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13대책을 발표한 지 6개월이 지나면서 전국적으로 '거래 실종'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일부 급매가 나오고 있다. 4월 말 아파트 공시지가가 발표되면 일부 급매물이 나오면서 가격이 한단계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당분간 매도자와 매수자의 가격 줄다리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1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3월(1~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누적거래량은 총 456건이다. 1일 평균 거래량으로 환산하면 45.6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1만3813건) 일평균 445.6건의 10.2%로 줄었다. 특히 지난해 9월 이후 이런 거래절벽 현상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1만2233건을 기록한 이후 9·13 부동산대책의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같은 해 11월 3535건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간 거래량은 전년동기의 2만9599건 대비 80.6%나 감소했다.
■매수자·매도자 줄다리기 길어질 듯
이처럼 거래절벽이 벌어진 이유는 9·13대책 이후 매도자와 매수자의 가격 줄다리기 양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매도자는 지난해 급등한 가격을 기준으로 다소 저렴한 가격에 집을 내놓는 반면 매수자는 급등하기 이전 가격을 기준으로 집을 알아보기 때문에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특히 집값 약세장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매수자는 집값이 더 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크고, 매도자 역시 더 이상 집값을 낮추기 힘들다는 생각에 거래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세종대 임재만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이 꺾인 게 눈에 띄거나 체감할 정도는 아니고 아직까지 9·13대책이 효과가 충분하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실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값은 지난해 11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17주 연속 떨어졌다. 월간 통계로는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4개월간 0.89% 떨어졌다. 강남구가 2.92%, 송파구가 2.07% 하락하는 등 강남4구 아파트가 2.10% 내리며 약세를 주도했다. 그러나 시장에서 시세보다 수억원 떨어진 급매물이 등장하고, 팔린 곳은 대부분 강남재건축 등 투자수요가 많았던 곳이다.
잠실 주공5단지는 지난 1월 5건, 2월에는 6건이 팔렸는데 대부분 지난해 8월 고점 시세 대비 2억∼3억원 이상 낮게 거래된 물건이다.
오히려 6억~7억원의 중위가격대 아파트 값은 가격이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마포구 '도화현대1차' 아파트 전용 54㎡는 지난해 9월 7억2000만원에 거래됐고, 올해 1월에는 7억2500만원에 팔렸다.
■4월 아파트 공시가격 발표 '변수'
전문가들은 거래공백이 이어지는 가운데 4월 말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가 매매시장에 단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공시가격 인상폭이 커지면 6월 1일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부과기준일 이전인 5월에 집을 내놓거나 증여 또는 임대사업등록 등의 의사결정을 하려는 사람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급매가 쏟아지거나 거래가 크게 늘진 않겠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면서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 시점인 오는 4월을 기점으로 그나마 거래가 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4월 말 공시가격이 오르더라도 이미 수억원의 집값이 오른 것에 비하면 수익률 관점에서 다주택자들의 부담이 크지 않아 급매물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종부세 부담 역시 커졌지만 집값이 오른 것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하고, 서울은 여전히 집값상승 여력이 있어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겠느냐는 지적이다.
임재만 교수는 "9·13대책으로 집값 급등이 꺾인 것은 좋으나 집값이 더 하락해서 안정돼야 하는데 집값을 내릴 유인이 크게 없다는 게 문제"라면서 "정부가 공시지가를 올리긴 했지만 큰 변화는 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