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역사의 몰락] ②황금알 아닌 ‘빚더미’ 낳는 거위
황금알은 옛말. 보장된 상권으로 통하던 민자역사 사업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십년 넘게 유령 건물로 방치된 역사가 있는가 하면 파산 절차를 밟으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역사도 있다. 대형마트·백화점이 입점한 역사들은 그나마 선방 중이지만 이들도 장기 계약이 끝나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상권 살리기 프로젝트로 탄생한 민자역사가 어쩌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일까. <머니S>가 민자역사의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결책을 찾아봤다.
민자역사의 가장 큰 문제는 부실한 개발업체가 사업을 떠맡았다는 점이다. 창동역 시행사인 창동역사는 공사비 200억원가량을 미납하고 주식을 담보로 수백억원대 불법대출을 받는 등의 비리가 드러나 전 대주주 김모씨가 배임 및 횡령혐의로 구속됐다.
노량진역사는 전 최대주주 김모씨가 불법으로 착공 전 분양을 통해 50억원대 이득을 얻은 혐의로 구속됐다. 더구나 코레일은 사기 전력이 있는 김씨에게 또다시 사업권을 줘 논란을 빚었고 시공사가 수차례 바뀌다가 결국 사업이 좌초됐다. 일반인 130여명이 상가 분양계약을 맺고 낸 계약금만 150억원에 이른다.
감사원 감사 결과 코레일은 신용등급 B 이상이나 자본금 100억원 이상인 최초 사업자 자격요건을 사업자 변경과정에서 무시하고 업체를 선정했다. 코레일이 민자역사를 무리하게 늘린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부채감축을 위해 경제성 없는 사업을 추진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또 하루 평균 이용객이 8000여명에 불과한 인천역의 대규모 민자역사 사업을 추진하는가 하면 청량리역은 외환위기로 한번 실패한 사업이 서울역사에 밀려 수차례 표류 후 23년 만에 준공하는 과정에서 당초 2000억원의 사업비가 39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불어났다.
부동산금융업계 관계자는 “역사는 도시의 랜드마크이자 외국인 등 관광객에게 주는 이미지가 중요한데 철저한 사업성 검토 없이 정치인 공약이나 사업가의 이해관계에 따라 개발을 추진한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창동역사는 2014년과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주요 후보들의 공약으로 제시됐지만 결국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았다.
◆②트렌드 못 따라가는 사업운영
사업을 졸속으로 추진한 것도 모자라 운영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민자역사는 코레일과 민간기업이 공동출자해 사업을 운영하는데 상권 트렌드 등을 분석하고 설계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사업자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민자역사나 아웃렛은 단순한 쇼핑을 넘어 문화와 가족여가, 반려동물 휴식 등을 위한 복합공간으로 변신했다. 인터넷 최저가쇼핑이나 해외직구 등이 트렌드로 자리잡은지 오래인데 옛날방식의 상권에 의존하는 역사는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2006년 세워진 신촌역사는 동대문패션의 대중화를 이끈 밀리오레, 멀티플렉스 메가박스를 입점시켜 기대를 모았지만 현재는 메가박스만 남은 채 텅 빈 ‘유령건물’이 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죽은 상권임에도 영화관 영업이 지속될 정도로 입지가 좋은 곳”이라면서 “상가분양으로 대박을 내겠다는 부동산개발 관점으로 접근한 민자역사는 대부분 몰락했다. 상권분석 없이 천편일률적인 쇼핑몰로 개발한 것이 문제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상가분양 시 상권 활성화를 위한 홍보비와 인테리어비 명목으로 시행사가 분양자에게 부과하는 ‘상가개발비’도 유용 논란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9년 신촌역사 시행사가 투자자에게 상가개발비를 받아 임의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약관을 무효라고 판정했다.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코레일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1년부터 코레일이 민자역사를 통해 챙긴 배당수익은 1666억7000만원에 달했다.
민자역사 임원 역시 코레일 퇴직자들의 낙하산 자리로 이용됐다. 코레일과 창동역사가 맺은 업무협약서를 보면 창동역사 임원 중 최소 이사 1명과 감사 1명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코레일이 추천한 자로 구성한다는 조항이 있다.
지난해 9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퇴직자 취업심사 결과 51명 중 7명의 불승인을 결정한 가운데 코레일 임원 출신의 롯데역사 상임이사직 배정이 취소됐다. 2014년과 2016년 국감에서 지적받았음에도 여전히 코레일 낙하산 시도가 반복된 것이다. 심지어 부도가 난 노량진역사에서 억대 연봉을 받아간 코레일 출신 간부도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상법상 주식회사의 임원 및 임원보수는 주주총회에서 결정되는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또 배당문제와 관련해 “민자역사 운영회사의 이사회와 주주총회 결의로 결정되는 것으로 법으로 정해진 기준은 없다”고 말했다.
국유재산을 빌려주고 앉아서 배당만 받는 코레일의 안일한 사업구조가 민자역사 몰락을 예고한 것은 아닌지, 33년 역사의 과오를 돌아볼 때라는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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