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념 전 부총리(현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일가가 서울 강남 한복판 노른자 자리에 들어선 호텔의 오너가 됐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선정릉을 내려다보는 위치에 4성급 호텔을 오픈하며 호텔업계에 진출한 것.
주식 간접투자로 고위공직자 중 재산증가 2위를 기록한 진 전부총리지만 자산을 불려준 효자는 부인이 점찍은 삼성동 땅이다. 2002년 초 재산공개 내역에 따르면 26억5775만원이던 자산은 현재 수백억 원 가치의 4성급 호텔로 불어났다.
8일 부동산투자업계에 따르면 진 념 전부총리와 가족 소유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113-5번지 대지에 지난달말 ‘알코브호텔 서울 매니지드바이 아코르호텔&앰배서더’(이하 알코브호텔서울)가 개장했다.
알코브호텔서울은 글로벌 호텔체인 아코르의 예약망과 로열티 프로그램(LeClub·르클럽)이 적용되는 국내 최초 부티크 호텔이다. 실제 호텔 소유주는 진 전부총리 일가다.
총 802.2㎡ 규모의 해당 부지는 당초 유명 곱창 맛집인 ‘오발탄 선릉점’이 세들어 있던 자리로 진 전부총리의 아내 서인정씨가 점찍은 땅으로 알려졌다. 2006년 1월 부부 공동명의로 매입했고 2010년 6월 외국계 금융회사에 재직 중인 아들 진 율씨가 부모로부터 각각 45㎡를 사들여 90㎡를 보유했다.
해당 부지는 일반상업지역으로 공시지가만 1㎡당 1609만원(올해 1월 기준), 국토교통부의 인근 실거래가를 고려하면 시가는 3.3㎡당 1억2000만원에 달한다. 봉은사로를 끼고 선정릉역까지 걸어서 5분 거리에 선정릉을 바라보는 노른자 땅이다.
알코브호텔 서울 최고층의 루프탑 바/사진제공=알코브호텔 서울
가족 3인이 지분을 공유한 해당 토지는 담보대출을 통해 호텔을 신축하면서 몇 배로 자산가치가 불어났다. 가족회사인 ㈜알제이홀딩스(자본금 6억5000만원)를 설립, 2015년 9월 100억~110억원 상당의 대출을 받았다. 현재 채권 최고액은 61억3200억원으로 대출원금이 50억원가량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이사는 진 전부총리의 부인 서씨지만 진 율씨가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고 최대주주다. 추후 알제이홀딩스가 호텔 운영 수입으로 진 념 부부의 토지지분을 사들인다면 증여나 상속과정 없이 호텔 건물과 부지가 알제이홀딩스 소유가 된다. 그만큼 세금도 절약된다.
호텔 개발과 브랜딩은 부동산에 특화된 자산관리회사 승가헌이 맡았다. 한 부동산개발업계 관계자는 “토지의 활용성과 자산가치를 높이면서 세대간 부동산 직접 증여를 최소화했다”며 “알제이홀딩스의 호텔 운영수익을 통해 추후 호텔부지 전부를 매수할 수 있게 설계한 절세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진 전부총리는 2001년 8월부터 2002년 4월까지 재정경제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를 역임했다. 퇴임 후엔 M&A(인수·합병) 금융증권 국제거래 지식재산권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서정 법무법인 고문, LG전자 사외이사, 포스코 청암재단 이사, 전북대 석좌교수,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