)의 42.8%였으나 2015년에는 총인구(5107만명)의 51.2%로 높아졌다. 20~30대 젊은층은 너나 할 것 없이 수도권으로 이동했다. 1997~2017년 사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한 인구의 절반 이상이 20~39세 젊은층이었다. 이런 이유로 농촌인구는 1970년 전 인구의 58.8%에 달했으나 2015년에는 그 비중이 18.4%로 줄었다.

■ 이유 있는 수도권 집중

젊은층이 왜 수도권으로 몰릴까. 일단 일자리가 많다. 1995년 수도권 일자리 종사자는 667만6000명으로 지방 695만8000명보다 적었으나, 2005년부터 역전돼 2014년에는 수도권 1014만3000명, 지방 975만6000명이었다. 일자리 중에서도 양질의 일자리가 수도권에 더 많다. 2014년 국내 1000대 기업의 본사 중 736개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었다. 임금도 수도권이 높았다. 2016년 수도권의 월평균 임금은 315만원이었으나 지방은 89% 수준인 280만원이었다. 2015년 연구·개발(R&D) 투자의 67.3%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살기가 더 좋은 곳으로 분석됐다. 공연장의 57%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2015년 전체 신용카드 사용액의 81%는 수도권에서 지출됐다. 지방의 경우 2016년 기준 서비스 접근성 취약지역 비중은 92.5%에 달했다. 수도권은 7.5%에 불과했다. 2017년 현재 226개 자치단체 중 34곳에는 응급의료기관이 전무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특히 향후 30년 내에 228개 시·군·구 중 86개가 소멸될 것으로 전망했다.

■ ‘판’ 뒤집어야 ‘해결’

해결책은 수도권 집중 완화다. 지방을 일자리가 많고 생활 편의시설이 풍부한 살기 좋은 동네로 만들면 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도시 건설, 지방 500곳 도시재생뉴딜사업, 공공기관 이전 등이 답이다. 청년과 노인, 신혼부부와 대학생 등 주거 취약계층과 서민들을 위한 주택공급 역시 해결책 중 하나다.

다만 지금처럼 하면 안된다. 한국전력 부지 사례처럼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내놓은 땅을 민간에 비싸게 팔아 대규모 개발이 가능토록 하면 수도권·비수도권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뿐이다. 저소득 취약계층에 주택을 공급하면서 ‘분양전환’을 약속하는 일 또한 ‘로또 아파트’ 제공에 그칠 뿐이다. 정부가 짓는 아파트는 영구임대아파트여야 한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땅장사’ ‘집장사’에 뛰어들면 수도권 집중 완화는 영원히 풀 수 없는 숙제로 남는다.

그러나 21일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입지와 공급 방식은 여전히 이러한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여전히 ‘매듭’조차 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김종훈 선임기자 k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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