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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은 옛말. 보장된 상권으로 통하던 민자역사 사업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십년 넘게 유령 건물로 방치된 역사가 있는가 하면 파산 절차를 밟으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역사도 있다. 대형마트·백화점이 입점한 역사들은 그나마 선방 중이지만 이들도 장기 계약이 끝나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상권 살리기 프로젝트로 탄생한 민자역사가 어쩌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일까. <머니S>가 민자역사의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결책을 찾아봤다.<편집자주>

[민자역사의 몰락] ④황량한 역사, 사라진 옛 영광


서울지하철 1호선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동인천역은 서울역에 이은 우리나라 두번째 민자역사다. 한때 인천지역을 대표하는 상권으로 꼽히며 호황을 누렸지만 지금은 주민들과 인근 전통시장을 찾는 소수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역사(驛舍)로서의 기능만을 한다. 도심의 상징은 흉물이 됐고 옛 영광은 추억이 된 지 오래다. 재개발이 이뤄질 것이라는 소문이 수차례 돌았으나 기약 없는 희망과 좌절을 반복할 뿐이다.

◆흉물로 방치된 역사

동인천역 민자역사 / 사진=이한듬 기자
동인천역 민자역사 / 사진=이한듬 기자
지난 14일 동인천역 1번 출구를 빠져나오자 세월의 더께가 앉은 노포들이 눈에 띈다. 과거 인천의 중심상권이었다는 얘기를 들었던 터라 구획별로 깔끔히 정돈된 거리를 상상했지만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기대와 달랐다.

“예전엔 동인천역이 인천의 중심지였어. 발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넘쳐났던 적도 있고 번창했던 것도 맞아. 그런데 그것도 다 옛날얘기지 뭐.”

역 인근 노포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어느 나이 든 상인의 얘기다. 실제 동인천역은 가까운 중앙시장과 송현시장 등과의 시너지를 더해 광복 직후 인천 최대상권으로 승승장구했다. 1989년에는 주변 상인들이 합작해 지하 3층, 지상 6층 규모의 민자역사가 세워졌고 이곳에 인천백화점이 문을 열며 1990년대 중반까지 남부럽지 않게 성업했다.

하지만 부평과 주안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도심이 형성된 데다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동인천역 상권은 쇠퇴의 길을 걸었다. 특히 1999년 동인천역 인근 호프집에서 56명의 사망자를 낸 화재참사가 발생하면서 상권이 완전히 무너졌다. 인천백화점은 결국 2001년 폐업했다.

이후 동인천역사는 폐건물로 방치됐다. 2010년 증·개축 허가를 받은 뒤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에 돌입해 재기를 노렸지만 이마저도 결실을 맺지 못해 현재는 파산절차를 밟고 있다.

동인천역 지하상가 / 사진=이한듬 기자
동인천역 지하상가 / 사진=이한듬 기자
커다란 펜스로 둘러싸인 민자역사 곳곳은 오랜 기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는 사실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엉망이었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인천백화점이 있던 건물 정면 계단은 곳곳이 깨지고 파인 데다 좌우로도 틈이 벌어져 위험해 보였다.

건물 4~5층에 화상경륜장이 있다는 안내문을 확인하고 건물 동쪽입구를 통해 위층으로 올라가봤다. 건물 내부 계단 역시 이곳저곳 깨진 채로 방치돼 있었다. 4층에 도착해 화상경륜장 내부로 들어가려 했지만 실제로는 운영하지 않는지 문이 굳게 잠겨있었다. 건물을 빠져나와 이번엔 서쪽에 설치된 간이계단으로 진입을 시도해봤지만 역시나 잠긴 상태였다.

◆숨죽인 인근상권

역사 지하로 내려가자 지하철입구와 지하상가를 연결하는 통로만 제외하고 대부분이 칸막이로 막혀있었다. 사실상 동인천역 민자역사 진입이 전부 차단된 셈이다. 칸막이 곳곳에는 ‘리모델링 작업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아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동인천역에서 신포시장 방면으로 이어지는 지하상가로 걸음을 옮기자 휴대폰대리점을 비롯해 네일숍, 신발가게, 옷가게 등 다양한 상점들이 영업 중이었다. 하지만 분주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곳을 지나는 손님도 그다지 많지 않은데다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문을 열지 않은 가게가 많았기 때문이다. 문이 닫힌 일부 가게에는 셔터 위로 ‘임대문의’ 종이가 붙어있었다.

동인천역 구 지하상가 입구 / 사진=이한듬 기자
동인천역 구 지하상가 입구 / 사진=이한듬 기자
비단 지하상가뿐만이 아니다. 지상에도 문을 닫은 가게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중앙시장 역시 입구부터 길을 따라 셔터를 내린 가게들이 이어져 황량하다 못해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문을 연 한 상점의 주인에게 장사가 좀 되느냐고 묻자 그는 “말해 뭐 하느냐”며 손사래 쳤다. 동인천역 철도 밑 굴다리에 들어선 인천 최초 지하상가인 동인천역 옛 지하상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인천시가 시민 접근성 강화를 위해 조성한 동인천역 북부광장은 노숙인들이 벤치 곳곳을 차지하고 있었다. 어느 남녀노숙인이 서로에게 빈깡통을 집어던지며 욕설을 퍼붓자 광장을 지나던 한 시민이 황급히 자리를 피하는 상황도 연출됐다. 동인천역 상권 쇠퇴의 한 편린이 뇌리에 꽂히는 순간이었다.

역사 인근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장사가) 잘 되는 상점은 여전히 잘 되지만 전체적으로는 상권이 죽은 게 사실”이라면서 “동인천역 민자역사 재개발 이야기는 항상 있었지만 집행이 안 되고 있다”고 씁쓸해 했다.

이어 “제대로 재개발이 되려면 지자체 예산이 많아야 하는데 인천은 부채가 많은 도시라 계속해서 (재개발이) 미뤄지는 것”이라며 “인근 상인들은 여전히 재개발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한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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