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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8.2 부동산대책 "공공의 ㄱ자도 관심없다"..현장선 이미 2·4대책 좌초 분위기

LH사태로 '공공' 불신 커져
공공재건축 신청은 전혀 없고
공공재개발 후보지 반발 커져
대흥5구역 취소 집단 민원도
與,2·4대책 후속입법도 미뤄
추진 의지조차 있는지 불분명
"민간 주도로 정책 전환 필요"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2·4 부동산 대책이 흔들리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의혹에도 정부는 공공 주도 주택 공급을 골자로 하는 2·4 대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2·4 대책은 물론 공공 재개발, 공공 재건축에 눈길도 주지 않는 모양새다. 심지어 2·4 대책을 책임지고 끌고 가야 할 여당마저 LH 땅 투기 의혹에 대한 거부감으로 국회에서 관련 후속 입법 처리를 미루고 있어 정부·여당조차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여당은 지난달 2·4 대책 발표 직후 국회에 '공공주택특별법' 등 2·4 대책 관련 개정안 등 후속 법안을 몰아치기로 발의했지만 정작 지난주에는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선 여당조차도 'LH 주도 주택 공급'을 책임지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LH 사태로 '공공만이 선하다'는 명제가 깨지고 있다며 공공 주도 공급 정책 기조를 전면 수정할 것을 주문했다.

14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다수 재개발·재건축 추진 구역에서 공공 참여 정비사업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달 말 공공 재개발 2차 후보지 발표를 앞두고 소유주 내부 갈등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마포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공공 재개발을 신청한 대흥5구역에서 이를 취소해 달라는 집단 민원이 구청에 접수됐다. 대흥5구역 인근에서 영업하는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때문에 공공 재개발 반대 플래카드가 붙었다가 하룻밤 새 떼지는 해프닝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공 재개발 후보지인 송파구 거여새마을지역(거여3구역)에서도 시간이 늦어지더라도 민간 주도로 정비사업을 추진해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거여새마을지역은 2011년 거여마천뉴타운에 편입됐다가 소송 끝에 2014년 구역 지정이 해제돼 존치관리구역으로 남았던 곳이다.

2·4 대책을 뒷받침하는 입법 작업이 늦어져 시행 시기도 불확실하다는 지적이다. 당정은 당초 3월에 후속 법안을 통과시키고 시행령 개정 등 준비를 거쳐 6월 전에는 시행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이들 법안은 지난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상정도 되지 못해 법안소위 회부 등 본격적인 논의 절차를 밟지 못했다. 남은 국토위 일정을 감안하면 이달 상정되는 것도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

2·4 대책 세부 사항이 정해지지 않아 일선 자치구에서는 혼선만 커지는 모양새다. 14일 양천구에 따르면 지난 2월 한 민원인은 신정4동을 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로 지정해 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를 본 다른 민원인은 2·4 대책에 어떤 독소 조항이 있을지도 모른다며 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 신청을 절대 반대한다는 글을 올렸다. 양천구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에서 구체적 지침을 받지 못했는데 민원만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8·4 대책에 담겨 첫 등장부터 삐걱댔던 공공 재건축은 반년 넘게 공회전 중이다. 당시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서울시청에서 열린 브리핑 도중 "공공 재건축은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느냐 하는 실무적인 퀘스천(의문)이 있다"며 "애초 서울시는 별로 찬성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발언했다.

서북권 3710가구 대규모 아파트 단지인 성산시영은 지난해 5월 정밀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한 이후 현재까지 민간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성산시영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정부가 공공 재건축을 발표한 이후 서울시 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 공공 재건축에 관심이 없다고 명확히 밝혔다"며 "그 후로 서울시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안전진단 조건부 통과 소식으로 재건축 기대감을 키우는 2만6000여 가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단지에서도 공공 주도 재건축에 거부감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한 목동7단지 소유주는 "목동 재건축 추진 관계자 모임에 여럿 참석하고 있지만 공공 재건축을 추진하자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며 "공공의 'ㄱ'자도 나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공공 재건축 컨설팅을 받았던 곳에서 2·4 대책에 담긴 공공 직접 시행에는 명확히 반대하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 2월 광진구 중곡아파트는 주민 설문조사를 거쳐 토지등소유자 270명 중 설문에 참여한 136명 모두가 공공 직접 시행 방식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정부에서는 공공 직접 시행 재건축 인센티브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배제 및 재건축 조합원 실거주 2년 의무 거주 조항까지 면제하겠다고 밝혔으나 시장에서 이를 반기지 않는 모양새다.

이러한 시장 반응은 국토부가 정비사업 현장 분위기를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서울시는 '도시건축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행정절차 간소화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가로 활성화, 신탁 방식 도입, 대규모 블록 분리 등 기존 정비사업 모델 변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서달산 구릉지에 위치한 흑석11구역과 택지개발지구에 속한 상계주공5단지 등 시범 사업지 4곳은 서울 내 정비 사업지 중 대표성을 띤 곳으로 여겨져 성공 시 다른 지역에 확대 적용할 가능성이 컸다. 두 곳은 각각 시공자 선정, 정비 계획 수립 등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 상계주공5단지 소유주는 "서울시와 협업하는 상황에 국토부가 다른 사업 방식을 제시하니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LH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시점에 재산권 침해 논란이 이는 공공주택복합개발사업 추진도 시기상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대책 발표일(2월 4일) 이후 취득한 경우 입주권도 주지 않는 강력한 투기 방지 대책을 마련했으나 정작 LH 직원들은 신도시 지정 전 땅 투기에 나선 사실이 드러나 이에 대한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시한부 장관'이 된 상황에서 2·4 대책 후속 입법 기초작업이 탄력을 받을지도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은 민간 시장에 맡기고 공공에서는 주택 바우처 등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민간이 100을 투입해 100을 만든다면 공공은 200을 투입해야 100을 겨우 만들어 낸다"며 "민간은 생존하기 위해 효율적인 사업 추진 모델을 찾지만 공공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축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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