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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집주인과 직접 통화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중개사가 중간에 끼어드는 것보다는….”

이달 초 전셋집을 옮기는 과정에서 약간의 실수가 있었다. 잔금 치르고 이사하는 날 집 명의자인 아내는 직장 때문에 못 왔고, 대신 온 남편이 들이민 본인 명의의 계좌번호로 얼떨결에 송금한 것이다. 위임장이나 인감도장도 없이 온 집주인 남편에게 이체한 것은 기자의 잘못이지만, 공동중개라 두 명의 공인중개사가 현장에 있었는데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은 것도 의아했다.

다음날 아침 “대체 내가 누구에게 송금한거지?” 하는 생각에 공인중개사에게 전화했더니 돌아온 답은 집주인과 직접 통화하란 것이었다. 결국 언성을 높인 끝에 명의자가 다음날 와서 영수증에 자필사인하고 인감도장 찍는 것으로 해결됐지만 전날 상한선으로 지급한 중개수수료가 아까웠다. 계약서를 쓸 때부터 등기부등본상 주소와 다르게 표기하기도 했고 계약서에 오탈자도 보이는 등 일처리가 깔끔하지 않았다.

요새 ‘중년의 고시’라고 불릴 만큼 공인중개사 자격증은 취득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공인중개사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주관하는 시험을 두 차례 치르고 합격해야 딸 수 있는 자격증이다. 엄연히 국가가 공인한 전문가인 셈이다. 하지만 같은 시험을 보고 공인중개사가 된 이들의 서비스는 천차만별이다.

최근 아파트 매매계약을 하면서 1년 7개월 후에 입주할 계획이어서 세입자도 구해야 한다고 했더니 공인중개사는 난감해 했다. 역전세난 조짐이 있어서 세입자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2년도 아니고 1년 7개월짜리 전세에 들어올 세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결국 매도자인 집주인을 설득해 지금 집을 팔되 입주 시기까지 전세로 사는 조건을 만들어왔다. 최근 실거래된 가격보다는 다소 높은 가격이었지만 단박에 오케이했다. 잔금 일정이 6월 초로 미뤄지면서 생길 수 있는 재산세 납부 갈등도 7월분은 매도자가, 9월분은 매수자가 지급하는 것으로 특약사항에 깔끔하게 정리했다. 이 공인중개사에게는 중개수수료를 더 얹어줘도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보통 부동산 거래를 하면 중개수수료가 비싸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중개수수료 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싼 편이다. 주택의 경우 거래 금액에 따라 매매는 0.4%에서 0.9%, 임대차는 0.3~0.8% 이내에서 협의하도록 돼 있다. 반면 미국은 매도인에게만 6~7%의 수수료를 받으니 사실상 3%대이고, 일본·독일·스페인 등도 3~6% 수준이다.

문제는 서비스의 질이다. 미국에서 주택을 매입한 경험이 있는 한 지인은 우리나라 부동산 계약서를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2페이지로 끝나는 부동산 계약서가 미국에서는 거의 책 한 권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매수자가 생각지 못한 특약사항까지 상세하게 넣어 차후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계약서만으로 원천 차단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한다.

한국에서 개업 공인중개사만 10만명이 넘는다. 그리고 매년 2만명 가량의 공인중개사가 새로 배출된다. 경쟁은 갈수록 심해지는데 서비스 수준은 제자리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수수료가 아깝지 않다”, “더 얹어주고 싶다”고 할 정도의 서비스가 아니면 공인중개업은 흔히 말하는 ‘복덕방’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권소현 (juddi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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