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 업황이 나빠지면서 폐업하는 중개업소가 늘어나고 있다. 주택 거래 가뭄이 장기화할 조짐이 보이면서 사무실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중개업자들이 잇따라 짐을 싸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개업한 곳과 문을 닫은 전국 부동산 중개사무소는 각각 2만4367곳과 2만148곳에 달한다. 개업 업소와 폐업한 곳의 차이가 4219건으로, 2015년(5554건) 이후 가장 작다. 2016년과 2017년에는 새로 문을 연 사무소가 6000~7000곳 이상 많았다.
이런 가운데 해마다 1000여곳이 새로 문을 열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서울 동남권(서초·강남·송파·강동구) 부동산 중개사무소들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서초·강남·송파·강동구 폐업한 공인중개사무소는 141곳으로, 개업 사무소 수(119곳)를 크게 웃돌았다. 소위 ‘강남 3구’로 불리는 서초·강남·송파구가 포함된 이 지역에서 폐업하는 중개업소가 문을 여는 수보다 많은 것은 이례적이다.
부동산114 집계한 지난달 22일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 가격을 보면, 서초구 아파트 평균 시세는 (17억2892만원)으로 서울에서 가장 높다. 강남구(17억1250만원)와 송파구(12억3740만원)도 서울 지역 평균(8억4938만원)을 한참 웃돈다. 중개수수료는 거래 가격에 수수료율을 곱해 산정되는 만큼, 시세가 높고 매매가 잦은 지역일수록 중개업 수입이 많을 가능성이 크다. 공인중개사들이 서울 동남권을 가장 선호하는 이유기도 하다. 그만큼 중개업체 간 경쟁이 치열한 곳이기도 하다.
부동산 중개업황은 최근 악화일로다.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1월 수도권 주택 거래량은 2만2483건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9.8% 줄었다. 5년 평균 1월 거래량과 비교하면 26.7% 감소했다. 지난해 9월 정부가 다주택자 기준과 부동산 보유세 부담을 강화하고 대출을 옥죄는 정책을 쏟아내면서 시작된 거래 가뭄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은 것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중개업소 폐업 건수가 개업 건수를 넘어서는 현상이 5년 만에 나타났다"며 "보통 12월에 공인중개사 합격자 발표가 나오면 이듬해 1월에 개업이 급증하는 경향이 있는데, 올해 1월 개업 건수도 평년보다 훨씬 적었다"고 전했다.
강남3구 중개업소라도 요즘 같은 매매 가뭄 속에선 전세 계약을 몇 건 체결하는 수준으로는 사무실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사무실 운영비가 비싼 서울을 떠나 아예 개발 호재가 들리는 수도권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중개사들도 등장하고 있다.
공인중개사 박모(52)씨는 "서울 송파에서 운영하던 사무실을 3개월 전에 닫고 경기도 용인으로 이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SK하이닉스가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들리자, 공식 발표가 나기 전 매물을 선점하기 위해 사업장을 미리 옮겼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부동산 중개업자는 "예전 세종시가 조성될 때도 대전과 충남 지역에서 활동하던 중개업자들이 세종시로 유입됐고, 2016~2017년은 경남 지역 경기가 좋을 때도 호재를 따라 이전해온 중개업자들이 많았다"면서 "지역별 경기나 시장 분위기에 따라 중개업자들이 지역을 옮겨 영업하는 것도 드문 일은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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