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4구역에는 35년 된 을지면옥보다 훨씬 오래된 67년 전통의 함흥냉면 노포(老鋪) 등이 있음에도 제약 없이 철거된다.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행정이란 비판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개발 중단 이후 보상 지연에 따른 생계난과 주변 환경 노후화로 안전 위협 등에 내몰린 세운3구역 영세 토지주 500여 명은 이르면 이번주 감사원에 서울시에 대한 행정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8일 개최된 서울시의회 285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에서 '서울주택도시공사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동의안'이 가결됐다. 이날 상정된 안건의 핵심은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비 조달을 위해 SH공사가 공사채 8500억원 발행을 행정안전부에 신청하겠다는 것이다. SH공사 관계자는 "공사채 발행을 행안부에 신청하려면 절차상 시의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면서 "8500억원은 공사 측 안이고 최종 발행금액은 행안부 심의에서 결정된다"고 말했다.
세운재정비지구 개발 전면 재검토를 선언한 서울시가 직접 개발하는 세운4구역에 대해서는 노포 철거를 눈감는 것이 형평성 차원에서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정비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세운3구역 영세 토지주들은 서울시가 산하 공기업인 SH공사를 통해 개발 중인 세운4구역의 철거·보상 작업을 최근 진행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내로남불 행정"이라며 형평성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세운3구역의 한 주민은 "세운4구역의 원조함흥냉면은 을지면옥보다 훨씬 더 오래된 노포이고 예지동 시계골목도 오랜 전통이 있다"면서 "서울시가 4구역에 대해 보존하겠다는 얘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민간이 추진하는 사업만 막는 것은 명백히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세운3구역의 을지면옥과 양미옥, 조선옥 등은 2015년 생활유산으로 지정됐기에 보존 검토가 필요하지만 세운4구역의 원조함흥냉면 등은 생활유산으로 지정되지 않아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의 '역사도심 기본계획' 214쪽에는 세운상가 일대에서 을지면옥, 양미옥, 조선옥 등 16곳이 생활유산 목록에 올랐지만 구체적인 보존 계획 등은 정해진 것이 없다. SH공사 관계자는 "세운3구역 토지주 입장에서는 형평성 문제를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면서 안타깝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한편 세운3구역 영세 토지주 500여 명은 올 초 서울시의 갑작스러운 개발계획 재검토로 인해 정상적으로 추진했던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며 감사원에 행정감사를 청구하기로 했다. 토지주 470여 명이 이미 행정감사 청구요청 동의서를 작성했고, 이르면 이달 중순 감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전체 토지주 618명 가운데 3-1, 3-4·5 등 이미 철거된 일부 구역을 제외한 대다수 토지주가 감사 청구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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