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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 서울 현장 단속 소문에 중개업소 숨바꼭질 반복
내성 생긴 시장, 투자 열기 꿈쩍 안 해
지자체는 인력 부족, 강남구청 1명 투입
엄포 놓을수록 대책 없다는 것 드러낼 뿐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상가의 공인중개업소들은 평일임에도 일제히 문을 닫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모든 부동산 과열 지역을 대상으로 무기한으로 최고 강도의 단속을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직후다.

토요일이었던 13일에도 강남권 일대 분위기는 비슷했다.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대치동·개포동, 서초구 반포동 일대를 둘러봤지만, 문을 닫은 공인중개업소가 많이 눈에 띄었다. 개포동 주공 6·7단지 인근에 있는 한 공인중개업소는 사람은 있는데 문을 잠그고 불을 꺼둔 채였다.

안을 들여다보자 “영업 안 한다”며 손을 가로저었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인근 공인중개업소 사장은 “이 일대가 늘 단속 표적이었기 때문에 (공인중개사) 친목회에서도 일단 조심하자는 분위기지만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마치 압수수색 나올 것을 미리 알고 준비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정부가 고강도 단속 방침을 밝힌 다음 날인 12일, 서울의 한 부동산 업체 밀집 상가가 한산한 모습이다.
정부가 고강도 단속 방침을 밝힌 다음 날인 12일, 서울의 한 부동산 업체 밀집 상가가 한산한 모습이다.
정부와 공인중개업소 간 숨바꼭질은 부동산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반복됐던 일이다. 지난해 6·19 대책 때도, 8·2 대책 직후에도 그랬다.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정부 단속을 잠깐 피하는 소나기나 보여주기식 행정쯤으로 여긴다.

정부가 단속을 강화하면 잠시 시장 심리가 위축됐다가 이내 되살아나곤 했던 학습 효과 때문이다. 내성이 생긴 것이다. 그나마 이번에는 “시장 분위기도 예전과 다르다”는 게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의 얘기다. 강남 재건축이나 고가 아파트에 대한 매수 심리가 워낙 강하고 시장에 나와 있는 물량이 풍부해 투자 열기가 식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가 정조준하고 있는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1월 둘째 주 매매 가격 상승률은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전주 대비 1.17% 올랐다(부동산114). 주간 기록으로는 2006년 11월 둘째 주(1.99%) 이후 최고치다.

무엇보다 부동산 현장 단속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은밀히 거래되는 불법 전매나 자전 거래는 현장을 덮쳐 적발하기 어렵다. 9일 정부는 지난 석 달간 관계기관 합동 부동산거래조사팀을 운용해 부동산 불법 행위 2만4000여 건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적지 않은 성과지만, 이 중 현장 점검으로 적발한 행위는 9건에 불과했다. 중개보조원 미신고, 불법 광고물 부착 등 경미한 건이 대부분이었다. 부동산 거래 불법 행위는 갈수록 교묘해지고 은밀해지는데 단속 나간다고 널리 알리고 현장에 나가 아파트 매매 계약서를 들여다보는 방식으로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인력도 부족하다. 단속반이 주로 찾는 곳은 거래가 이뤄지는 공인중개업소나 분양 현장 같은 곳이다. 한 곳에 단속을 나가도 즉시 소문이 퍼지기 때문에 여러 곳에 신속하게 단속반을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지난 석 달간 정부 부동산거래조사팀에 투입된 강남구청 직원은 단 1명뿐이었다(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만 공인중개업소가 5000곳이 넘는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해 단속반에 투입된 직원도 기존 업무를 하면서 정부 조사팀 일을 병행했다”며 “현장 단속에 나간 적은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조사팀에 관여한 국토부 관계자 역시 “지자체 인력이 부족해 협조를 구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털어놨다. 또한 불법 행위가 많이 적발되면 지자체 이미지가 훼손되거나 질타를 받을 것을 우려해 단속에 소극적인 지자체도 많았다는 후문이다.

현 정부를 포함한 역대 정부는 부동산 시장이 들썩일 때마다 구태의연한 방식의 현장 단속을 ‘전가의 보도’처럼 썼다. 하지만 소(부동산 과열) 잡는 데 닭(단속) 잡는 칼을 쓴들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은 꿈쩍 않았던 강남 부동산 시장이 증명한다. 오히려 정부가 단속 엄포를 놓을수록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것을 드러낼 뿐이라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단속도 좋지만, 본질(대책)에 집중하라는 얘기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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