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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상권의 빈 점포. /사진=김창성 기자
이태원 상권의 빈 점포. /사진=김창성 기자
서울 용산구 이태원·경리단길 상권이 최근 속앓이 중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고 방문객이 늘며 인기 상권에 등극했지만 최근 손님이 줄며 폐업이 늘고 있다. 그럼에도 임대료는 아직도 천정부지라 상인들의 한숨은 늘었다. 골목은 여기저기 빈 점포가 널렸고 어깨를 부딪치며 걷던 거리는 너무 한산해 적막감이 감돈다. 상인들은 밤에는 여전히 사람들로 붐비지만 미군기지 이전 등 고정수요가 크게 줄어 매출이 예전만 못하다고 토로한다. 이태원·경리단길에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한산한 거리, 이태원 맞나요?

“여기 이렇지 않았는데 사람 너무 없네요.”

자영업자 A씨는 오랜만에 이태원 엔틱가구거리를 찾은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 가끔 이곳을 찾아 가구를 둘러본다는 그는 불과 몇개월 새 동네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며 놀라워했다.

A씨는 “가구거리에도 골목 곳곳에 맛집이 많아 항상 사람들의 발길이 잦았다”며 “아무리 대낮이지만 이렇게 한산한 모습을 보니 이태원이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태원 엔틱가구거리는 좁은 2차선도로 양옆으로 약 300여m 남짓한 거리로 형성됐다. A씨처럼 인테리어 등에 관심이 많은 사람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층 및 외국인이 자주 찾는 곳으로 알려졌지만 이제는 명맥만 유지하는 상황.
이태원 상권의 빈 점포. /사진=김창성 기자
이태원 상권의 빈 점포. /사진=김창성 기자
가구거리를 둘러보다 이태원역이 있는 근처 이태원로로 이동했다. 이곳은 6호선 지하철이 지나는 이태원상권의 메인도로이자 거미줄처럼 연결된 이태원 일대 상권을 연결하는 중심도로다.

이곳의 분위기는 가구거리보다는 나았다. 도로 양쪽으로 자리한 옷가게, 각국 음식점, 화장품가게, 성인용품점 등 상권의 종류도 다양했고 오가는 사람도 많아서다. 다만 처진 분위기는 이곳에서도 감지됐다. 골목뿐만 아니라 메인도로인 이태원로에도 빈 점포가 눈에 띄었다.

상인 B씨는 “둘러보면 알겠지만 최근 들어 빈 점포가 늘면서 상권 분위기도 많이 가라앉았다”며 “손님이 줄어 매출이 하락세인데 임대료는 아직도 비싸서 버티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상인 C씨 역시 같은 생각. 그는 “워낙 외국인 관광객이 많다보니 딱히 유행을 타는 상권은 아니지만 그래도 요즘은 이마저도 끊기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며 “잘나가던 유명 방송인 홍석천씨 가게도 치솟는 임대료를 못 버티고 문 닫는 마당에 우리 같은 소상공인이 무슨 수로 오래 버틸 수 있겠냐”고 씁쓸해 했다.

상인들의 말대로 이태원 일대 상권 임대료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태원역 인근 D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역세권 상가 1층(약 70평)의 경우 보증금 3억원에 월 임대료가 2000만원, 역 뒷골목 점포(약 60평)는 보증금 1억원에 월 임대료 600만원 수준이다. 이보다 작은 지하(약 26평)는 보증금 3000만원에 월 200만원, 1층(약 26평)은 보증금 7000만원에 월 400만원이다.
경리단길의 빈 점포. /사진=김창성 기자
경리단길의 빈 점포. /사진=김창성 기자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점포 크기와 입지 등에 따라 가격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이태원 상권은 대체로 시세가 비싼 편”이라고 설명했다.

◆폐업 점포 속출, 경리단길

“하루에 아이스크림 20개 팔기도 힘들어요.” 상인 E씨
“저도 가게를 곧 접을까 생각 중이에요.” 상인 F씨

근처 경리단길 상권 상인도 한숨만 내쉬었다. 이태원 상권 못지않게 분위기가 가라앉아서다. 맛집으로 소문나 평일 낮에도 수십미터의 대기줄이 있던 경리단길 골목의 한 식당은 ‘점포임대’라는 안내문이 붙어 파리만 날렸다. 식당이 없어진 줄 모르고 방문한 이들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종종 목격됐다.

대학생 G씨는 “올 때마다 긴 대기줄 때문에 발길을 돌렸는데 결국은 가게가 없어져 음식 맛도 못 보게 됐다”며 “예전보다 분위기가 썰렁해져 이제는 다시 안 올 것 같다”고 말했다.

골목뿐만 아니라 도로가에 위치한 점포도 텅텅 비었다. 어떤 곳은 텅 빈 점포 6개가 연달아 줄지어 선 곳도 있어 경리단길 상권의 심각한 최근 상황을 짐작케 했다.

경리단길은 SNS 입소문을 타고 서울의 대표 랜드마크 상권으로 떠올랐지만 거품도 순식간에 빠졌다. 이태원 상권보다 전철역과 멀고 언덕이 많아 접근성이 다소 떨어졌지만 어느 순간 너도나도 가고 싶은 상권이 된 것도 잠시, 곳곳에 폐업이 속출한 평범한 상권으로 전락했다.

상인 H씨는 “사실 경리단길은 대단한 상권도 아니다. 어쩌다 입소문을 타고 방문객이 늘자 너도나도 가게를 하겠다며 뛰어들었고 늘어난 방문객만큼 임대료가 치솟았다”며 “곧 거품이 꺼지면서 상권의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지만 임대료는 여전히 버티기 힘든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경리단길의 빈 점포. /사진=김창성 기자
경리단길의 빈 점포. /사진=김창성 기자
또 다른 상인 I씨는 “기본 상권 분석 없이 급하게 장사에 뛰어든 상인도 문제지만 뜨는 상권이라고 무분별하게 임대료를 올린 건물주도 문제”라며 “매출이 줄어 임대료 낼 돈이 막막한 상황이라 같이 사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데 이미 지는 상권이라 하루 빨리 발을 빼는 게 상책인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이처럼 경리단길 역시 비싼 점포 임대료가 상권의 침체를 부추겼다. 인근 J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경리단길 초입의 1층(약 10평) 상가는 보증금 3000만~5000만원, 월 임대료 150만~200만원, 20평 이상은 보증금 5000만원, 월 320만원 이상으로 시세가 형성됐다. 1층 60평 상가의 경우 보증금 1억~1억5000만원, 월 임대료 550만~600만원인 곳도 있어 텅 빈 상권 분위기에 비해 아직도 시세는 콧대가 높았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7호(2019년 4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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