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소작농으로 불리는 상가 세입자를 쫓아내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그 배경에는 평균수명 연장과 일자리 감소에 따른 자영업자 증가라는 팍팍한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뉴욕과 런던 등 미국과 유럽의 선진도시들도 경제개발시대에 겪은 사회현상이다. 이들 국가 역시 세입자의 권리보호가 여전한 숙제로 남아 있다.
우리사회에서 최근 임대차보호 문제가 이슈로 떠오른 것은 이른바 ‘궁중족발 사건’으로 불리는 세입자와 건물주간 분쟁 때문이다. 상권발달로 임대료가 폭등한 서울 서촌의 본가궁중족발 사장은 월세를 4배나 올린 건물주에게 망치를 휘둘러 구속·기소됐다.
그는 폭행 가해자임에도 사회적인 동정여론이 일면서 법개정이 급물살을 탔다. 기존법안은 상가 세입자의 임대차 계약기간을 5년까지 보장했지만 자영업자가 영업을 위해 투자한 시설비, 인테리어비, 단골손님을 유치하는 데 든 무형의 노력 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됐다.
이번 법개정에 따라 임대차 첫 계약기간이 2년이라면 만료 후 8년의 재계약기간을 요구할 수 있다. 이에 대다수 상인들은 투자비 이상의 본전을 더 수월하게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 시민단체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관계자는 “자영업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음식점의 경우 투자비 회수기간을 보통 7년으로 보는데 계약기간을 10년 보장한다면 이전보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마음 편히 장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개정법이 보호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소급적용이 안되므로 법 시행 후 첫계약이거나 갱신하는 계약만 적용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2014년 임대차계약을 한 세입자 김모씨가 내년 이후 계약을 갱신하면 개정법의 적용을 받는다. 하지만 2013년 11월 첫계약을 하고 5년째인 올 11월 계약을 갱신하는 세입자는 기존법이 정한 5년의 계약기간이 끝나 다시 계약갱신을 할 수 없다.
이를테면 장사가 잘되는 가게의 세입자가 다른 세입자에게 임대차계약을 넘기면 음성적인 거래로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이 오가면서 분쟁의 발단이 됐다.
내년 개정법 시행으로 건물주는 임대차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세입자가 새 세입자를 직접 구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쉽게 말해 기존 세입자의 권리금을 받기 위한 활동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권리금 조항은 재계약권과 달리 법시행 후 현재 계약중인 관계에도 즉시 적용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계약만료를 앞둔 세입자들은 특별히 유념해서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약 임대인이 새 세입자와의 임대차계약을 거부하거나 권리금 회수활동을 방해한 경우 세입자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법개정에도 불구하고 세입자와 건물주의 현실적인 상황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대차계약 종료 이후에도 2개월까지 권리금 회수활동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밖에 참여연대 상가임대차 개정 국민운동본부는 환산보증금 폐지가 이번 개정안에 담기지 않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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