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와 이화여대가 있는 젊음의 거리 신촌도 '빈 가게'가 넘쳐나고 있다. 서울 논현동과 이태원이 30대 직장인이 지갑을 여는 곳이라면 신촌은 20대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의 주요 거처다. <관련기사 파이낸셜뉴스 2019년 3월 24일 5면>온라인 숍에 밀려 문을 닫는 화장품 가게, 새 임차인을 못 찾아 통으로 빈 식당 건물, 심지어 젊은 연인이 찾는 숙박업소마저도 줄어들고 있다.
■역세권, 학세권도 빈건물 투성이
25일 오후 신촌역 3번 출구, 5m도 채 가지 않아 빈 가게 두 곳이 나타났다. 그 중 한 곳은 최근 가게가 빈 탓인지 가게 안으로 남성 속옷 모델사진과 '50% 할인'이라는 문구가 아직 걸려 있다. 2호선 신촌역을 출발해, 경의 중앙선 신촌역, 이화여대 정문, 이대입구역으로 약 2km를 걷는 동안 대략 서른 곳이 넘는 빈 가게를 발견했다.
차 없는 거리 골목에 통으로 빈 건물은 2년전 식당 건물을 리모델링했으나 수년째 새 임차인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화장품 가게로 쓰던 4층 건물, 담 하나를 사이에 둔 건물 2채가 통으로 빈 경우도 있었다. 이대역 인근 가게들은 최근 간판을 땐 탓인지 과거 팔았던 화장품 브랜드를 알아 볼 수 있는 얼룩이 남아있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이화'가 중국어 '리파'(이익을 준다는 뜻)를 뜻해 중국인 관광객이 넘쳐나 이화여대 학생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당시 화장품 가게들은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아르바이트생을 둘 셋씩 고용하며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이화여대 정문 근처, 문을 닫은 수많은 화장품 가게 사이로 새로 개업을 앞둔 가게 하나가 눈에 띄었다. 'OO부동산 중개법인, 010-XXXX-XXXX'.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컨설팅 업체'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문을 닫는 가게의 권리금을 깎고 전 주인을 내보낸 뒤에 새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붙여 장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권리금 뻥튀기'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모텔도 수익성 악화에 폐업
결혼을 포기한 가난한 청춘들에게는 '사랑노래'도 점점 더 사치가 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6년 말 7715개였던 숙박업소는 2년 뒤인 2018년 말 기준 6749개로 약 1000개나 줄었다. 대학생의 취업은 늦춰지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편의점, 식당 등 아르바이트 자리가 줄면서 용돈벌이도 더 어려워지고 있다.
온라인 숙박앱 회사 야놀자 관계자는 "24시간 가게를 하는 숙박업 특성상 최근 인건비 부담이 늘었다"며 "4시간 근무에 30분 휴식 보장 등을 위해 직원을 더 뽑기 어려운 사장님이 새벽 근무를 서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에 약 5만개 모텔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 약 30% 정도만 온라인 제휴가 돼 있어 프랜차이즈형 모텔 사업은 더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기업형으로 운영되는 프랜차이즈 점포보다 소규모로 운영되는 일반 점포의 경우 문을 닫는 경우가 더 많았다. 2016년 말 기준 서울시 전체 자영업 점포(외식·서비스·소매업) 숫자는 49만773개로 2018년 말에는 47만957개로 1만9816개 줄었다. 이중 프랜차이즈 점포는 단 525개만 줄어들었으나 일반 점포는 1만9291개나 문을 닫았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외식업은 2016년 14만6770개에서 2018년 14만3623개로 3147개가 줄었다. 서비스업은 15만6843곳에서 14만9003곳으로 7840곳이 줄었고, 이 기간 소매업은 8829곳이 줄었다.
신촌 모텔촌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건물이 통으로 비었어도 장사를 하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모텔은 그나마 정도가 덜하지만 부동산만 해도 학생들의 전월세 거래도 줄면서 매달 손해를 보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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