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래절벽'에 공인중개사 사무소들이 최악의 한파를 맞고 있다. 5년 만에 처음으로 전국 공인중개사사무소 폐업 숫자가 개업 숫자를 넘어선 가운데 강남 4구(서초·강남·송파·강동)에서는 문을 닫은 공인중개사사무소가 두달 연속 100곳을 넘었다. 지방에서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폐업이 두드러졌다. 경남은 올 들어 1월과 2월을 제외하고는 폐업한 곳이 개업한 곳보다 많았다.
23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전국에서 폐업신고한 공인중개사사무소는 1420곳으로 개업한 곳(1343곳)보다 많았다. 폐업이 개업을 넘어선 것은 2013년 6월(개업 1077곳, 폐업 1213곳) 이후 5년여 만에 처음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웹사이트에는 최근 하루에도 100건 넘는 공인중개사사무소 양도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해 9·13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문을 닫은 공인중개사사무소는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 9월 964곳에서 10월 1328곳, 11월 1420곳, 12월 1808곳이 폐업했다.
서울에서는 강남 4구에서 폐업이 두드러졌다. 이 지역에서 지난해 12월 폐업신고는 139곳으로 11월(102곳)에 이어 두 달 연속 100곳을 넘었다. 주택밀집지역인 구로·영등포·동작·관악에서도 130곳이 폐업해 100곳을 상회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주택 거래량이 줄어든 것이 줄폐업의 원인으로 서울에서는 동부와 남부, 지방에서는 영남지역이 많이 안 좋다"고 말했다.
지방에서는 부울경 지역의 폐업이 눈에 띈다. 부산은 지난해 12월(147곳) 전국에서 가장 폐업이 많았다. 울산에서는 올 들어 7개월 연속, 경남에서는 9개월 연속 폐업이 개업보다 더 많았다.
이처럼 공인중개사사무소 폐업이 이어지는 이유는 주택거래가 실종됐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매매거래량은 전국 85만6000건으로 5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택거래의 활발한 정도를 보여주는 KB부동산 매매거래지수는 지난 14일 기준 1.2를 기록하며 바닥을 치고 있다. 매매거래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100을 넘으면 매매거래가 활발하다고 판단한다. 협회 관계자는 "물량은 늘어나도 매수심리가 되살아나지 않으면 사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